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승민
[워킹맘 한의사 앤 더 시티]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침구과 전문의로서 활동하면서 침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2019년 미국 뉴욕으로 왔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한의사로서, 강사 및 연구자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해외에서 살아가는 일상과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의사 이승민 프로필

이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미국 한의사 CNT시험

 

2020년 10월에 기고했던 칼럼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들에 대해 소개했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칼럼 내용 중에 잠깐 CNT (Clean Needle Technique: 정침법, 침 시술 감염 관리 과정) 시험의 온라인화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기존의 CNT 실습시험은 시험 감독과 1:1로 마주 보며 진행하는 대면시험이었으나, 올해 미국 전역을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대면시험이 온라인시험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CNT시험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으나, 당시 몸담고 있던 미국 한의과대학 학장님의 추천으로 CNT시험 감독관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CNT시험은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로도 제공이 되기 때문에 특히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감독관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9월부터 11월까지 CNT시험 감독관이 되기 위한 온라인 수업을 이수하였고, 시험을 보고 (80점 이상 되어야 합격) 온라인 모의시험까지 치고 나서야 첫 수험생들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험생만큼이나 떨리는 마음으로 12월 16일 첫 CNT시험 감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CNT시험의 역사를 보면, 미국에서 1985년에 처음 시행이 되었고, 한의사들에게 침의 안전한 시술, 침 관리, 그리고 관련 감염병 예방을 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 우선 수험생들은 CNT 관련 매뉴얼을 사전에 학습해야 하고, 시험 당일 관련 강의를 직접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필기시험을 봐야 합니다. 필기시험은 바로 채점되어 합격한 경우에는 대기했다가 시험 감독 앞에서 1:1로 실습시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실습시험은 실제로 수험생이 침을 시술할 모든 준비물을 가지고 와서 시험 감독관 앞에서 본인의 신체 부위 두 군데에 침을 자입하고, 염전하고, 발침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규칙들을 모두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실습시험까지 통과하게 되면 합격증이 주어집니다.


새로 시행되는 온라인시험도 절차는 비슷합니다. 대신 이 모든 과정이 컴퓨터 앞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직접 시험장까지 와야 하는 번거로움은 덜해졌지만, 시험이 조금 까다로워졌습니다. 우선 필기시험을 볼 때는 부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매우 철저하게 확인합니다. 시험을 보는 컴퓨터 이외에도 추가적인 기기를 이용해서 시험 감독관에게 시험을 볼 컴퓨터에 그 어떠한 노트나 메모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당연히 시험 보는 내내 카메라는 켜 두어야 합니다. 실습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 감독관은 줌 (Zoom) 회의를 통해 들어온 수험생과 인사를 하고 수험생의 신분증을 검사한 뒤, 제일 먼저 수험생에게 시험 장소를 360도 모두 천천히 비추어서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음을 확인시키도록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시험 감독관은 시험을 보는 내내 실시간으로 수험생이 반복적으로 어느 한 곳을 응시한다거나 내려다보는 등의 행위를 하면 이를 모두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모든 시험 과정은 녹화가 되기 때문에 대면 시험보다는 까다로워졌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1:1로 시험을 볼 경우에는 운 좋게(?) 너그러운 감독관을 만나면 간단한 실수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모든 실습시험은 무작위로 몇 개씩 추출되어 또 다른 감독관에 의해 감사를 받으며, 특히나 탈락한 수험생의 시험 과정은 감독관의 평가가 잘못되진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조건 다른 감독관의 감사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감독관에 의해 본인의 감독 과정이 평가받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철저히 원칙에 맞춰서 진행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엄격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의 학생당 주어지는 실습시험 시간은 20분이고, 할당된 20분이 지나면 그다음 학생이 줌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엄수도 엄격해졌습니다. 예약된 줌 회의 시간에 5분 이상 늦을 경우 시험은 무조건 취소되고 다시 돈을 지불하여 재신청을 해야 합니다.


제가 12월 16일에 감독을 하게 된 수험생분들 중에서도 안타깝게 합격을 하지 못한 분이 계셨습니다. 탈락하는 수험생이 있으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추가되고, 제 시험 감독 과정도 다시 확인을 받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틀리지 않기를 바랐으나 안타깝게도 끝내 합격점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매뉴얼 대로 한 번 더 기회를 줬는데도 실수를 수정하지 못할 경우에는 무조건 넘어가야 하고, 추가로 어떤 과정에서 실수했는지 알려 줄 수도 없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매우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실습 과정 중에 한 군데 오류가 있었다는 멘트를 하게 되면, 수험생분들 대부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긴장을 한 나머지 시험 시간 내에 본인의 오류를 찾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렇듯 실습시험이 온라인화되면서 까다로워진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시험을 보기 위해 미국까지 가야 한다거나 1년에 한두 번씩 한국에서 진행되는 시험을 보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단점은 확실히 없어졌습니다. 시험 결과는 시험을 보고 10일 이내로 통보받게 되는데, 재신청을 하면 몇 주 내에 바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해진 점도 많습니다. 시험 감독을 하면서 느낀 것을 정리하여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실습시험을 보는 과정 내내 본인이 하는 행동을 실제로 말로 감독관에게 설명하면서 진행할 경우 감독관에게도 매우 도움이 되고, 알코올 소독제로 손을 씻어야 하는 과정이 꽤 여러 번 있는데, 손을 많이 씻는다고 탈락시키는 항목은 없으니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거나 다음 과정이 기억이 안 난다면 손을 씻거나 다시 한번 지시사항을 읽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시험 감독관을 해 보니 정말 많은 오류가 눈에 띕니다. 시험 준비를 하실 때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분을 찾아서 서로 감독관이 되어 연습해 보는 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2015년 2월에 오직 CNT시험을 빨리 보기 위해 뉴욕으로 떠났었는데요. 뉴욕에 CNT시험을 예약해 두고 탈락할 경우 날리게 되는 비행깃값에 대한 부담감으로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시험을 보고 나서는 신나게 맛집 탐방도 다니고 실제 뉴욕에서 한의원을 해 볼 날을 상상도 해보며 나름 즐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는 싱글이었고 수련의 과정을 막 마치고 아직 취직하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겠죠. 지금 온라인시험을 봐야 했다면 맛집 탐방과 상상의 시간은커녕 시험 보는 중에 아기들이 방에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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