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의 침묵 몸의 반란- 농사꾼 천규석과 의사 황성수의 땅살림, 몸살림 이야기

농부와 의사, 땅을 살리고 사람을 치유하다

농부와 의사가 뭉쳤다. 딱히 떠오를만한 공통분모가 보이지 않는 농부와 의사가 땅을 살리고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모았다. 기업농, 관행농, 기계농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이 걱정스런 시대에 평생 유기농, 소농, 두레공동체를 실천해 온 농부, 천규석 선생. 사람의 몸을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보지 못하는 분업화와 갈수록 대형화되는 우리 의료현실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이 우리 몸을 얼마나 단련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의사 황성수 선생. 두 분 선생은 책을 통해 이처럼 기존 제도의 모순을 극복하고 우리 삶의 기본인 땅을 살리고 더불어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솔직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실천방안을 내놓고 있다.

당뇨병협동조합과 의농연대,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책에서는 농업과 의료가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모색된다. 의사는 농업현장을 찾아 사람의 생명유지에 필수요건인 먹거리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아야 하고, 농부는 자신의 만든 작물이 사람에게 어떤 의학적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의농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당뇨병협동조합은 이번 책에서 처음 제기되는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이다. 한국의 당뇨병 사망률은 10만 명당 35.3명으로 OECD 국가 평균(13.7명)의 2.5배에 달한다. 2030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국민 7명 중 1명에 이르러 고혈압을 제치고 국민병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책에서는 당뇨병협동조합을 생산자협동조합과 소비자협동조합으로 나눠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교육도 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병에 대해 공유하는 집단이 생김으로 해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생산자협동조합은 사내 식당 등 단체 급식시설에 환자를 위한 치유식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당뇨병협동조

‘딸깍발이’ 농부와 의사

‘딸깍발이’란 우리말이 있다. 신이 없어서 마른날에도 나막신을 신는다는 뜻으로, 가난한 선비를 말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분명한 철학과 믿음에 따라 자신의 길을 선택해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사람을 비유하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 두 분의 ‘딸깍발이’가 있다. 옹골진 농사꾼 천규석 선생과 현미채식 의사 황성수 선생이다. 천규석 선생은 오랫동안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억제하는 유기농과 소농두레를 평생 실천하고 있는 농사꾼이다. 1990년에는 이런 유기농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운동인 생활협동조합 ‘대구한살림’을 만들었으며 5년 뒤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자급과 자치를 실천하는 공생농두레 농장을 창녕군 남지읍 수개리에 마련했다. 수개농장은 소유는 하되 공동으로 경작하고 이를 도시인들과 나눠 소비하는,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공동체다. 천규석 선생은 유기농, 소농(小農), 도농공동체를 한결같이 실천해 온 분이다.
황성수 선생은 현미채식 의사로 더 알려져 있다. 선생은 약과 수술 대신 현미와 채식으로 병을 고치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가르치는 의사’다. 뇌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생활습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현미밥과 채식의 음식처방을 통해 병세를 호전시켜 예방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황성수 선생은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과장으로 겉으로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수술과 약이 중심이 되는 대형병원의 특성상, 집단의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함으로 인해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본래 세상이 그런 것 아닌가 생각을 하고 본인이 거기에 맞붙어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요. 환자들에 대해서는 나름의 신념대로 해야 되니까 공격을 받을 때 피하면서 환자들에게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그렇게 됐죠. 그 사람들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 힘을 가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쫓아낸 것이죠. 사실관계를 따지면 이건 폭력이고 불법이었습니다. 의사는 개인적인 직업이기도 하지만 의사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직업입니다.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민을 당연히 많이 해야 되죠.”

옹골찬 농사꾼과 현미채식 의사

이 책은 지은이와 두 분 선생의 대화 형식이지만 지은이가 따로 인터뷰한 내용을 대화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1장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농부의 이야기를 실었다. 천규석 선생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 한 스승을 만나게 될 것이다. 2장에서는 땅을 치유하는 의사의 이야기를 옮겼다. 우리가 지금까지 옳다고 믿은 생각들에 대해 황성수 선생만의 진실한 다른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3장에서는 농부와 의사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의료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4장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거나 앞으로 논쟁이 필요한 대목들에 대해 철저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쟁을 벌인다. 농약, 협동조합, 채식, 방사능 등이 대상이다. 5장은 두 분 선생님이 생각하는 개념들을 기록했다. 땅, 밥, 농사, 두레·공동체, 국가, 건강, 가족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지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