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얼굴 화끈화끈, 땀 줄줄...갱년기인가요?

여성의 월경이 완전히 멈추는 폐경은 대개 45~60세 사이의 여성에서 나타난다. 폐경기에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해 다양한 질환과 증상을 유발한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는 안면 홍조, 줄줄 흘러내리는 땀, 만성피로, 소화불량, 얼굴·목·가슴·머리 같은 부위의 갑작스러운 오한 등은 대표적인 갱년기 증상이다. 간혹 하혈이 멈추지 않아 빈혈이나 면역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외에도 가슴 두근거림, 피부 건조, 두통, 관절통, 근육통, 우울감, 불면증, 이명 등이 올 수 있다. 심한 경우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로 번지기도 한다.


최근 들어 수술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조기 난소 기능 부진 등으로 폐경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게다가 폐경기 여성 중 30% 정도가 심한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다른 증상 없이 갱년기가 가볍게 지나는 듯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폐경 후 3년 이상 지나면 누구나 노화가 빨라지는 데다 골다공증, 고혈압, 심근경색, 노인성 치매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나타나는 증상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호르몬 치료 같은 약물치료를 해왔다. 이는 유방통·혈전색전증 같은 여성호르몬 치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 유방암 발병 우려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갱년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제때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또 우울감이나 감정 기복이 심하다면 가족이나 주변 지인과 이야기하면서 풀어주는 게 좋다. 홍삼·당귀작약산 등 갱년기에 좋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홍삼은 여성호르몬 수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폐경기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다. 신촌세브란스 산부인과 서석교 교수팀은 45~60세 사이의 폐경 여성 7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홍삼이 폐경 증상을 감소시키고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서 교수팀은 임상 대상 폐경 여성을 무작위로 홍삼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12주간 폐경 증상을 측정했다. 그 결과 홍삼군에서는 36명의 증상이 각각 30%, 33%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36명의 증상이 거의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로 혈중 지질 농도, 고감도 c-반응단백, 경동맥 내막·중막 두께를 측정한 결과 홍삼군에서는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 지질단백질이 각각 20% 줄고 경동맥 내막·중막 두께도 4% 감소했다.


당귀작약산도 폐경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귀·백작약·천궁·적복령·백출·생지황·자감초 등의 한약재로 구성된 당귀작약산은 한의학에서 여성에게 많이 처방하는 한약재 중 하나다. <동의보감>에는 월경이 멎지 않거나 기운이 약해져 피곤하고 나른한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됐다.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융합연구부 고병석 박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당귀작약산이 혈전 생성을 1.9배 정도 억제시키고 혈행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