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내경 : 소문

동양의학 2천년의 밑그림을 완성한 경전

<황제내경_소문>은 처방집이 아니라 철학론이다.
사람이란 무엇이며, 몸과 병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가장 중요한 물음에 대한 지성의 대답이다.


동양의학은 2천 년 전에 완성되었다. 중국의 진한시대에 완성된 이 의학은 2천 년 간 동양사회 백성들의 삶을 떠받쳤다. 그런데 불과 2백 년 전에 들어온 서양의학이 그 이전 2천 년간 진리라고 여겨왔던 서양의학을 미신의 자리로 몰아냈다. 지금은 서양의학의 관점으로 병을 보고 몸을 본다. 이것은 서양의학이 동양의학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모든 병을 고쳐주는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병원을 다녀온 뒤로 의사가 이름 붙여준 그 병의 환자로 전락한다. 모르고 지냈던 것들이 모든 병명을 달고 세상에 드러난다. 오히려 병이 더 많아졌다. 병원은 날로 늘어나고 환자는 병원 문에 줄지어 섰다. 무엇이 문제일까?

서양의학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눈에 띄게 발전을 해왔지만, 그 발전의 밑바탕에 해부학이 놓였다는 것을 잊기 쉽다. 해부학은 산 사람이 아니라 주검을 해부해서 그 작동원리를 찾아내는 학문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주검과 다르다. 어떤 점이 주검과 다를까? 바로 이에 대한 질문이 서양의학에는 없다. 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의사 앞에 눕혀진 몸은 자동차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부러지면 붙이고 닳으면 새 것으로 갈아치우는 것이다. 해부학에 바탕을 둔 서양의학은 이런 숙명을 벗어날 수 없다.

동양의학은 사람과 주검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한다. 그리고 그 차이는 기운(氣)이라고 결론 내린다. 기운이 사람의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관찰하고 그것을 이론으로 정리한다. 바로 그 과정에서 활용된 이론이 춘추전국시대에 한 학파로 자리 잡은 음양오행론이다. 이에 따르면 건강과 병이란, 5장6부가 균형을 이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의 균형이 무너지면 그것이 병이고, 무너진 균형을 찾으면 병이 건강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결국 의학이란 이 불균형을 바로잡는 모든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2천 년 전의 의원들이 수많은 논쟁을 통해 얻어낸 귀한 경험과 이론을 정리한 책이『황제내경』이다. 특히 『황제내경』 2권 중의 하나인 「소문」은, 동양의학의 밑바탕을 이루는 책이다. 그래서 세세한 처방이나 해결책보다는 몸과 병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가 하는 의학 철학으로 채워졌다. 이런 관점은 이후 2천 년 동안이나 동양사회를 굳건히 떠받친 이론이 될 수 있었다.

황제내경은 「소문」과 「영추」 2가지다. 「영추」는 이미 주해자가 번역했다. 동양의학의 밑그림을 놓은 책인 만큼 번역본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의학 서적이란 전문가끼리 돌려보는 책이어서 일반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작 어렵고 중요한 용어 한문 그대로 두고 옮겼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바로 이런 점을 두고 오래 고민한 저자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로 옮긴 것이 이 책이다.

동양의학은 서양의학에서 보지 못하는 새로운 안목을 열어준다. 병을 병으로만 보고 쳐부수어야 할 적으로 간주하면 결국 자신의 몸을 죽이는 결과에 이른다는 것이 동양의학의 기본시각이다. 따라서 병든 곳을 잘라내고 없앨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고민하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아서 몸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을 때이다. 그럴 때 『황제내경 - 소문』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