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Wassup Hopkins!]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의사학교실에서 방문학자로서 한국 한의학을 토대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통해 연구와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볼티모어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한의사 이태형 프로필

2015 Annual Public Health in Asia Symposium

 

지난 2015년 2월 28일, 존스홉킨스 동아시아 연구 프로그램 (EAS, The East Asian Studies Program)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Annual Symposium on Public Health in Asia를 개최하였습니다. (Wassup Hopkins! 세 번째 칼럼에서 2014년 첫 번째 심포지엄에 후기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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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심포지엄은 동아시아 연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개최되기는 하지만, 이와 더불어 국제 연구 프로그램 (International Studies Program), 인류학 교실 (Anthropology Department), 의사학 교실 (History of Medicine Department), 보건대학원 (the 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 등이 함께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본 행사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 프로그램이 함께 연계해 개최하는 만큼 학부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각 분야의 교수들 간에 능동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심포지엄에 참여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곳 청중들로부터 제 연구에 대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또 올해 7월 첫째 주에 있을 동아시아 과학사 학회(14th ICHSEA)에 참여하기에 앞서 미리 한번 논의를 거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포지엄은 크게 교수 패널과 학생 패널로 구분해 진행되었습니다. 교수 패널의 경우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에 맞춰 버펄로 대학의 Youfa Wang 교수, 조지워싱턴 대학의 Elanah Uretsky 교수, 존스홉킨스 대학의 John Groopman 교수가 발표를 맡았습니다. 학생 패널은 학부생, 대학원생, 포스닥 펠로우에 의해 총 3개의 패널이 구성되었으며, 이 패널들에는 존스홉킨스의 Marta Hanson 교수, Lawrence Cheskin 교수, Erin Chung 교수, Amber Mehmood 교수, Clara Han 교수가 토론을 맡았습니다. 심포지엄이 토요일에 있었음에도 많은 교수들이 기꺼이 참석하여 학생들 발표에 대해 상세하게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통해 교육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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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저는 대학 동기이자 이곳 보건대학원에서 MPH 과정 배선재 선생님과 함께 심포지엄에 참석했는데, 올해에도 마찬가지로 보건대학원 MPH 과정에 있는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출신 한은경 선생님과 함께 한국의 의료 현황을 소개하는 발표를 준비하여 별도의 패널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한은경 선생님은 제2형 당뇨병 관리를 노년의 영양 섭취와 연결하여 발표했습니다. 지역 기반의 관리를 통해 노년층의 영양 섭취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양의 개선이 당뇨병 관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찰하였습니다. 한국에서의 제2형 당뇨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질환 중 하나로, 적극적인 국가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며 특히 도시에 혼자 거주하는 노년층의 경우, 충분하지 않은 영양 섭취로 인해 심화되어 죽음에 이르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제가 발표한 내용은 한국의 의료 상황에서 존재하는 한의사와 의사 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한의학의 현대화 과정을 연구하면서, 중국과 일본과는 다른 한국의 독특한 현대화 과정을 소개하고, 그중에 발생하였던 한의사와 의사 간의 갈등을 고찰하였습니다. 특히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의사의 IMS 사용 문제, 그리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들을 실제 예시로 설명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발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자 간 갈등에 주목하는 것이 발표의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현대화 과정 가운데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양자 간 갈등은,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경우 오히려 양자 간 대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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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이후 받았던 질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일본에서는 현대의학과 전통의학 간의 협진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협조적 관계가 아닌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일본 전통의학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전통의학의 현대화가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의료 환경은 일본과 다르게 이원화되어 있으며, 이 둘 간의 관계가 배타적인 것으로 설정되어 양자 간 협력을 도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한의학계에서 어느 정도의 임상 근거를 구축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한의학계에서는 2000년대 이후로 근거중심의학 연구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현대적 임상 근거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또한 한의 치료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해외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 근거의 수준을 높여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현대적 임상 근거를 축적하는 과정 중에 한의학의 학문적 특이성이 얼마만큼 반영됐는지 하는 점입니다. 한의학의 특성을 현대적 연구와 연계할 수 있을 때 현대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질문은 의사, 한의사 혹은 국가 입장이 아닌 환자 입장을 고려하여 국가 의료시스템이 변화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최근 들어 통합의학 등의 개념과 더불어 ‘환자중심의학’이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의 의료 환경에서 환자라는 가치가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만약 환자를 의료계 논의의 중심에 놓는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환자의 질환을 치료한다는 공통된 가치를 토대로 한의사 의사 모두가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부 학생들에 의해 기획되고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준비 과정에 놀랐고, 학생들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홉킨스 교수님들의 배려에 다시금 놀라게 되었습니다. 발표 기회를 제공해 준 심포지엄 조직위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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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 이태형의 Wassup Hopk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