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승민
[워킹맘 한의사 앤 더 시티]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침구과 전문의로서 활동하면서 침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2019년 미국 뉴욕으로 왔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한의사로서, 강사 및 연구자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해외에서 살아가는 일상과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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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약침을 사용할 수 있을까?

 

저번 칼럼에서는 미국에서 한의사의 의료 행위 범위에 대해서 정리를 했습니다. 그중에서 약침에 대한 규정이 생각보다 너무 복잡하고 변화가 많아 독립적인 칼럼으로 내용을 정리해 소개합니다. “복잡하다.”는 것은 약침의 명칭도 주마다 조금씩 다르고, 체내 혈자리 혹은 근육에 주입할 수 있는 제제의 범위도 달라서이고, “변화가 많다.”는 것은 약침을 허용했다가 다시 허용을 불가하는 주들이 생기면서 새로운 자료를 검색할 때마다 약침 관련 내용이 계속 달라져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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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약침은 한국에서 ‘pharmacopuncture’라는 단어로 많이 사용하지만, 검색해 보니 미국에서는 point injection therapy, biopuncture, aquapuncture, point puncture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만약 해당 주에서 약침을 허용하고 있는지 검색하고 싶으면 ‘acupuncture injection’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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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약침을 ‘순수 한약재 등에서 추출, 정제, 희석, 혼합 또는 융합한 약액을 침을 놓는 자리에 자입하거나 투입/매몰하는 한방 의료 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순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이나 응급의약품의 사용에 대해서는 의사 단체와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약침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몇 개 주에서는 조금 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약침 제제로 한약뿐만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 글루코스, 동종요법 약물, 리도카인, 프로카인, 비타민 B12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콜로라도 주의 경우에는 약침으로 아나필락시스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것을 대비하여, 필요시 에피네프린 및 산소 치료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어서 오히려 한국보다 약침 관련 규정이 덜 까다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약침을 허용하는 주에서는 약침을 시술하기 위해 NCCAOM에서 인정하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실습 과정에 대한 이수증도 제출해야 합니다. 또한, 약침 치료로 생길 수 있는 의료 사고에 대비해서 추가적인 책임보험 가입이 필수라고 하니 잘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1]. 보험과 관련해서는 저도 뉴욕 및 뉴저지에서 진료를 시작할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보험 가입 시 임산부를 치료할 계획인지 아닌지 체크하는 박스가 따로 있었습니다. 체크하게 될 경우, 보험료가 조금 더 올랐는데 임산부에 관련해서 별도의 박스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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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침에 대한 규정은 포함이 되었다가 빠졌다가 하면서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 자료를 보면 플로리다, 뉴멕시코, 아칸소, 사우스캐롤라이나 딱 4개의 주에서만 약침 (point injection therapy)를 허용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5년에는 콜로라도 주가 추가되어 5개 주에서 약침을 한의사의 의료 행위 범위에 포함했다가, 2012년에는 오히려 아칸소 주가 빠지고 워싱턴 주와 웨스트버지니아 주가 추가되어 총 6개 주에서 약침을 허용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그사이에 또 변화가 생겨서 2020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지금은 플로리다, 뉴멕시코, 콜로라도, 워싱턴, 그리고 네바다 총 5개의 주에서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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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침과 관련된 변화를 보면 플로리다와 뉴멕시코 주가 꾸준히 한의사의 의료 행위에 약침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이렇게 한의사의 의료 행위 범위가 넓은 주는 그만큼 한의사 단체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합니다. 5개의 주 중에서 뒤늦게 약침을 허용한 콜로라도는 비록 도입은 늦었지만 플로리다만큼이나 한의사의 약침 허용 범위가 넓고, 그에 비해 네바다 주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합니다.


이번에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비록 한국과 미국에서 한의사의 역할과 의료 행위 범위가 다르지만 여러 한의사단체와 관련 사람들의 노력으로 미국에서 정말 많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맞춰서 한국 한의사들도 미국 한의사들과 협력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약침을 중심으로 치료하시는 분이라면 약침 허용 범위가 넓거나 수십 년간 변화 없이 꾸준히 허용되고 있는 주인 플로리다, 뉴멕시코, 콜로라도에서 먼저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침 치료의 정의가 처음에는 ‘속이 꽉 차 있는 침 바늘’로 국한되다가 주삿바늘처럼 가운데가 뚫려 있는 바늘까지 서서히 허용된 것을 보면, 약침 이후에 매선도 충분히 허용되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바이고, 앞으로도 더욱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References


[1] 한의사, 약침 시술하려면 승인된 교육 이수 후 책임보험 가입해야. 한의타임즈. 2019-08-28.


[2] Suh Y. The regulation of Chinese Medicine in the US. Longhua Chin Med. 20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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