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숙의 자연 치유- 치유를 위한 비움과 알아차림 명상, 요가, 그리고 자연식

진정으로 치유를 원한다면 몸을 해치고 학대하는 행위를 멈추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원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 모든 것을 용서하고 조건 없이 포용하는
자연의 힘에 전부를 내맡기고 의지하여야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워야만
그 비운 곳의 밑바닥에서 새싹이 솟아나오기 때문입니다.”

―문숙

몸과 마음의 치유를 찾아나선 배우 문숙,
그녀가 만난 명상과 요가, 자연식, 그리고 깊은 의식의 변화


화려한 배우의 삶을 떠나 집착과 욕망마저 내려놓은 채 ‘자유로운 존재’로 살게 되기까지, 배우 문숙이 자신이 걸어온 길과 그 길 위에서 깨달은 이야기를 속 깊게 풀어 놓았다. 간단치 않은 삶의 경험, 오랜 수련과 깊은 통찰에서 나온 깨달음, 거기에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문장들이 책을 펴는 순간부터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이 책은 2015년 7월에 출간된, 몸과 마음의 건강과 치유에 좋은 60가지 자연식 레시피를 담은 ?문숙의 자연식?과 함께, ‘배우 문숙’이 어떻게 ‘자연 치유가 문숙’으로 변화하고 성장했으며, ‘자연스런 삶’ ‘치유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당당하고 아름답게 들려주고 있다.
최근 40년 만에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출연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던 문숙은, 〈태양 닮은 소녀〉와 〈삼포 가는 길〉로 1975년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서로 깊이 사랑했던 이만희 감독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충격과 혼란에 빠져 배우 생활을 중단하고 197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후 40년 가까이 그녀는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안고 끝없는 모색의 삶을 살아왔다.
한때는 내면의 허기를 채우고자 명품과 최신 유행을 좇기도 하고, 자신의 고통을 위로해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기도 하고, 초자연적인 힘 앞에 막무가내로 기도를 하고 열심히 책을 찾아 읽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바깥을 향해 구하는 방식으로는 단지 순간의 위로와 평안함을 얻을 뿐이었다. 그런 시절, 그녀는 서점에서 문득 발등에 떨어진 책 한 권에 이끌려 요가와 명상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책 속의 구절구절이 모두 자신을 위한 말 같았다. 그녀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받아들였다.
명상의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곧 요가를 만났다. 그녀는 명상과 요가를 만난 것이 자기 인생을 바꾼 ‘획기적인 사건’이었으며, 이때부터 밖이 아니라 ‘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후 음식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 매크로바이오틱, 아유르베딕 식이요법, 음양오행식 등 자연 치유식 공부도 전문적으로 하게 된다.
그렇게 40년이 흐른 뒤, 그녀는 요가와 명상, 거기에 자연식까지 아우르는 ‘자연 치유 전문가’가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검정 고무신에 헐렁한 바지, 질끈 묶은 흰 생머리, 햇볕에 탄 피부, 화장기 없는 건강한 얼굴, 예순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서 자연스런 삶, 자유로운 삶이란 어떤 것인지,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데 명상과 요가, 음식이 어떤 도움을 주는지 등을 이 책에서 온 마음을 다해 들려주고 있다.

내려놓을 수 있는 욕구만큼만 빈 공간이 생기고
그 빈 공간만큼만 치유가 가능하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루어졌다. 1부는 하와이의 마우이 섬에 들어가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2부에서 4부까지는 그녀가 만난 명상, 요가, 자연식 이야기를 순서대로 담고 있다. 마지막 5부에서는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금 당장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해 절실한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우이 섬에서 그녀의 일상은 마치 수도자들의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새벽 5시쯤 일어나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을 하며, 사람 얼굴 한 번 보지 않는 날도 수두룩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발코니에 걸터앉아 고양이의 털을 다듬으며 벼룩을 잡아주기도 하고 돌 사이로 비집고 끼어든 잡초를 뽑기도 하면서 한나절을 보내는가 하면, 바나나나무 둥지 안으로 들어가 누렇게 변한 떡잎을 자르면서 바나나나무와 하나가 되기도 한다. 새빨갛게 익은 수리남 체리를 따서 입에 넣으며 단순한 삶의 충만함을 맛보기도 하고, 뜸이 잘 든 호박 현미밥에 구수한 채소 된장국을 곁들인 소박한 식사로 몸과 마음의 평화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방식이지만, 막상 그곳에 혼자 놓인다면 엄습하는 외로움과 불안, 두려움에 며칠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뉴욕에 사는 친구가 찾아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죽은 듯이 외로워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문숙은 마우이의 오두막을 자신이 마음 놓고 외로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외로운 것이 두렵고 불안해서는 자기 자신을 오롯이 만날 수 없으며, 자기 자신을 만나지 않고서는 자신을 비울 수 없고, 비움이 없이는 치유가 시작되지 못한다(18쪽)”는 것이다. 욕구를 내려놓고 내면에 공간을 마련해 그곳으로 우주의 기운이 흐르도록 할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치유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소음이 적어 댓잎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도 들을 수 있고 현란한 조명이 없어 희끄무레한 달 무지개도 볼 수 있는 곳, 그런 곳에서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박한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고, 잔디를 비집고 올라오는 노란 민들레꽃 속에서 신의 얼굴을 보며, 하늘을 향해 부르는 들꽃들의 노래 속에서 진정한 치유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 이것이 결국 명상이며, 순간순간 깨어 있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만큼 간단할 리 없다.

진정으로 치유를 원한다면 몸을 해치고 학대하는 행위 대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필요하다


문숙은 한국을 떠난 이후 오랫동안 밀려오는 욕망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물질적인 욕구와 정신적 허전함을 채우는 것에만 전념을 다했다. 세계 최고의 유행을 쫒아 뉴욕, 파리, 도쿄, 런던 밀라노, 홍콩 등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했고, 속옷까지 최고의 명품으로 치장했으며, 이름난 음식점에서 최상의 요리와 와인들을 맛보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아무리 값비싼 물건들로 여행 가방을 채우고 최상의 음식들로 배를 채워도 메워지지 않는 허전함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다시 방향을 돌려 그림을 전공해 플로리다의 린에린 예술대학에서 총장대상을 받으며 졸업을 하고, 신문과 잡지에 얼굴이 오르내리는 화려한 개인전의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서 알 수 없는 두통과 몸의 통증, 스트레스 등으로 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특별한 병명은 없으니 그저 진통제만 처방해 주겠다는 의사의 말에 동의할 수 없어 그녀는 직접 방법을 찾아 나섰고, 그 과정에서 자연요법과 치유식, 요가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두통과 몸의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요가 선생의 권유로 미국에서 제일 높은 시에라네바다 산맥 북부 오지로 무기한 묵언 명상 수련을 떠난다. 설령 일이 잘못돼 죽더라도 내가 누군지는 알고 죽어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명상 서적이 발등에 떨어진 때로부터 12년 후의 일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환상으로 인한 끔찍한 고통을 견뎌내고, 마침내 순수한 에너지 외에는 몸도 느낌도 생각도 사라지고 없는 경지를 체험한다. 자아의 몸을 벗은 순수 의식이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결국, 머리의 두통도 몸의 고통도 그녀를 놓아주고, 사랑도 미움도 탐욕도 그녀를 놓아주었다.
몸이 아픈 사람 중에는 뜻밖에도 분노나 탐욕, 허영심, 자만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병의 의지ill will’를 키워서 아픈 사람이 많다고 그녀는 말한다. 병의 의지란 ‘병에 걸리고 싶어 하는 의지’를 말한다. “언뜻 들으면 뭔가 잘못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그런 일은 의외로 빈번하다”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습관이나 병의 의지로부터 오는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순수하게 지켜보는 마음의 눈’이 필요하다.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조용히 내면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나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을 집중하여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정기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명상이다.”(87쪽)
그리고 이처럼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비우는 명상의 유용한 도구가 그녀에게는 요가였다. 마흔 살이 다 되어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요가였으나, 이제 그녀는 “그 후 20여 년 동안, 나는 요가가 ‘뻣뻣한 몸을 부드럽게 하고 병들어 가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련’을 넘어 다른 많은 놀라운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그동안 찾고 있던 삶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94쪽)고 술회한다.

어디에 있든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음, 그리고 홀로 깨어 있음

무엇을 먹느냐도 병과 건강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당신이 먹는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모습이 변하고 성격과 마음까지도 달라진다. 그녀는 대형 식품점 계산대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면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의 생긴 모습이나 건강 상태를 그대로 말해주는 듯한 식품들로 바구니를 채우고 있다”면서, “아직 나이가 젊은 사람들일 경우에는 그 사람의 미래의 모습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138쪽)고 흥미로운 사실을 환기시킨다.
치유식도 새로운 몸을 위해 공간을 마련하고 비우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명상이나 요가와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즐겨 먹던 음식들을 중단하고 해가 되는 버릇과 행동을 절제하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도 놓아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삶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애착심을 일으키는 것일수록 그것을 마음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은 욕구 그 자체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워야만 그 비운 곳의 밑바닥에서 새싹이 솟아나오기 때문이다.”(159쪽)
마지막으로 그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행성, “신들의 거룩한 정원”인 지구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한다. 이 행성에 가장 늦게 도착해 가장 짧은 시간에 통째로 거덜내고 있는 무례하고 무지한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임을 자각하고, 수많은 생명체들과 행성을 나눠 쓰는 존재로서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부터 되찾자고 말이다. 신에게 기도를 드릴 때에도 더 이상 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구하는 기도가 아니라 그저 감사하다는 말 외엔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기도를 드릴 수 있기를 그녀는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작은 것들로 충만함을 누릴 줄 아는 마음을 정성들여 길러야 할 것”이고, “깨어 있는 의식이 이끄는 삶”을 지금 바로 선택해야 한다는 말로 그녀는 책을 맺고 있다.

최근 그녀는 마우이의 오두막에서 떠나와 복잡한 서울의 한복판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곳이 어디든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차茶를 다린다. 차를 다려 조상님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올리고 난 뒤 자신도 차를 마신다. 일종의 묵언 행위 명상인 셈이다. 그러고 나서는 간단히 요가를 하고 아침 식사도 간단히 한다. 방송과 강연, 인터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오전에는 주로 묵언으로 지내고, 일주일에 하루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홀로 있는 시간’을 보내며 여전히 ‘참나’를 향한 마음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