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 - 치매의 진행이 멈추고 가족이 웃음을 되찾는 돌봄

"노인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이상한 행동을 시작하면 가족에겐 비상이 걸린다. 어떤 가족은 ‘우리는 잘 모르니까…’라며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생각을 먼저 하기도 하고, 어떤 가족은 ‘치매와 싸워서 엄마를 낫게 할 거야’ 하며 마음을 다진다. “엄마, 그러면 안 돼.” “엄마, 제발 그만 좀.” 치매와 싸우다보면 결국 환자와 싸우게 된다. 

암의 경우 싸울지 말지는 대체로 환자 스스로 결단한다. 그런데 치매는 어떨까. 본인은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데 가족은 비장한 경우가 실제로 많다. 심지어 가족이 엉뚱한 방식으로 치매와 싸우다가 소중한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 


치매와 싸우지 말라니, 그럼 엄마를 포기해?

치매는 암처럼 수술이나 약물로 나을 수 없다. 뇌의 위축이 개선되거나 죽은 세포가 살아나는 치매 약은 없다. 그럼 싸우지 말고 엄마를 포기하란 말인가? 싸우지 않으면 오히려 길이 열릴 수 있다. 싸우지 않는다는 건 환자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고, 할 수 없게 된 일은 강요하지 않으면서 반대로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대신 해주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관점을 바꾸면 불필요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한밤중에 계속 노래를 부르는 와상상태의 할머니가 있다. ‘어떻게든 해주세요’라고 호소하는 가족에게 의사는 어떤 처방을 할까? 저자 나가오 의사는 수면제를 처방한다, 간병하는 가족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쪽은 환자가 아니라 가족이니까. 


이 책을 통해, 가족의 대응 방법에 따라 치매 환자의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국 치매란 당사자의 문제일 뿐 아니라 가족의 문제입니다. 허망한 싸움을 벌이는 쪽은 가족이니까요. 가족들이 환자와 치매를 상대로 어떻게든 이겨보려 하는 것입니다. 가족이 져주면 대부분이 해결되는데 말이죠.(9쪽, 서문에서)


치매를 낫게 할 수는 없지만 진행을 멈출 수는 있다. 기억을 못하고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환자가 즐겁게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치매의 진행이 멈추고 가족이 웃음을 되찾는 돌봄이 있다. 진행을 멈추려면 올바른 약 처방과 간병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치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가족들이 “우리는 모르니까…” 하면서 병원이나 시설에 모두 맡겨서는 좋아질 수 없다. 


왜 며느리가 돈을 훔쳐갔다고 할까?

이 약이 맞는지, 새로 나타난 주변증상이 치매 약의 부작용은 아닌지…. 치매는 다른 질병처럼 검사를 통해 변화를 측정할 수 없다. 약이 듣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 아니고 가족이다. 약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고, 때로 약을 줄여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치매는 ‘뇌 질환’이면서 ‘관계성 장애’이다. 관계성 장애란 문자 그대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이 잘 유지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왜 할머니들은 ‘며느리가 돈을 훔쳐갔다’라는 피해망상이 많이 나타날까? (치매 가족이라면 입술을 깨무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가정 내에서 며느리와 힘 관계 역전에 주목한다. 증상 개선의 길은 약보다 관계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조기진단과 조기치료’ ‘좋은 의사 고르는 법’ ‘치매 검사와 관찰법’ ‘치매 약과 부작용’ 등 치매에 대처할 수 있는 실전적인 지식이 담겨 있다. 또한 ‘치매는 노화일까, 병일까’ ‘건망증과 치매의 경계’ ‘방치하고 지켜보는 돌봄’ 등 치매에 대해 관점을 달리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곰곰 새겨볼 만하다.

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보면 치매 가족이 되는 게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으며 7,80대 이상이라면 환자 비율은 그보다 훨씬 높다. 7년 뒤인 2024년이면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이 넘을 거라는 예측이다. (일본은 치매 인구가 800만 명이다.) 치매에 대해 알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기로 태어나서 결국 아기로 돌아가는 일이니까.

저자 한 명은 의사, 한 명은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각자 20년 남짓 자기 분야에서 치매를 보아오면서 치매 의료와 돌봄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던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다. 특히 서로 주고받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든든한 의논상대가 둘이나, 그것도 전문가로, 생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