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아주 사적인 알츠하이머의 기록 (원제 Slow Dancing with a Stranger: Lost and Found in the Age of Alzheimer's, 2014년)

방송 기자이자 앵커인 저자 메릴 코머는, 어느날부터 남편이 느닷없이 분노를 폭발하거나 전에 보이지 않던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면서부터 부부 사이에 끼어든 ‘낯선 이’와 더불어 살게 된다. 2년만에 가까스로 받은 공식 진단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이자 간병인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은 무려 20년간 이어진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임감 있게 대처하고자 노력했던 저자가 온몸으로 겪어낸 경험과,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또 사회에 던지는 많은 질문들은, 국내 알츠하이머병 환자 70만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무수한 질문을 다시 던지며 병의 실상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촉구한다.

치매에 걸린 이 사람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일까 아닐까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이며, 사랑은 무엇인가.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은 사랑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배우자나 부모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느 선까지 돌볼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내가 남편과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겪었던 모든 일들을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 다음으로 두려워하는 일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가 되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아파하고, 혹시 나도 그처럼 기억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고는 한다. 그들 곁에서 그들만큼이나, 어쩌면 기억을 하지 못하는 그들보다도 더 힘들어하는 간병인들을 두고 우리는 치매의 직접적인 영향에만 너무 치중하는 것은 아닐까. 치매의 사회적 비용이 10조를 넘어선 지금, 알츠하이머병은 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질병이다.

우리가 무심히 넘기는 일상의 순간순간 도처에 알츠하이머병은 모습을 감춘 채 도사리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바로 마주하는 것이 이 병을 극복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