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꼭 알아야 할 불필요한 병원 의료 100- 미국 전문의학회가 전격 공개한 비권장의료 리스트

내가 받고 있는 의료(검사),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것일까?!
최근 유명 연예인의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을 비롯하여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사 및 병원의 실수로 인한 의료사고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일반인들은 도대체 누구를 어떤 기준을 믿고 자신의 병든 몸을 맡겨야 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2013년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솔선수범하여 병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료 행위(검사) 중에서 불필요한 검사 250가지를 전격 발표했다. 병원의 운영을 위한 경제적인 문제로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닌데도 무조건 권유해서 받게 하는 치료 및 검사들이 만연돼 있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캠페인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일반 독자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100가지 의료 검사를 정리한 것이다. 우리 국내 독자들도 백배 공감하고 주의해야 할 내용들이다.

저자는 도쿄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다. 수의학을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간 의료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수의학과 인간 의료를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동물 의료라는 시점에서 인간 의료를 바라보면 인간 의료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동물 의료를 모르고서는 인간 의료는 알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저자는 수의학을 통해 인간 의료에는 결함, 좀 더 구체적으로는 ‘불필요한 의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수의사가 아니라 정보 제공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기로 마음먹고 대형 출판사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간 의료와 관련된 취재를 해오고 있다. 취재자들 중에는 의외로 의사와 영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수의학계에 몸담았던 때문인지 좋게 말해 냉정하게 인간 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다. 저자의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도 그의 이런 시각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의사도 아니지만, 의사가 아니니까’라는 생각에서인지 종종 병에 대한 상담을 해오곤 한다. 최근에도 한 분으로부터 “암 진단을 받았다. 어떤 치료를 받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저자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참고가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고작인데, 요즘 들어 부쩍 비슷한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장암 진단을 받아 개복수술을 받게 됐어요. 정말 개복수술이 필요할까요?”
“요통 때문에 등뼈를 자르는 수술을 받으라는데 먹는 약이나 붙이는 약을 쓰면서 지켜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전립선암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전립선에 주사를 꽂아 하는 정밀검사를 받게 됐습니다. 불안합니다.”
“유방암 X선을 이용한 유방촬영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타나서 유방에 주사를 꽂아 하는 정밀검사를 받게 됐어요. 제가 암일까요?”

죽을 수도 있는 병은 개인에게는 큰 사건이다. 많은 경우 심각한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리고 틀림없이 ‘의미 없는 검사는 받고 싶지 않다’, ‘꼭 낫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환자들은 마치 ‘길 잃은 어린 양’이 되곤 한다. 어떤 것이 의미 있는 검사이고 치료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관습, 돈, 명예 등이 복잡하게 얽혀 의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바꿔 말하면 쓸모없는 부분이 다수 존재하는데도 이것이 알려지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이야기다.

저자가 책을 쓴 계기도 바로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의미 있는 검사를 받고 싶다’, ‘꼭 낫고 싶다’는 사람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의료계에서 의료정보의 기반을 정비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그 토대로서 ‘꼭 받아야 하는 의료’, ‘불필요한 의료’의 정체를 이 책에서 낱낱이 밝히고 있다.

의료에 불안과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의료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불안과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2014년 4월 기존의 의료 상식을 뒤집는 사건이 있었다. 일본종합건강검진학회가 중심이 돼 혈압과 혈당치, 콜레스테롤 등의 검사치로 건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독자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본고혈압학회, 일본당뇨병학회 등 전문적인 학회가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기준을 만들어왔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비전문학회가 전문학회의 견해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데 있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은 일본고혈압학회가 2014년에 발표한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축기혈압, 즉 ‘최고혈압’이 140mmHg 이상, 확장기혈압, 즉 ‘최저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최고혈압이 130-139, 최저혈압이 85-89는 정상고치혈압(전 고혈압 또는 스테이지 I? 옮긴이)으로 요주의군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일본종합건강검진학회는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중 건강하다고 판단된 1만5,000명을 추출한 데이터에서 최고혈압이 147, 최저혈압이 94까지가 건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고혈압 진단을 받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건강한 것으로 판단이 바뀔 수 있어 “지금까지 먹은 약은 대체 뭔가?” “치료를 하는 의미는 있는가?” “그럼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가?” “147/94 정도 수준이면 치료가 필요 없다는 말인가?” 등과 같은 논쟁을 일으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논쟁에 일반인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건강하면 의료는 가능한 가까이 하고 싶지 않고 관심조차 갖지 않는 존재다. 그런데 일단 자신이나 가족이 병에 걸리면 지금까지 거들떠보지도 않던 의료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의료기관에 대한 불만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돼버렸다. 질병이 많아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최근 십여 년을 되돌아보면 도쿄여자의과대학의 의료사고(2014년 2월 목의 종양제거수술을 받은 만 2세 남아에 수술 시 프로포폴을 사용, 사망한 사건?옮긴이)와 이후 은폐사건이 큰 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사건 이후 TV 등 언론에서는 의료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2004년 야마사키 도요코(山崎豊) 씨의 의료과오를 주제로 한 <하얀 거탑>이 후지TV에서 25년 만에 리메이크돼 크게 히트를 친 것은 의료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분출된 요즘 세태가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의료소송 건수도 2004년도를 전후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1년 ‘수료(受療)행동조사’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불만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31퍼센트에 달했다. 많은 일본인들에게 의료는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의료에 불만을 갖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었다. 의료가 경제를 좌우하는 요소로 주목받게 된 것도 의료가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는 데 한몫했다. 최근 십여 년은 일본 경제에는 시련의 세월이었다. 일본의 GDP(국내총생산)는 2000년을 전후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일반 가정의 소득이 늘지 않고 꽁꽁 묶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이나 개호보험에는 누구나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환자가 늘면서 의료 관련 지출도 늘었다. 가뜩이나 가벼운 호주머니에서 의료비 지출까지 늘었으니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료에 대한 시선은 날로 따가워졌고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언론이 의료와 돈의 문제를 자주 다룬 것도 한몫했다. 일본의 국민의료비는 2011년도에 38조 5,850억 엔을 기록하는 등 국가예산의 40퍼센트 수준까지 불어났다. 요즘은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헬스케어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이를 다룬 기사들이 신문지상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때 종합건강검진 등 의료 관련 문제가 터지면서 일본인들을 크게 흔들어 놨다.

일본에서는 의료에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을 때, 미국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여기에는 쓸모없는 의료에 불만을 느끼고 꼭 필요한 의료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넘쳐나는 정보에 혼란스러운 환자들
저자가 병에 걸린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의 상담을 해오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환자나 그 가족들이 인터넷 정보를 샅샅이 찾아 열심히 읽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에는 일단 병에 걸리면 서점이나 도서관을 돌며 몇 안 되는 입문서를 찾아보거나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전문서적을 읽는 정도였다. 그러나 블로그 등이 늘어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상당히 전문적인 정보도 전 세계에서 수집할 수가 있다. 사실 ‘위키피디아’의 정보도 참고가 되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이 일반화되면서 인터넷에 질문을 올리면 답변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의 네트워크까지 이용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제 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의료기관만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제 판은 완전히 달라져 비교적 쉽게 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오히려 이용자들이 넘쳐나는 정보 때문에 혼란에 빠지고 있다. 얼마 전 당뇨병과 고혈압 분야의 50대 의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요즘은 내원하는 환자 분들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찾고 계신데 의료 정보가 어렵다 보니 충분히 이해가 안 되는 거죠. 결국 노래방에서 노래가 너무 많아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지 모르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인터넷에 의료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환자들이 이를 다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히트곡 몇 개만 알고 있으면 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의료소송이 아니라 인터넷 정보의 홍수였다. 여기서 환자를 구원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료계가 솔선해서 이정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내과전문의인정기구재단(ABIM Foundation=ABIM재단)이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미국의학회의 71개 학회가 불필요한 의료를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하에 2013년까지 50개 학회가 불필요한 의료를 발표했다. ‘Choosing Wisely(현명한 선택)’, 즉 ‘현명하게 선택하자’는 캠페인이다. 발표된 내용들 중에는 매우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에서 전문성이 높은 것까지 다양하다.

“아이에게 감기약을 처방해줬는데 1만 원(1000엔)은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에 갔는데 CT촬영을 했다. 10만 원(만 엔) 가까이 들었는데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지금 다니는 진료소에 가면 매번 갈 때마다 청력 정밀검사를 받는데 비용 부담이 너무 큽니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의료문제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의료행위를 모두 알려주고 있다. 캠페인이 시작된 2011년 이후 참여한 학회에 소속된 의사 수를 보면, 미국 내 의사의 80퍼센트가 소속 학회를 통해 이 캠페인에 관여하고 있어 그야말로 거국적인 캠페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비권장의료’가 250개를 넘어섰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깊은 관련이 있는 의료행위를 추려 100개 항목의 의료를 소개한다. 향후 연구가 진행되면서 권장의료가 비권장의료가 되거나 비권장의료가 권장의료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둔다.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미국 의학회가 적어도 발표 시점에서는 최선이라고 판단된 내용을 발표한 것만은 분명하다. 여러분과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