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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일상에 접목하고, 그 일상을 명상을 통해 최고의 경지로 맛보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여행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액티비티가 많은 여행, 릴랙스하기 위한 여행, 맛집 투어, 럭셔리 여행...

여행의 종류를 열거하자면 부지기수이겠지만, 여행에 명상을 한번 붙어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에도 작정하고 명상을 하면서 여행을 할 곳이 있다. 템플스테이는 그런 여행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만, 종교적 접근이 명확하여 108배나 예불, 심지어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 발우 공양을 통해 반찬까지 물에 말아 먹는 고역, 밤 9시면 강제 취침 등 일상의 생활을 많이 통제하므로 작정하고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쉽게 접근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스스로 명상 여행을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마음에 드는 장소에 가서 실컷 걷다가 명상하기 딱 좋은 곳을 만나면, 그곳에 바로 자리를 깔고 명상을 하는 것. 그렇지만 아직 명상이 일상에 녹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그래도 누군가 명상을 지도해 주면 편안하게 명상을 할 수 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인 것처럼, 명상 지도자조차도 누가 명상을 이끌어 주어 그저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편안함이 있다면 절로 명상이 된다.

명상과 요가, 아침저녁 식단으로는 풍성한 채식, 낮 동안의 자유시간, 걷기 좋은 숲과 산길, 주위에 널려 있는 카페 등 명상 경험을 하면서도 여행의 요소를 모두 만끽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떨까? 명상 여행의 모습을 찾아보자.

오대산 자연명상마을은 명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다. 이곳에서의 일정은 매우 콤팩트하게 짜여 있다. 명상하는 시간도 하루에 2번, 요가와 번갈아 가면서 진행이 된다. 수행처에서 이른바 수행 체험을 할 수 있다. 법회나 인문학 강좌가 열리기도 하므로 날을 잡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러 모임이 있으니 참여를 해 보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명상처에 작정하고 왔기 때문이다.

식사는 아침저녁으로 제공된다. 이곳 명상처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채식이다. 월정사에서 관리를 하므로 불교적 접근이다. 건강한 자신을 만드는 또 하나의 노력으로 해석하면 편하다. 정원과 숲길은 걷기 명상을 위해 좋다. 가까운 곳에 산과 산사가 있으니 작정하고 밖으로 나가 실컷 걸어볼 수도 있다. 식사는 식사처에서, 차와 음료는 북 카페에서, 활동은 정원과 길에서 하면 된다.

숙소는 더욱 간결하다. 침대, 샤워룸, 그리고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 이렇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명상하고 자고, 씻는 인간의 기본 행위만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숙소 자체가 명상처가 되는 것이다. 명상처는 홀로 앉아 있기에 딱 좋게 세팅되어 있다. 아무런 간섭 없이 그저 명상하면 된다. 졸리면 자고, 각성하기 위해서는 샤워를 하고, 곧이어 명상을 하면 될 뿐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밖으로 나가 월정사까지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걸어본다. 비밀의 정원이라 이름 붙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월정사가 나온다. 해가 막 지면서 저녁 예불을 하는 스님의 소리가 대웅전에서 들려온다. 잠시 시간을 내어 살짝 법당에 들어가 예불에 참여한 후 밤을 밝혀주는 은은한 조명을 따라 전나무 숲을 걸어 다시 센터로 돌아온다. 그래도 채 8시가 되지 않는다.

센터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방으로 들어가 어렴풋한 불빛만 있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적막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야말로 명상의 시간이다. 창문 너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얼마나 명상을 하느냐는, 또 어떤 명상을 하느냐는 역시 온전히 자신에게 맡겨져 있다.

나에게 주어진 3일간의 시간 동안, 혼자서 보낼 곳을 찾고 그곳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무엇을 할지를 명상 여행의 주제로 삼아 다음의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여행해 본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장소를 찾아서 그곳에 머문다.

 자고 먹는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 단순한 곳을 선택한다.

 자연을 충분하게 느끼고 받아들인다.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한다. 그 가운데 걷기와 사색을 넣는다.

 방해받지 않고 충분히 걷는다.

 사색 (생각)을 충분히 한다. (걷기와 사색을 함께 할 수도 있다.)

 명상을 배우고 수행한다.

 알아차림을 통해 자신에게 최적의 상태를 찾고 만들어 본다.

 그 시간, 그곳에서, 무엇을 깨닫고 얻었는지를 기록한다.

이런 요건을 찾아 자신만의 명상 여행을 떠나보자.

“명상 여행”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이상적인 장소에서 이상적인 상태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작정하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에서 지내면서 자고 먹는 것 걱정 없이 온전히 걷고, 사색하고, 명상하면서 자신의 리듬과 최적의 상태를 만들고, 느끼고, 그 상태를 기억하고 돌아와 이를 일상의 삶 속에 녹아내리게 하는 여행. 바로 이것이 스트레스가 가득한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여행이다.

© 김종우 교수의 명상. 걷기.. 여행...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