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민간요법 연구

아직까지 비과학적 주술로 인식되는 민간요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안하는 책이 출간된다. 우송(友松) 이정구(李廷九) 선생을 기려 근 20년 동안 한국학 신진 연구자들을 선정.지원해 온 솔벗재단의 한국학총서 스물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문헌에 나타난 한국 민간요법과 그 현황 및 연구 실태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민간요법 활성화 방안을 법적.제도적 차원에서 명쾌하게 제시함으로써 의료계를 포함한 한국인들에게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졌다. 


균형적 시각에서 본 민간요법 다시 보기 


일제 강점 이후 단절 위기에 처한 우리의 전통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민간요법이다. 식민지 시절 서양식 의료 제도가 도입되고, 서양의학 위주의 정책이 굳어지면서 민간요법의 전승이 점차 끊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저자는 서양의학의 치료법인 대증요법(對症療法)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의료비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는 현행 의료체제를 보완할 수 있는 민간요법의 잠재적 역할을 부각시킨다. 민간요법은 기존의 제도권에서 완치하지 못한 만성질환이나 난치병과 같은 내인성(內因性) 질병, 재발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 효과를 입증해 냈을(제4장 3절) 뿐만 아니라, 사용이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한 장점도 있어 서민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민간요법 다시 보기를 주창하면서도 민간요법을 절대화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중증 질병의 치료 때에는 한의학적 지식까지도 고려하고 증세와 체질에 맞게 유연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제5장). 제언이 담긴 책에서 대상에 대한 객관화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임을 볼 때 이러한 균형적 태도는 이 책의 큰 미덕이라고 할 것이다. 


한국 민간요법의 오늘


민간요법을 한 번 이상 체험한 적이 있다는 한국인들이 70퍼센트 이상이라는 통계를 보더라도 민간요법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다. 최근 들어 민간요법을 소개하는 몇몇 방송이 종합편성채널의 고정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점도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오히려 검증받지 못한 정보들이 난무하여 민간요법의 효과가 부풀려지거나 잘못 알려지기도 한다(제5장). 뿐만 아니라 저자는 민간요법의 선행 연구도 치료 효과에 대한 검증이 위주가 아니고 나열?정리 수준에 그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민간요법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며 그 일환으로 민간요법에 대한 적절한 법적?제도적 보호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각국의 사례와 민간요법 활성화 방안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민간요법을 전략적으로 제도화하여 활용하는 사례들(제6장)은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지지해 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들 사례를 바탕으로 민간요법 시술자들과 전통 민간요법을 나누어 제도적 보호 방안을 제시한다. 민간의술자를 국가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독일이나 합법적으로 침구사 집단을 공인한 캐나다의 경우처럼, 민간요법사들을 한의학의 하위범주로서 직업군을 형성시키는 방안을 내놓는다. 후자에 대해서는 민간요법의 지식과 치료 방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네슬레의 김치 특허 출원 사례는 전통지식을 체계화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뼈아프게 가르쳐 주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민간요법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전통적 지식 개념에 포함되는바 지식재산권 제도로써 민간요법의 제도화를 주장한다(제7장). 


남은 과제와 가능성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서 지식재산권은 포함되어 있지만, 국내에서 민간요법과 같은 전통적 지식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제7장). 이와 같은 현실에서 민간요법의 과거 및 현재를 더 나은 내일로 이어 나가려는 초석과 같은 이 책의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한국 민간요법의 역사가 오래되고 그 효과가 입증된 만큼 하루빨리 민간요법의 가치를 되살려 새롭게 전개되는 ‘총구 없는 전쟁’에 대비하는 결단이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