한의사 김승남
[Wassup Hopkins!]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의사학교실에서 방문학자로서 한국 한의학을 토대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통해 연구와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볼티모어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한의사 이태형 프로필

AAHM 2014 Annual Meeting 후기 1

 

지난 5월 8~11일에 시카고에서는 제87회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History of Medicine(AAHM), 즉 미국의사학회의 연례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본 학술대회에는 존스홉킨스 의사학교실의 교수님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대부분 참가한다고 하여 저 또한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의 조교로 근무하는 동안 의사학 관련 국제학술대회에 다수 참석할 기회가 있었지만, 동아시아 의학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의학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국제학술대회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과연 어떠한 논의들이 오갈지 매우 궁금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카고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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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학술대회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학회 측에서는 두 가지 투어를 준비해주었는데. 그 중 하나는 University of Chicago 투어였고, 또 다른 하나는 American Medical Association(AMA) 투어였습니다. 저는 AMA 투어를 신청하였습니다. 학회 일정을 소개하기 전에 AMA 투어에 대해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AMA는 1847년에 창설된 미국의사협회로 의료 및 보건에 관한 최신 정보의 습득과 보급, 의사 및 환자의 이익 증진, 전문성의 확립, 의료윤리 및 임상의료의 표준 확립, 의학 교육의 혁신 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를 간행하고 있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AMA는 미국 근대 의료 체계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기관이기 때문에, AMA가 제공하는 이번 투어는 의사학 연구자들에게 AMA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이해를 도모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AMA가 위치한 빌딩은 이전에 “IBM Plaza”로 불렸던 곳으로, 2013년에 AMA 본부 및 임직원이 이전하면서 “AMA building”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학회가 열렸던 시카고는 고층 빌딩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도 유명한데, 본 건물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이며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투어가 진행되었던 곳은 시카고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47층으로, 다운타운의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AMA는 출범된 이래 의사의 전문성 확립을 위하여 의학 학위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이를 표준화하려는 목적을 강하게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무면허 의료업자들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윤리 강령을 채택하여 의사들 간의 연대감을 고취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였습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는 다양한 의학 형태의 혼재 및 교육 시스템의 불완전성 등으로 인해 다양한 분파가 존재하였으며, 이로 인해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고취시키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AMA는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던 것입니다. 본 투어에서는 AMA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록 보관소에 대한 소개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때 소개된 자료들을 통해 초창기 AMA의 활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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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는 20세기 초, 구체제의 폐단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의학교의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1904년에 AMA는 의학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의학교육의 자격요건을 상향 조정할 수 있는 양식을 구비하였고, 또한 이 위원회는 카네기 교육 진흥재단을 끌어들여 의과대학을 평가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존스홉킨스 대학을 졸업한 Abraham Flexner에 의해 본 프로젝트는 진행됩니다. 1910년에 발행된 플렉스너 리포트는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신랄했던 플렉스너 리포트로 인해 당시 존재했던 다양한 수준의 의과대학들은 존스홉킨스 모델에 따라 학교 교육을 재정비하거나, 혹은 폐교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AMA 투어 과정 중, 전시된 플렉스너 리포트의 원본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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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는 “African American in the Medical Profession”, 그리고 “AMA’s Role in Medical Education Innovation”이라는 두 편의 발표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AMA가 배타적인 전문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흑인 의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왔는지, 그 변화 과정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발표에서는 20세기와 21세기에 AMA가 미국 내 의학교육에 어떠한 역할을 해왔고, 또 앞으로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내 의과대학의 교육 형태는 앞에서도 소개하였던 플렉스너 리포트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는데 플렉스터 리포트 이후 미국 내 다수의 주에서는 평가 규정을 채우지 못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에 대해 의사 자격증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의과대학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던 AMA는 현재에도 그 역할을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20세기 이후, AMA가 미국 내에서 행했던 의사로서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일련의 과정들은 비단 미국 내의 의사들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의료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초 AMA가 처했던 상황이 현재 한의계의 상황과 묘하게 대응되는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전통 한의학과 현대 과학 간의 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 간의 서로 다른 의견과, 다양한 학파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현재 한의계의 상황, 그리고 이로 인해 한의학 교육에 있어서도 다양한 논쟁이 존재하는 현실 등이 그렇습니다. 앞으로 한의계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한의학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전환점에 있는 현 시점, 지난 한 세기 동안 AMA가 밟아왔던 행보를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의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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