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당뇨병 전문가 - 당뇨병 환자의 다양한 문제 만나기

오랫동안 다양한 당뇨병 환자를 진료해왔지만 만족스러운 당뇨병 치료는 정말 어렵다고 항상 느끼고 있다. 인슐린 주사를 잘 맞고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며 인생을 즐기는 80대 노인 환자를 보면 잠시 당뇨병 치료의 보람을 느끼지만, 아무 문제 없다고 60일분 처방을 받아간 환자가 다음날 새벽 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오면 가슴이 저린다. 당뇨발의 괴저로 발을 잃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환자의 얼굴이 떠오르면 두통이 밀려와 불면의 밤을 지새우곤 한다.

당뇨병 치료 환경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성능이 좋아진 혈당 측정기나,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 할 수 있는 좋은 기기가 임상에   도입되고 있으며, 부작용 없이 혈당을 내려 준다는 새로운 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정상 범위의 혈당 유지는 어렵다. 번잡한 외래 진료에서 다음 환자가 빨리 진료해주지 않는다고 보채고 있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혈당 조절을 위해 이제부터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환자에게 조금 더 다가가려고 애를 쓰지만, 환자에게도 많은 괴로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철마다 과식할 기회는 어김없이 닥쳐오고, 혈당을 잘 내려준다는 굵은 약을 한 움큼 먹으면 속이 쓰리고 아파서 괴롭다. 병원에 갈 때마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약을 바꾸어 주면 밤마다 온몸이 땀에 젖는 저혈당으로 고통을 받아야 한다. 결국 모든 치료를 포기하고 식사를 줄이고 열심히 걸어 보지만 피곤하고 허기만 지고 혈당을 꼼짝 안 한다. 당뇨병 치료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고 뉴스에 나왔는데   왜 이렇게 치료가 어려운지 병원에 갈 때마다 물어보지만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는 환자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의료 전달 체계가 유명무실하여 큰 병원을 선호하는 당뇨병 환자가 대형 병원으로 몰려들지만, 혼잡한 병원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줄 여유가 없으며 자주 방문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준비된 병원은 당뇨병 환자 진료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환자의 상태 변화를 추적하기 위한 빈번한 방문도 가능하며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집 안 사정을 포함한 구체적 치료 환경을 환자에게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의사가 당뇨병을 진료할 수 있으며 체계적 진료 환경을 만들면 더욱 적극적 치료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을 방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진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아쉬움에서 이 책을 준비했다. 종래의 당뇨병 교과서적 설명이 아니라 다양한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 방침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으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일선에서 당뇨병 진료를 담당하는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책을 개정해 나갈 생각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