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 감기 - 약물남용과 과잉치료가 없는 새로운 감기 치료를 목표로

소아과에서는 오히려 치료를 적게 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현대의학의 한계에 대한 부모의 인식을 변화시켜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 존스홉킨스대학 소아보건협회 제임스 테일러 박사


“감기”를 진찰한다는 것“아이의 감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감기약을 먹는다고 해도 대부분은 투약 효과가 없다. 오히려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경과는 “감기에 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낫게 되는 것”인데도, 의료 개입을 해왔던 것이다. 의료 개입의 결과, 보호자(주로 엄마)는 자연히 나을 감기가 약을 먹은 덕분에 나았다고 오인한다. 감기의 최대 치료는 엄마가 해주는 가정치료(home care)인데, 의료가 개입되어 아이를 “직접 낫게 할” 경험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환자를 철저하게 헤아려 집필한 책

감기에 걸린 아이가 항생제를 복용한다면, 그 아이가 정말 나을까? 일부 의사들은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저자는 감기에 걸린 환아를 위해 이 책에서 “약물남용과 과잉치료가 없는 새로운 감기 치료를 목표로” 의학적 진실을 고백한다. 일차진료의에게는 “치료보다 진단” 그리고 “투약보다 설명”의 중요함을 일깨워줄 것이며, 엄마에게는 양육하는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신뢰할 수 있는 소아과 의사를 분별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전문용어가 적어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다. 항생제가 왜 과잉투여라고 하는지, 감기약이 왜 아이에게 효과가 없다고 하는지 분명한 데이터가 기재되어 있다. 31개의 칼럼을 주제에 맞게 배치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고, ‘보호자에게’라는 일대일 상담 항목을 구성하여 아이의 감기에 대해 궁금해하는 세부적인 사항들을 서술하였다.


감기에 대한 다른 의견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는 평생 감기 환자를 가장 많이 진찰한다. 아이의 감기는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건강상의 문제이며, 소아과 의사에게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는 “감기” 진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소아의 일차진료 현장에서는 진단과 진찰에 간극이 발생하는데, 이를 커뮤니케이션 갭(communication gap)이라고 한다. “감기”라는 용어의 개념은 매우 애매하고, 소아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같은 의학교육을 받은 의사들도 그러니, 의사와 보호자, 보호자 간에 “감기”라는 말의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감기의 자연경과

감기를 진료할 때 감기의 자연경과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가 대부분이지만, 발열은 대개 1∼3일 정도에 진정된다. 때로는 5일 정도 지속될 때도 있지만, 1주 이상이 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일단 내려간 열이 다시 오르는 이정점(bimodal) 발열이 될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발열이 있은 뒤 시간이 약간 지나서 콧물이 난다. 초기에는 사이토카인의 영향으로 혈관투과성의 항진에 의한 맑은 콧물이다. 그 후 파괴된 바이러스와 세균 파편을 탐식처리하기 위해 백혈구 성분이 많아지고 화농성으로 변화한다. 마지막으로 기침이 생기는데 발열이나 콧물의 정점과는 대개 어긋난다. 기침은 서서히 심해지고, 안 좋을 때는 밤에도 잠을 못 잘 정도로 기침을 하지만 며칠이면 개선된다.

그런데 감기의 자연경과를 모르는 의사가 적지 않다. 많은 의사들이 감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기 감기 치료가 당연시되어서 자연경과를 볼 일이 적기 때문이다. 투약이나 의료 개입의 효과 여부를 판단하려면 감기의 자연경과를 알아둬야 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않고 발열에 항생제를 투여하여 며칠 만에 해열되면 보호자뿐 아니라 의사도 약의 효과라고 생각하게 된다.


감기약의 부작용

과거에 소아과 의사는 콧물 증상에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 생각한 것이다. 영유아에게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해도 임상증상은 개선되지 않고 부작용으로 낮에 졸게 되고 수면리듬이 망가져 오히려 QOL이 떨어진다.

또한 항히스타민제는 감기 경과를 오래 끌게끔 만드는 것과 관련 있다. 염증 부위의 히스타민 작용을 억제하여 분비물 양을 감소시키지만, 그 때문에 분비물의 점도가 올라가는 것이 문제다. 중이염 이후에 항히스타민제 투여군은 아무런 약도 투여하지 않은 그룹(플라세보군)에 비해 유의하게 저류액의 잔존 기간이 길어졌다. 이는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여 분비물의 배출이 지체되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어떤 보호자는 감기로 열이 날 때마다 항생제를 쓰고, 콧물과 기침을 그치게 하기 위해 감기약을 쓴다는데, 잘못된 위험관리다. 왜냐 하면 감기에는 듣는 약이 없는 반면, 상당히 드물지만 위중한 약물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다양한 약을 복용시키면, 적긴 하지만 사망률이 올라간다.


감기는 치료해야 할 질환인가

결과적으로 감기는 치료할 필요가 없다. 감기라고 판단하면 위험 평가를 한 뒤에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오늘날 의료제도와 환경은 아무래도 치료에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감기에 항생제” 혹은 “감기를 치료하겠다”는 자세는 위험을 감소시키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위험을 만든다.

“감기를 빨리 치료하고 싶으니 감기약을 주세요”라며 아이를 진찰받게 하는 보호자가 많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감기는 약으로 고친다”는 확신을 만들면 가정 전체의 QOL이 낮아진다. 지금까지의 소아 의료에서는 이와 같은 확신을 많이 만들었는데, 결국에는 소아 일차진료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감기는 치료해야 할 질환”이 아니라 “낫는 것”이며, 의사의 역할은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다. 


소아 감기를 진찰하는 의사가 나아갈 길

소아 의료를 바꿔 나가야 한다. 오늘날 일차진료인 소아 의료에서는 항생제를 비롯하여 감기에 걸린 아이에 대한 투약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보호자와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지금은 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열심히 설파해야 한다.

젊은 의사가 새로운 생각과 각오로 진찰을 해도, 같은 지역의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의사가 “감기는 약으로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일갈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영향력이 강한 의사가 있으면 보호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한다. 소아의 일차진료를 바꿔 나가는 것은 상당히 스트레스가 많은 가시밭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는 보호자를 납득시킬수 있는 설명을 하고 과잉진료를 하지 말아야 한다. “병원은 약국이 아닙니다. 질병을 설명하는 곳입니다. 감기약만 받으러 간다는 것은 아이의 건강에 피해가 될 뿐입니다.” 다만 설명은 커뮤니케이션인지라 서로 간에 맞는 성향이 있다. 신뢰관계를 잘 구축한 후 진단하고 설명하는 의사의 자세가 필요하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