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 - 대체의학의 진실 (원제 Trick or Treatment: The Undeniable Facts about Alternative Medicine, 2008)
  • 카테고리
    건강정보
    저자

    사이먼 싱 | 에트차르트 에른스트 (지은이) | 한상연 (옮긴이)

    출판사
    윤출판
    페이지
    반양장본 | 344쪽 | 223*152mm (A5신) | 595g
    ISBN
    9791195088386
    출판일
    2015-08-25
    링크

‘해독요법’, ‘면역력 강화’, ‘말기 암 치료’… 온갖 종류의 대체의학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두 번쯤, 아마도 입소문에 의지해, 대체의학 치료법이나 건강법을 경험하거나 찾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명한 대체의학 치료법 가운데에는 중학생 수준의 과학지식으로 살펴보아도 어처구니없는 것들이 많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으며, 자신의 몸을 맡기고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할까?

이 책은 대체의학의 대표 격인 침, 약초 요법, 동종요법, 카이로프랙틱을 들어 실제 치료 효과를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를 ‘엄정한 과학’의 잣대로 평가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침과 한약 (약초 요법)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침과 한약을 대체의학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불과 1세기 전까지만 해도 이 땅에서는 주류 의학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종요법이나 카이로프랙틱 같은 서양의 대체의학과 동일한 선반에 올려놓고 판단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동양의학은 현대의학과 원리가 다르며 동양의학에는 과학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원리가 어떠하든 환자로서는 치료를 받고 병이 낫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치료가 되느냐 안 되느냐, 치료 과정이 안전한가 위험한가 하는 것이다. 침이 실제 치료 효과가 있다면, 현대 과학이 기와 경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침의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대체의학을 바라본다는 데에 있다. 치료 메커니즘을 분석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체의학의 실제 효과에 주목한다. 후일 과학이 우리 몸속에서 기와 경혈을 찾아낸다 해도, 치료 효과를 측정한 결과치는 달라질 것이 없으므로 이 책의 결론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그런데 현상적으로 보면 대체의학이 인기를 끈다는 게 결국 치료 효과가 있다는 말이 아닐까? “누구누구가 이렇게 해서 나았대…”, “병원에서 포기한 환자였는데…”,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많다니까.” 모두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전통 있는 대체의학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생겨나는, 때로는 황당무계한 치료법과 건강법에는 이와 같은 후일담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러나 일화의 집합이 데이터는 아니다.
 
대체의학의 치료 효과를 밝히기 위해 이 책의 저자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근거중심의학이다. 근거중심의학에서는 환자를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 환자는 물론 치료자까지도 모르게 함으로써 심리적 요인을 제거해 실제 치료 효과만을 측정하는 ‘이중맹검시험’, 동일한 치료법에 대한 수많은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하는 ‘메타분석’으로 대체의학의 치료 효과를 판가름한다.


대체의학의 치료 효과

1. 침
 
서구에서 침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침에 대한 연구는 17세기 무렵부터 이루어졌지만, 아편전쟁을 계기로 중국, 동양을 배척하게 되면서 쇠락한다. 그러다 1971년, 미국 국무장관이던 키신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기적의 치료법’으로 서구에 재등장했으며, 침에 대해 많은 임상시험이 실행되었다. 1979년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침의 효과를 인정하는 보고서를 낸 이후 서구에서 침 치료가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20세기 말 유럽의 침술사 수는 8만 8천 명을 넘어섰으며 2천만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침의 원리는 경혈을 자극해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질환을 치료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경혈과 기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면 침의 효과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플라세보 효과이다. 침이 실제로 몸에 닿고 따끔하는 가벼운 통증이 있는 게 플라세보 효과를 극대화한다. 플라세보효과를 차단한 ‘위약 대조군 비교시험’ 결과, 침은 몇 가지 유형의 통증과 구역질에만 효과를 보일 뿐, 대부분의 질환에는 효과가 없다. 지압, 뜸, 전기침 등도 마찬가지이다.

2. 동종요법
 
‘비슷한 것이 비슷한 것을 치료한다.’는 생각. 어떤 질병,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다면, 그것을 아주 소량만 넣어서 만든 약물로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시장 규모가 점점 커져, 미국의 경우 동종요법 업계의 연간 매출액은 1987년 3억 달러이던 것이 2000년 15억 달러로 5배 늘어났고, 유럽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적으로 볼 때 동종요법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동종요법사가 흔히 사용하는 30C 치료제는 치료제를 물이나 알코올에 배 희석한 것이고, 여기에는 치료제의 분자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수백 건의 임상시험 결과, 특정 질환에 동종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3. 카이로프랙틱

척추교정으로 ‘모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치료법이다. 그나마 요통 치료에는 현대의학의 물리치료와 비슷한 정도의 효과가 있지만, 그 외의 질환에는 효과가 없다. 특히 목뼈 교정은 매우 위험하다.

4. 약초 요법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되고 널리 이용되는 치료법이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유효성분을 추출해 만든 약이 현대의학으로 편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체의학 약초 요법 가운데에는 ‘세인트존스워트’같이 가벼운 우울증에는 현대의학의 약보다 더 효과가 있는 약초도 있지만, 여전히 유효성과 안전성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의 결론은 당황스러우리만큼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도출해 내고 독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혈로 사망한 조지 워싱턴, 위인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통계학자 나이팅게일, 아스피린의 발명 과정 등을 읽다 보면, 암흑시대의 의료에서 현대의학으로 발전하기까지의 의학의 역사, 약리학과 임상시험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진지한 주제에도 유머를 잘 버무리는 재주를 가진 작가 사이먼 싱은 이 책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원제는 핼러윈데이에 무서운 복장을 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외치는 ‘사탕 안 주면 장난칠 거야!’에서 따온 말인데, ‘속임수냐 사탕이냐’가 이 책에서는 ‘속임수냐 치료냐’의 의미로 쓰였다. 책 서두에 찰스 황태자에게 바친다는 헌사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대체의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황태자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오히려 이 책은 본문에서 몇 차례 인용한 ‘현대의 미신과 싸운 투사 칼 세이건’에 대한 저자의 오마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영미권과 일본에서 많은 논란을 낳은 책이고, 한국에서는 더 큰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모든 대체의학을 플라세보 효과라거나 단순한 사기라는 저자들의 주장을 바로 수긍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을 따라서 경험담이나 주장을 ‘따져보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문제를 과학으로 풀 수는 없지만, 과학적 방법이 진실을 파악하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