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Wassup Hopkins!]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의사학교실에서 방문학자로서 한국 한의학을 토대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통해 연구와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볼티모어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한의사 이태형 프로필

뉴욕에서 만난 한의학

 

지난 7월 26일, 저는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목적은 경희대학교 65학번 전현철 선배님을 만나 뵙기 위함이었습니다.


1965년은 한의학 교육과 관련하여 의미가 큰 해입니다. 1948년 4월 1일 서울 노량진에서 시작된 동양대학관은 6.25 전란 이후 부산으로 피난을 갔으며, 그곳에서 정규대학으로의 승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동양대학관은 서울한의과대학으로 명칭을 개정하고, 1953년 3월 5일 마침내 문교부로부터 정규대학으로의 인가를 얻습니다. 이후 서울한의과대학은 1955년 3월 10일 서울 안암동으로 이전하면서 학교명을 동양의약대학으로 변경하였으며, 1964년 6년제 의과대학으로 승격되며 이름을 다시 동양의과대학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1965년 9월 3일에 동양의과대학 행림재단과 경희대학교 고황재단이 합병하면서 동양의과대학 한의학과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한의학과가 되었으며, 1977년에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한의학과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으로 독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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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철 선배님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한의학과에 입학하셨던 65년도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의학 교육의 전환점이 된 시기였습니다. ‘해방 이후 한의학 현대화 논쟁’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했던 저는 전현철 선배님께 여쭤보고 싶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실 수 있는 선배님이 한국도 아닌 미국 뉴욕에 계시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낮 12시를 조금 넘겨 뉴욕에 도착했고, 선배님께 전화를 드리자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셨습니다. 혹여 점심시간이 지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곧바로 택시를 타고 한의원으로 향했습니다. 한의원은 ‘Korea Way’로 불리는 West 32nd Street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맨해튼 한가운데에서 25년째 한의원을 운영해오신 선배님이 멋져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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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선배님께는 온라인상으로만 인사를 드렸었고, 직접 뵙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던 듯, 한의원에 도착하자 진료 중이시던 선배님께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다양한 그림들이 한의원 입구에 마치 갤러리처럼 전시되어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드렸고, 한의원에 근무하시는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뒤 선배님께서는 곧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20세기 후반의 사료들을 살펴보면, 당시의 치열했던 분위기가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1951년 국민의료법이 제정될 당시 국가의료체계 안에 한의사제도를 포함시키려던 노력과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구상되었던 한의사제도 폐지를 포함한 의료법 전면 개정에 대한 반발 등, 한의학계는 한의사라는 직종의 존립을 두고 싸워야만 했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의학이 현대의학으로서 가지는 의의와 바람직한 현대화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들을 당시 자료들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양의약대학이 6년제 동양의과대학이 되고, 뒤이어 경희대학교로 병합된 직후 한의학과에 입학한 전현철 선배님의 한의학에 대한 열정 역시 상당했습니다. 선배님 한의원에 보관되어 있는 당시 수업을 기록해 둔 노트와 수업 교재 등을 통해 선배님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궁금했던 65년도 이후의 수업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습니다. 동서의학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그 시절, 적극적으로 수업 내용을 기록하며 한의학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했던 선배님의 의지가 지금의 저에게까지 전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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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20세기를 걸쳐 존재했던 한의학의 현대화 논쟁이 단순 과거의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20세기 초 서양의학이 유입되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양의학을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확립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의학은 본연의 정체성과 양방의학과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 부분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적합한 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의학이 의료계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이끌려가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할 방법을 고민해봅니다.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논의를 되풀이하기보다, 이를 극복하고 이후의 단계로 넘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선배님들이 지녔던 한의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과거의 산물로 묻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한의학 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P.S. 초면인 후배의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반갑게 맞아주시고 많은 이야기와 자료를 나눠주신 전현철 선배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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