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찬영 교수
  • 동의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Korea
  • 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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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동의대학교 한의학과 학사 졸업

2016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석사 졸업 (임상한의학)

2020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박사 졸업 (임상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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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현재   동의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과장

2020~현재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조교수

2017~2020 공중보건의사 (양구군 보건소)

2014~2017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전문수련의 (한방신경정신과)

2013~2014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일반수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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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권찬영입니다. 동의대 한의과대학 (07학번) 졸업 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경희대학교 임상대학원에서 김종우 교수님과 정선용 교수님 지도하에 수련의와 석·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2020년 4월까지는 산 좋고 물 맑은 강원도 양구군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였고, 같은 해 8월부터 동의대에 부임하여 이제 막 2개 학기를 마친 초보 교수입니다.


그 밖에 한의학 박사,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명상지도전문가 (T급)이고, 국제학술지 JAMS (Journal of Acupuncture and Meridian Studies)의 Associate Editor, 부산시 한의사협회의 정책자문위원,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의 홍보이사와 교육이사 등을 맡고 있습니다.


Q2.

교수님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 3가지를 고르신다면?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블로그 #환자중심한의학 #초보교수 이 3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블로그: 저를 아시는 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제 ‘블로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블로그는 제 아이덴티티 (identitiy) 중 하나가 되었고, 제 삶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환자 중심 한의학: 이건 제가 지향하는 한의학의 모습입니다. ‘환자 중심’이라는 키워드는 한의사로서의 제 삶을 크게 바꾸기도 했고요, 이는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주된 목적이자 닉네임 ‘나린벗 (또는 beanalogue)’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초보 교수: 말 그대로 초보 교수입니다. 교수의 3대 덕목으로 일컬어지는 ‘교육’, ‘연구’, ‘봉사 혹은 진료’ 모든 분야에서 저는 아직 초보 교수입니다. 즉,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교수로서 ‘교육하며 배우는’, ‘연구하며 배우는’, ‘진료하며 배우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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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최근 연구책임자로 선정된 국가연구과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치매 비인지 증상에 대한 한의치료기술 근거 합성 연구 (2020.10~2022.04, 연구비 1억6천만 원)’와 ‘심신요법을 활용한 ICT 기반 병원 종사자의 정신건강 개선 기술 개발 (2021.01~2021.12, 연구비 7천만 원)’ 과제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습니다.


전자는 한의약 혁신기술 개발사업 근거 합성 트랙으로서 치매의 주변 증상 (BPSD, Behavioral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으로도 일컬어지는 ‘비인지 증상’에 대한 한의치료기술들의 근거를 합성하는 연구입니다. 한의사를 위한 임상 매뉴얼 개발을 최종 목표로 저 외에 5명의 연구원에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수련의 선생님과 학부생 연구원들이 열심히 참여해주고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관련 문헌 고찰은 완료되었고, 2차 연도에는 한의사 대상 설문조사와 병원 의무 기록 분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후자는 정보통신방송 혁신인재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동의대 인공지능 그랜드 ICT 센터와 함께 진행 중인 연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병원 종사자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 명상, 호흡법, 이완요법 등 심신요법을 활용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입니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한방병원 간호사의 정신건강 관련 문헌고찰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였고, 동의대학교한방병원 간호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현재 결과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과제 참여기업과 함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답니다. BPSD 과제와 마찬가지로, 3명의 대학원생 연구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만약 1차 연도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2차 연도에도 연구 기회가 주어진다면, 병원 행정 직원분들을 위한 정신건강 기술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Q2.

교수님께서는 노인 우울증, 노인 다제복용 등 노인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노인 보건·의료에 관심을 두게 된 거창한 계기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거든요. 그래서 어르신들을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갔습니다. 그리고 한방신경정신과를 전공하면서 환자 면담을 통해 어르신 세대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더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노인 우울증은 독거, 의료 서비스 소외, 사회적 교류 부재 등의 사회·복지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울증은 환자 개인의 삶, 나아가 환자 주변 환경을 모두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어르신들의 우울증은 의료인으로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어르신들 이후 세대의 사람으로서도 모두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다음으로 ‘노인 다제복용과 비약물 요법’에 대해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저는 ‘의료선택권’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상적인 의료’란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환자는 자신의 건강 개선이나 질병 치료에 대한 이득, 위험, 비용과 관련된 다양한 선택지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자신의 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다릅니다. 요즘 젊은 환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일정 수준의 의학지식에 접근할 수 있음으로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법에 대해 질문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상황은 다릅니다. 어르신들이 속한 환자-의사 관계는 여전히 매우 수직적입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대부분의 어르신은 그냥 복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고령자의 다제복용 문제에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다제복용은 그 자체로 의학적 문제를 야기하는 한편 의사결정 과정에 환자가 소외되는 비정상적인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초래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Beers criteria (AGS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서 발간하는 노인 약물 사용 가이드라인)나 여러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물요법보다 비약물요법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상태에서도 쉽게 약물이 처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3분 진료를 해야 병원이 굴러가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빌미로 환자분들의 피해가 합리화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의료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자의 권리, 선호, 가치는 의료선택 및 의료정책 결정에서 중시되고 있습니다. 캘거리-케임브리지 지침에서 강조하고 있는 환자와 의사의 공유된 의사결정 (shared decision making)이 그 예입니다. 분명 길어도 10년 이내에 한국 의료계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때가 오면 한의계도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한의계는 환자 중심의 의료시스템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 진료실에는 만성 불면증 환자분들이 많이 내원하십니다. 여기저기에서 치료받았지만 별다른 호전이 없거나, 수면제에 의존하는 것이 싫어서 내원하시는 분들입니다. 고지혈증, 당뇨병 등 여러 기저질환으로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가 많은데 어떤 어르신이 약물을 더 드시는 것을 좋아하시겠습니까? 하지만 다수 환자분이 비약물 치료에 대해 들어보지 못하신 상태로 오십니다. 사실 불면증에 대한 치료법은 약물 치료 외에도 수면위생 교육, 족욕, 이완요법, 아로마 오일, 음악요법 등 다양한 비약물요법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에게 치료의 목표은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과 같아서 정상까지 가는 길은 꼭 하나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환자 개인의 선호나 상태,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그 길이 어떤 길인지, 그리고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병원에 수익적으로 도움이 되는 한의사는 아닐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보다 환자분이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강조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분명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자부하며 환자분들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있습니다.


Q3.

최근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 ‘돌봄서비스’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서 이러한 서비스의 주요 대상은 노인분들이 될 텐데요, 본 사업에서 한의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노인 의료는 이미 중요하고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시간이 흐르면 노인이 됩니다. 따라서 노인 의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잘 구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의료의 모습은 앞서 설명하였듯이 어르신들의 가치와 선호가 충분히 반영된 것이어야 합니다. 급성 또는 중증 질환이 아니라 장기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나 상태에 놓여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어르신들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한의계는 한의학이 노인 친화적이라고 생각만 하거나, 한의 치료의 근거 기반을 제시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서 그분들의 가치와 선호에 대해 묻고 경청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어르신들이 진정 원하는 의료 서비스가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중보건의사 시절에 근무지의 대한노인회 지부와 각 마을 노인대학에서 치매 예방 강연을 하며 어르신들의 질문을 받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들여다보았던 공신력 있는 치매 관련 보고서나 조사자료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느꼈습니다. ‘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전 의료 서비스를 받는 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는 것이 먼저였구나!’


한의학은 증상이나 질병보다 상대적으로 사람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두는 학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의사들은 자연스럽게 인본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환자분들을 대하지요. 환자의 증상뿐만 아니라 식사나 수면 등의 생활습관, 성격, 스트레스 등 환자의 삶 자체에도 관심을 가져야 개인별 맞춤화된 한의학적 치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의사의 태도는 제가 전공으로 하는 정신의학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오늘날 노인 관련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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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최근 <플로차트 정신질환의 한방치료> 번역본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최근 물고기 숲 출판사를 통해 <플로차트 정신질환의 한방치료> 역서를 발간했습니다. 니미 마사노리 선생님의 플로차트 시리즈는 경희대 권승원 교수님을 통해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으니, 이미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심플함은 말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중 정신질환을 위주로 다룬 책이 이번에 제가 번역한 <플로차트 정신질환의 한방치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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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 의료의 핵심은 접근성입니다. 제가 이 책을 번역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플로차트 정신질환의 한방치료>은 일차 의료 현장에서 정신질환 또는 정신증상을 치료하는 한의사가 간단하고 부담 없이 한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책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한약 보험적용 현실과 한국의 한약 보험적용 현실은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역자주(譯者註)로 한국에서 건강보험적용 한약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보험한약을 통해 환자분들의 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한의사 역시 큰 부담 없이 처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하여 의료 접근성이 제고되면 더 많은 환자가 한의원에서 정신과적 문제를 치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책을 번역한 두 번째 이유는 적어도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한의사의 임상에서만이라도 한약 치료 비중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환자분들은 대체로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고 의사와 환자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적 관계를 맺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한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뢰 관계 구축, 교감, 상담, 환자의 생활습관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약물 치료가 중요한 상태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약 처방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한의사는 그 시간만큼 환자분과 더 깊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 소개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 책은 한의 임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정신장애 환자분들에게 고려해볼 수 있는 처방을 간단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이 여러 한의사 선생님들에게 처방에 대한 부담과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환자와의 소통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선물 같은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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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현재 발간을 목전에 둔 책이나 향후 교수님께서 직접 집필해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준비 중인 번역서 중 ‘영양 정신의학’을 다룬 책이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영양요법은 아직 주류 의학 (conventional medicine)은 아니지만 비약물 요법의 관점에서 한의사 선생님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 정신장애의 비약물요법과 관련된 일반 대중서를 번역할 예정이며, 현재 출판사를 통해 판권 확인 작업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집필하려는 책은 두 권이 있습니다. 한 권은 공중보건의사 시절 독거노인분들 대상으로 방문 진료를 했던 경험을 담은 책입니다. 초안을 완성한 후 학교에 발령받고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서 미루어두었지만, 조만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다른 한 권은 은사님과 함께 쓰는 책으로 화병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것 역시 미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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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2021년 7월 1일부터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 (이하 EFT)’이 건강보험 비급여로 적용됩니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EFT의 본질과 취지, 건강보험 행위 인정에 대한 교수님의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 EFT: Emotional Freedom Techniques. 경혈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 한의학 경락이론 기반으로 개발된 심신 치료법. 2019년 10월 신의료기술등재. 경혈자리를 일정한 순서로 두드리는 침법과 동시에 본인의 문제가 되는 부분을 마음 깊이 받아들여 치유하는 심리 치료기법인 수용전념 치료의 기법을 통합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부정적 감정 해소 등의 증상 개선 등에 활용하는 치료법입니다 [5,6].


제가 EFT의 ‘본질’을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일차적으로 권고되는 EMDR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Reprocessing, 안구운동 둔감화 재처리법. 안구를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환자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재처리시켜주는 심리 치료법)의 치료 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처럼, EFT 역시 그 치료 메커니즘을 누구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EFT의 치료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인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EFT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내용은 환자가 기억하기 싫은 경험이나 동반된 증상과 관련된 연상 어구를 외면서 경혈점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것을 ‘주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환자가 나쁜 기억에 노출 (exposure)되는 동안 주의분산 (distraction)을 유도하는 과정으로서 EMDR에서도 유사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EMDR은 안구운동을 이용하는 반면, EFT는 주의분산 (distraction)을 위해 경혈점을 두드립니다. 그렇다면 경혈점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단순히 경락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보다, 경혈점은 감각신경이 밀집되어 있거나 실제 해부학적으로도 중요한 부위들이므로 신체 감각자극을 통해 주의분산 (distraction)을 유도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둘째, EFT의 치료 과정에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증상을 수치화하여 환자가 막연한 고통을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용 확언이나 선택 확언 등을 통해 역기능적인 신념을 다루거나, 고통에 대해 수용 (acceptance)적 태도를 갖게 하는 기대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EFT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임상에서 EFT를 이러한 관점에서 사용하며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교육합니다.


셋째, 관련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편입니다만, 몇몇 연구에 따르면 EFT는 우울증 치료에서 CBT (Cognitive Behavior Therapy, 인지행동 치료)에 비해, 그리고 PTSD 치료에서 EMDR에 비해 그 효과 크기가 작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FT는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교육과 시술이 간단하며, 환자 스스로 시행할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EFT는 일차 의료 현장이나 대규모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EFT는 진단명에 구애받지 않고 적용 가능하며, 조건화된 증상 (공포증 등), 과도한 반추 상태, 만성질환이나 통증 등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 자기 혐오적 태도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EFT가 ‘암’이나 ‘난치성 질환’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EFT를 ‘주술행위’라고 비난합니다. 이러한 비난은 EFT를 사용하고 있는 (한)의사, 심리치료사, 코칭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은 환자와 내담자분들의 마음에도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상호존중이 결여된 원색적 비난은 무의미하고 에너지 소모적인 갈등만 초래할 뿐입니다.


지금은 EFT를 조속히 보편적 의료 행위로 정착시키기 위해 한의계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한의계는 EFT 교육을 표준화하고 EFT에 대한 대내외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 환자뿐 아니라 한의계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한 교류를 진행해야 합니다.


Q2.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지 않을 수 없는 시국입니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우려되는 부분과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우울이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코로나 블루 (Corona Blue) 관련 내용은 제가 작년에 K-Medicine 2020 International Online Conference에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7,8].


당시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정신건강 취약인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었습니다. 코로나19는 의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거대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였습니다. 혹자는 이야기합니다. ‘코로나19는 기존의 불평등을 표면화시킨 것일 뿐 불평등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라고.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질병에 대한 이해와 백신 개발이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물론 이는 현재 주요 현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을 맞이하면서 지금은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대한 활발한 담론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코로나 시대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를 겪은 이 사회는 분명 더 나아져야 하고, 나아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를 통해 수면 위로 부상한 여러 불평등 문제, 사회 안전망 관련 문제는 범사회적 노력을 통해 앞으로 개선될 것이며, 이러한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한의계의 역할 역시 확립되리라 기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대구한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김상호 교수님이 하고 계시는 ‘재난 트라우마 한의 의료지원 매뉴얼 개발사업’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경희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님 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불안, 분노 관리에 도움이 되는 심신요법 매뉴얼 [9]’과 유튜브 영상을 제공하고 있으니 활용 바랍니다.


이에 덧붙여 저는 이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코로나 시대를 잘 견디고 있는 자신을 칭찬하며 자신에게 ‘보상’을 주세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다양한 불만족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만족은 때로는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족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만족의 단서를 두 손에 꼭 쥐고 놓치지 않는다면, 크건 작건 열심히 이 시대를 견뎌내고 있는 여러분께 분명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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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나린벗 권찬영 교수님의 블로그를 운영하시게 된 계기, 운영 방향, 블로그가 가지는 개인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는 환자의 의료 선택권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일전에 제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제 블로그 배너에 적혀있듯이 ‘근거중심한의학 정보의 보편화와 환자의 의료 선택권 신장을 통해, 환자가 중심이 되는 한의학을 추구’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이 블로그 운영 방향이기도 합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환자분들이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한의사와 논의하면서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한의사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블로그 운영 초기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것, 내 글이 쌓여간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제게 ‘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공중보건의사 시절에는 하루 포스팅 10개라는 개인적 목표를 설정하고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기가 지나가고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 운영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제가 달성해야 할 성과목표나 정복 대상이 아니라 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블로그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열정만으로 블로그를 이렇게 오랫동안 운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대신 그것이 생활의 일부, 삶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나린벗 블로그는 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자, 제 삶의 일부이고, 미래의 권찬영에게 전하는 현재의 권찬영이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유튜브 채널 운영 계획에 대해 물으셨지요? 사실 공중보건의사 시절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고 싶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인데, 이에 반해 실행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결과물은 없는 편입니다. 당시 계획했던 콘텐츠는 전국의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각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VR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평생 다른 지역을 여행해보지 못하고 해당 마을에만 거주하시는 어르신들께 다른 지역의 멋진 VR 영상을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영상을 보고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다시 유튜브에 업로드해서 해당 영상을 제공한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께 보람을 드린다면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더 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이미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마무리했으니 지금은 실행에 옮길 수 없는 계획이 되었네요. 요즘은 그냥 상상만으로 ‘실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하고 웃어넘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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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연구자로서 KMCRIC에 바라는 점은?


KMCRIC은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한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한의학 비전공자에게 한의학 정보를 소개할 때, KMCRIC 자료를 링크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KMCRIC을 일반인들이 이용할 메리트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딱딱한 형식으로 구성된 불친절한 정보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근거중심한의약 DB’와 관련된 뉴스레터는 원페이퍼 (One paper) 형식의 매력적인 이미지로 제공됩니다. 그런데 막상 클릭해서 콘텐츠에 접속해보면 전공자나 연구자에게 적합한 체계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KMCRIC의 우수한 콘텐츠들이 일반 대중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과 내용으로 개편되기를 바랍니다.


Q2.

선배 연구자로서, 그리고 선배 한의사로서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저 역시 학생, 병원 수련의,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모두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래서 곧 학교를 졸업할 예비 한의사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석에서 애정이 있는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졸업 직후 학생 대부분이 병원이건, 한의원이건, 대학원이건 다른 사람들 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중 큰 열정과 기대를 품고 일에 임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제가 후배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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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빼앗기는 곳을 피하십시오. 노동 강도와 관계없이 후배들의 열정을 착취당하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곳에 대한 선택을 중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후배들의 열정을 키워줄 수 있는 곳이라면, 노동 강도와 관계없이 배우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로, 배우는 과정에서 제 열정을 더 키워나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주위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이것은 비단 한의계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새내기 한의사의 열정’은 개인의 삶, 환자들, 한의계, 그리고 국민 건강 전체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귀중한 원동력입니다. 즉, 여러분의 열정을 빼앗기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졸업 이후 첫 진료나 첫 연구에 임할 때, 자신이 가진 열정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소중하게 키워나가기를 염원합니다. 그 무엇보다 여러분의 시간과 삶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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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 2021년 06월 플로차트 정신질환의 한방치료 / 니미 마사노리, 후루코리 노리오 (지은이) / 권찬영, 장재순 (옮긴이)


[2] 2021년 04월 임상의를 위한 멘탈한방 입문 / 미야우치토모야 (지은이) / 장재순, 권찬영 (옮긴이)


[3] 2021년 01월 항불안제 중단하기 치료자 가이드 / 마이클 W. 오토, Mark H. Pollack (지은이) / 장재순, 최은지, 권찬영 (옮긴이)


[4] 2019년 12월 비뇨기질환의 한방치료 / 스가야 기미오, 가와시마 겐고 (지은이) / 권찬영, 전호준 (옮긴이)


[5] 한의계 최초 신의료기술 ‘감정자유기법’, 건강보험행위 등재. 한의신문. 2021-06-15


[6] 감정자유기법, 경혈‧심리학 결합된 새로운 치료도구…PTSD 환자 치료에 도움. 민족의학신문. 2021-06-24


[7] K-Medicine 2020 International Online Conference


[8] 코로나 블루 관련 학회 발표 내용 동영상


[9] 코로나19 현장에서의 한의사 마음 건강법 지도 매뉴얼. 한의학정신건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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