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O 논란의 암호를 풀다

“GMO 식품은 완벽하게 건강에 이롭다(perfectly healthy).”

- 빌 게이츠(Bill Gates) - 


GMO 완전표시제 요구는 오해와 불신의 증거 

얼마 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가지 국민청원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그 내용은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여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동일했다. 이 청원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청와대는 현재도 이미 GMO를 사용한 식품은 GMO 표시를 하도록 되어 있으며, 공공급식이나 학교 급식에 GMO 식품은 사용하지 않으며, 완전한 Non GMO는 Non GMO라고 표시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만족하지 못한 시민단체들은 이후로도 꾸준히 청원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이렇듯 GMO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GMO 관련 식품회사는 이슈가 터지면 소비자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노력 대신 언제나 ‘소비자와 여론은 이길 수 없다’는 태도로 계속 수수방관해왔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완전히 소통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식품학자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소통이나 소비자를 위한 올바른 지식 전달에 너무나 무관심하다. GMO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을 변환하려면 우선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이래서는 사람들의 오해와 불신을 풀기 어렵다.


GMO는 가장 안전하고 정밀한 육종 방식 

사람들이 GMO에 불안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유전자 변형’이라는 단어에서 온다.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유전자가 마구잡이로 섞여 괴물처럼 변형된 작물을 떠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GMO는 기존 유전자는 그대로 두고 외부에서 새로운 유전자 1~3개만을 가져와 추가한 작물이다. 오히려 우리가 오래 전부터 먹어온 대부분의 육종 작물이야말로 교잡과정이나 돌연변이 처리 과정에서 정말 많은 유전자가 변화되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도 기존 육종 작물을 먹으면서 불안해하지 않는다.

GMO는 육종 중에서도 유전자의 변화가 가장 적고, 어떤 유전자가 변화되었는지 파악되는 유일한 방식이다. 가장 안전하고 정밀하다고 볼 수 있다. 그처럼 까다로운 까닭에 성과는 매우 초라하다. 최초의 GMO 제품인 ‘인슐린’이 개발된 지 40년이 되었고, GMO 작물의 재배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는 동안 고작 20% 전후의 생산성 향상만 이룬 상태다. 기존에 보여준 육종의 기적과는 비교도 안 되게 초라한 성과이다. 사실 고작 유전자 1~3개 추가하는 GMO로 인해 뭔가 커다란 변화나 성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자체가 착각이다.

격렬한 GMO 반대운동가에서 지지자로 돌아선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도 “그동안 GMO는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전통 육종보다 훨씬 안전하고 정밀하다. GMO는 단지 일부 유전자만을 움직이지만 전통 육종은 시험적이고 잘못된 방법으로 전체 유전자를 조작한다. 그러니 우리는 더 이상 GMO가 안전한지 아닌지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 20년 동안 GMO 성분이 함유된 식사를 2조(兆) 번 이상 했지만 피해 사례는 전무하다. 아직까지 GMO 식품을 먹고 해를 입었다는 사람은 없다”라고 주장한다.


세라리니의 실험은 기본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가치 없는 주장

GMO에 관한 실험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세라리니(Seralini) 박사의 암 실험이다. 2012년, 세라리니 박사는 GM 옥수수와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동물 실험을 시행한 뒤 암세포가 6cm 이상 흉측하게 자란 쥐 사진을 내세워 ‘GMO를 장기간 섭취하면 암과 질병이 2~3배 증가한다’라며 GMO의 위험성에 대해 자극적인 발표를 한다. 그 사진을 본 언론은 ‘GMO is poison!’이라면서 마치 GMO의 위험성이 확정된 것인 양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검증도 없이 그저 세라리니의 말을 옮기기에 바빴던 것이다.   지금도 세라리니를 검색하면 그 암에 걸린 쥐 사진이 가장 먼저 나온다.

하지만 세라리니의 실험은 정작 과학계의 인정을 전혀 받지 못하고 철회되었다. 그의 논문이 철회된 것에 대해 GMO 반대론자들은 거대 기업의 로비와 음모 때문이라고 하지만, 가장 먼저 나서서 그의 논문이 ‘과학적 가치가 없다(insufficient scientific quality)’라고 얘기한 곳은 유럽식품안전청(EFSA)이다. 이밖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과 생명공학 고등자문기관(HCB),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 호주/뉴질랜드 식품안전청(FSANZ), 일본 식품안전위원회, 캐나다 보건부,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등도 이 실험의 결과만으로 GMO가 유해하다고 주장하기에는 타당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우리나라 식약처도 세라리니 실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실험동물 수의 부족, 결과의 일관성 부족, 통계분석 미시행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 확인 불가 등으로 인해 본 논문의 결과만으로는 NK603이 유해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10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GMO의 안전성을 높이 평가

2016년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과학기술자, 농업인,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50여 명의 연구자와 함께 옥수수, 대두 등 GM 작물을 대상으로 20여 년간 발표된 900여 건의 연구 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한 338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GMO가 만들어진 이후 20여 년간 농산물을 섭취한 사람과 동물을 대상으로 질병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암·비만·위장병·신장질환·자폐증 등   다양한 질병군에서 GMO가 병을 유발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2010년 12월, 유럽위원회는 동물, 사람, 환경에 대한 GMO의 안전성을 평가한 50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요약한 보고서를 통해 “GMO가 관행종보다 더 위험하다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1996년부터 2011년 사이에도 GMO 사료를 먹인 수십억 마리의 가축들을 분석한 메타 연구도 시행되었지만 결론은 역시 “기존 사료를 먹인 가축들과 건강상 차이가 없다”고 나왔다. 이처럼 미국뿐만 아니라 WHO 그리고 EU 등 전 세계 280여 개의 국제 과학기구들이 현재 시중에 나온 GMO는 기존 작물과   비교시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2016년에는 무려 10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상대로 GMO 반대 운동을 멈춰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물리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GMO가 인간이나 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단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 동안의 권위 있는 과학기관의 연구 결과를 인정하고, GMO 반대 운동을 속히 중단해야 한다”라며 강하게 주장했다. 이 서한에 동참한 노벨상 수상자는 현재 131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참여한 노벨상 수상자 수가 전 세계에 생존해 있는 수상자(296명)의 3분의 1이 넘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른 사건이다.


유전자가위(크리스퍼: CRISPR)는 차원이 다른 신기술

최근 몇 년 사이 ‘유전자가위(크리스퍼: CRISPR/Cas9)’ 기술이 혁명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크리스퍼는 미생물에 존재하는 반복된 서열을 가리키며, 세균의 천적인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구축한 일종의 면역 체계이다. 1980년대에 일본 과학자 이시노 요시즈미 교수가 대장균 등 미생물의 DNA 서열을 결정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후, 2013년 초에 서울대 김진수 교수와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진 등 5개 그룹이 거의 동시에 크리스퍼의 작동 원리를 응용해 DNA를 자유자재로 잘라내고 새로운 DNA를 붙이는 유전자가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전자가위는 지금까지 개발된 유전자 연구 도구 중 가장 정확하고 사용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유전자 하나를 잘라내고 새로 바꾸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씩 걸리던 일이 이제는 단 며칠이면 가능하게 됐다. 게다가 한 번에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동시에 손볼 수도   있고, 특정 유전자의 구체적 기능을 연구할 수도 있고, 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질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정할 수도 있다. 인간의 유전자 변형 기술이 세균의 면역계 연구를 통해 또 한 차례 진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바야흐로 ‘GMO 2.0’의 시대를 맞이하는 중이다. 앞으로 이 기술은 HIV와 암 등의 질병 치료와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미 한물 간 기술인 GMO를 두고 찬반논란에 빠져 있다. 본격적인 유전자 기술 시대는 이제 막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변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언제까지 지나간 GMO 이슈에 붙잡혀 있을 것인가?

GMO는 언제나 최선의 검증을 한다. GMO 개발자는 조금이라도 안전성이 의심되면 더 이상 해당 GMO를 개발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할수록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는데,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 간신히 완성한 GMO가 혹시라도 위해성 논란에 휘말리면 너무나 큰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혹여 위해성이 없다고 결론이 나도 시장에 내보내봐야 소비자에게 무조건 배척당한다. 이미 안전성이 의심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나오는 GMO는 안전성에 의심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연구되고 검증된 것들이라고 봐야 한다.

GM 작물은 육종이나 천연의 GMO에 비해 이론적으로 안전하고, 역사상 가장 엄격한 검증을 거친 작물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섭취해온 많은 식품들 중에서 이만큼 과학적으로 다양하게 시험하고 검증되는 작물은 없다. 이것은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높아진 안전의식에 발맞추어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에 하나’의 위험성까지도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 철저히 노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GMO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어던져야 할 때이다. 20년 이상 검증하고 먹어왔음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이제는 믿어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기술과 GMO에 대한 진짜 고민은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철저히 검증하되, 결과가 나오면 보이는 그대로 믿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분명 놀랍고 새로운 시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대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