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Wassup Hopkins!]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의사학교실에서 방문학자로서 한국 한의학을 토대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통해 연구와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볼티모어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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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HM 2014 Annual Meeting 후기 2

 

지난 5월 8일 저녁, 학회 장소인 Renaissance Chicago Downtown Hotel에서는 학회에 앞서 서로 간의 친목을 다지는 Opening Reception이 열렸습니다. 저는 AAHM 학회 참석이 처음이라 아는 얼굴들이 많이 없었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 여러 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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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미국에 와서 잘 적응되지 않았던 것 중의 하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 간에 socializing하는 문화였습니다. 이전에도 소개했었지만, 홉킨스에서는 매주 콜로키움이 끝난 후에 간단히 맥주 한 잔씩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때 발제자, 교수, 학생들 간에 특별한 격식 없이 서로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초면임에도 자연스럽게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며 인사를 건네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문화는 한국에서의 사교 문화와는 조금 달랐기에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본인이 수줍게 가만히 있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사람이 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방치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문화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요인을 생각해보면, 저 스스로 적극적이지 못한 자세의 문제도 있겠지만 몇 가지 더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는 영어가 원활하지 못하여 대화 중간중간의 농담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대화의 흐름에 맞춰 재빨리 본인의 이야기를 전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으며, 문화적 배경 차이로 인해 농담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통된 관심 분야를 찾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저의 연구가 상대의 연구와 공통된 측면을 찾기 어려울 때 쉽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고는 했습니다. 홉킨스 의사학교실에서 동양 의학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저의 연구는 생소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애로사항들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남들이 본인에게 와서 말을 걸어줄 것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다가가 대화에 참여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물론 제게도 아직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종종 위축되는 경우가 생기지만 꾸준히 노력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또한 영어가 부족하고, 농담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가진 생각에 의의가 있을 경우, 상대 또한 귀를 기울여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통 관심사를 찾는 부분에 있어서는 연구 대상뿐만이 아니라 연구 방법론에 대해서까지 범주를 넓힌다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있어서 “무엇을 연구하느냐” 뿐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느냐”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공유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할 때 서로를 향한 관심은 높아지고, 학문적 교류는 촉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중간에 본인을 상대에게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 감사하게도 홉킨스 의사학교실에서 박사 과정으로 있으며, 한국 한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James Flowers 선생님이 그런 기회를 종종 제공해 주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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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Opening Reception을 통해 뜻밖의 수확을 얻었습니다. 이전부터 한번 만나 뵙고 싶었던 Shigehisa Kuriyama 교수님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5월에 있었던 경희대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의 김태우 교수님과의 공부모임과, 작년 11월에 있었던 경희대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의 채윤병 교수님과의 독서모임에서 Shigehisa Kuriyama 교수님의 'The Expressiveness of the Body and the Divergence of Greek and Chinese Medicine'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논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기원을 탐구함으로써 상호 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이 책은, 현대 한의학이 당면한 여러 쟁점들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논의거리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제게도 의미 있는 서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Opening Reception에서 동양의학을 연구자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서로 인사도 하고,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8일 홉킨스 콜로키움에서 발제를 맡았었던 대만 중앙연구원 근대사 연구소의 Sean Hsiang-lin Lei 교수님과, 하버드대에서 Kuriyama 교수님의 지도 학생으로 있는 Yan Liu 선생님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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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연구자들과의 대화는 학문적 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연구해 온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러 애로 사항들, 그리고 그 사항들을 극복해 온 본인들의 경험을 들음으로써 저 또한 많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또한 현재 다양한 연구가 어떠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를 살피며,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어떻게 연구해야 하겠다는 힌트도 얻을 수 있는, 여러모로 유익한 대화였습니다. Opening Reception에서 마신 몇 잔의 와인과 즐거운 대화로 기분이 좋아진 채 저는 다음날을 기대하며 숙소로 향했습니다.


필자가 쓴 참관기는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kmcric.com/education/inspection/view_inspection/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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