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몸 살리는 혈관 소통 - 혈액순환 전문 한의사가 쓴

성경을 모르는 사람도 바벨탑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한 인간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언어를 여러 가지로 나누는 형벌을 내렸다. 결국 바벨탑의 건설은 서로 다른 언어를 탄생시키며 인간을 불신과 오해 속에 살게 만들었다. 이는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억겁의 세월 속에서 많은 발전과 업적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소통에 관해서는 결핍을 느끼며 살고 있다. 


소통(疏通)은 트일 ‘소(疏)’와 통할 ‘통(通)’의 한자가 갖는 의미처럼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을 말한다. 도로에서 교통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체증이 일어나고 사고가 발생하듯이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국가 간에도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오해와 불신, 반목과 대립의 관계가 형성되어 결국에는 가정, 사회, 국가가 병들고 고통이 따르게 된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세포와 세포, 조직과 조직, 장기와 장기가 잘 소통하지 않으면 몸에 병이 든다. 


우리 몸의 소통의 핵심은 바로 혈액순환이다. 혈액은 보통 체중의 8% 정도를 차지하는데, 만약 체중이 60kg이면 4.8kg 정도가 혈액이라고 보면 된다. 이 혈액이 약 10만km에 이르는 우리 몸속의 혈관을 따라 약 60조 개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과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각종 호르몬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들을 필요한 조직으로 운반하고, 산과 염기의 균형을 맞추며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만약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각 세포와 조직이 필요한 물질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인체의 조직이나 기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현대인에게 흔한 만성피로부터 만성통증, 수족냉증, 심장질환, 뇌졸중 등이 모두 혈액순환장애에서 시작되는 질병이다. 따라서 건강의 핵심은 혈액순환인 셈이다. 


요즘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운동부족, 기름진 음식, 밀가루 음식, 단 음식 등 잘못된 생활습관의 영향 탓에 혈액순환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예전에는 혈액순환장애와 관련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성인병이라 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앓는 병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10대에서도 고혈압, 당뇨, 심지어 중풍까지 발병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러한 질환을 성인병이라고 부르지 않고 ‘생활습관병’이라 한다. 


혈액순환장애란 말 그대로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순환장애의 원인을 어혈로 본다. <설문해자>를 보면 어혈의 ‘어(瘀)’가 적혈(積血)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고 쌓여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혈액이 탁해서 잘 흐르지 못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비생리적인 혈액을 모두 어혈이라고 할 수 있다. 어혈은 다른 말로 어체지혈(瘀滯之血), 악혈(惡血), 축혈(蓄血) 등으로도 불린다. 

어혈은 우리 몸의 소통이라 할 수 있는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세포와 조직, 장부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이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불러일으킨다. 즉 몸에 어혈이 있으면 몸이 무겁고 쉽게 피곤해지며, 근육이 잘 뭉치고, 손발이 차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머리에 어혈이 있으면 뇌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머리가 맑지 않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또, 눈이 쉽게 피곤하고 잘 충혈되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잘 빠진다. 


특히 여자의 경우 자궁 기능이 저하되어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이 생길 수 있고, 남자의 경우 전립선이나 성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심장 부위에 어혈이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라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차며, 심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또 어혈로 뇌혈관이 막히면 중풍이나 치매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어혈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고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따라서 어혈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 건강관리의 핵심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