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자 한방진료
  • 카테고리
    한의학
    저자

    이와사키 코우, 타카야마 신 (지은이) | 권승원 (옮긴이) | 이와타 켄타로 (감수)

    출판사
    청홍(지상사)
    페이지
    반양장본 | 176쪽 | 152*223mm (A5신) | 403g
    ISBN
    9788990116833
    출판일
    2018-11-12
    링크

‘의미 있는 구별’과 ‘의미 없는 구별’의 

엄격한 구별도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것


누가 어느 방향에서 보는 가에 따라 ‘구별’은 의미가 없기도, 의미를 잃기도 한다. 어떤 인간을 ‘음양’으로 나누고, ‘기혈수’로 분석하는 것은 다를까? 물론 다르지 않다. ‘그런 분류’ 방법이 있을 뿐이다. 분류란 마땅히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의적 판단으로써 판정하는 것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방진료에서의 추후 ‘근거 창출 방식’도 자연스레 정해지게 된다. 만약, ‘증’을 통한 환자 구별이 한방진료에서 필수적이라면, 그렇게 분류하여 무작위 배정하는 것이 좋다. 태양병 환자 수백 명을 모아 마황탕의 효과 유무를 ‘근사값으로’ 탐구해 볼 수 있다면 좋다. 반복하지만, ‘한방이기 때문에 근거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억측에 지나지 않다. 저는 한방진료의 세계관도 구조주의적 분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원리적으로는 서양의학의 사고방식과 우열을 비교하거나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한방을 ‘효과를 보이니 효과가 있다’든가, ‘예로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옳다’라고 하게 되면, 한방진료는 외적 설명 능력을 잃고, 그 미래도 위험해 질 수 있다. 한방진료의 미래에도 이 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최첨단 서양의학을 공부해 온 독자 여러분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눈앞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

한방진료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책임


수만 명이 참여한 초거대 임상시험을 통해 ‘근거’가 나왔다며,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콧대 높여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수만 명이 참여하지 않으면, 약과 위약 간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그 약의 임상적 효과는 적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 약은 환자에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여줄지는 모르지만, 그 ‘차이’가 그다지 큰 차이가 아니라는 판단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임상시험은 참가자 수가 너무 적어도 문제지만,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이래저래 EBM을 설명했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새킷은 ‘현 단계에서 가장 좋은 근거’를 사용하는 것이 EBM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드문 유전병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기획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할 수 있다. 그 경우에는 일회성 증례보고나 동물실험의 이론적 데이터, (EBM을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경멸당하는) 전문가의 개인적 의견이야 말로 ‘현 단계에서 최고 좋은’ 근거로써 채용된다. 한방진료에는 서양의학과 달리 질 높은 근거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한방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거는 항상 있다. 한방진료에도 ‘현 단계에서 가장 좋은’이라는 구절은 충분히 유효하다. 이해하기 쉽게 EBM을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눈앞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 한방진료를 할 때, 서양의학에서처럼 질 높은 근거가 없더라도 가장 좋은 데이터를 토대로 여러 이론을 채용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한방진료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이와사키 선생과 타카야마 선생의 해설은 그 ‘최선’이 과연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방약과 비슷한 효과를 

침자극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가


고령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목 어깨 결림, 요통, 불면, 식욕저하, 변비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에 효과를 잘 내는 경혈을 꼽아보자면 목 어깨 결림에는 풍지(風池), 요통에는 신수(腎兪), 불면에는 신문(神門)과 태충(太衝), 식욕저하에는 족삼리(足三里), 변비에 합곡(合谷)과 족삼리 등이 있다. 《고령자의 안전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 2015》에도 나오는 보중익기탕(소화관을 건강하게 하여 기를 보충하는 탕)의 효과를 보중익기법(소화기계를 건강하게 하여 기를 돋우는 자극법)이라는 침 치료 방법으로 재현할 수 있다. 보중익기탕(인삼, 당귀, 황기, 승마, 시호, 출, 진피, 감초, 대조, 생강)은 인삼, 출, 진피, 대조, 생강이 소화기계 기능을 높여주고 소화흡수를 도우며, 기를 돋우는 역할을 담당하며 당귀로 혈을 보충하여 순환시키고 황기, 승마, 시호로 기를 순환시켜 머리에 가져다주며, 감초로 균형을 잡음으로써 전체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비슷하게 침 치료로도 족삼리와 합곡으로 소화기능을 높이고 소화흡수를 도우며, 머리에 기를 보내주기 위해 백회 등을 사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약 복용을 통해 몸속에서 흡수하여 발현되는 효과를 체표면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목사프리카에서 뜸을 떠 결핵 배균이 감소하였던 경혈이 바로 ‘족삼리’혈이다. 보중익기탕도 영양 상태를 개선하며,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의 염증을 억누르는데, 보중익기법에도 족삼리가 들어있다. 공통적으로 소화기능과 면역은 핵심이며, 족삼리는 ‘건강을 유지하게 하며 면역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경혈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치매를 정확하게 기술한 것은

알츠하이머 박사가 아니다!


치매의 한방,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전통의학에서는 서양의학보다 훨씬 빠르게 이 질환에 대해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노년기 치매 연구가 20세기 초 알츠하이머 박사의 보고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서양의학에서의 역사일 뿐이다. 중국 전통의학 역사 상 ‘치매’라는 단어가 처음 나타난 것은 명대의 의학서 《경악전서》에서이다. 경악전서는 장경악이 1624년에 저술한 의학전집으로 전64권으로 구성된 대작인데, 거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생각대로 뭔가 되지 않고, 지나치게 번뇌하거나, 의심이 지나치게 많고, 놀라고 두려워하는 일이 계속됨에 따라 서서히 치매가 진행된다. 사용하는 언어가 이치에 맞지 않고, 행동이 이상해지며, 발한이상 등 자율신경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며, 때로는 과도하게 걱정하게 되는 등, 그 증상은 기괴하고 매우 다양하며 온갖 일이 생겨나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게다가 ‘인지판단이 혼란해지며, 감정은 불안정해지나, 신체적으로는 비교적 건강하고 식욕저하 등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이상하게 놀라거나 두려워하며, 의식의 혼탁이나 환각이 생겨난 경우에는 빠르게 그 정기를 돕기 위해 칠복음이나 대보원전을 사용한다’처럼 이른바 BPSD(치매에 동반되는 심리, 행동학적 증상)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박사의 증례보고(1906년)보다 약 280년이 앞선 보고이다. 장경악은 병인론으로 후천설을 채택하였으므로, 그가 기술한 것은 아무래도 노년기 치매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세기 왕청임의 저서 《의림개착》(1830년)에 이르러서는 ‘소아에서 기억장애가 있는 것은 뇌가 아직 덜 발달해서이며, 노년기에 발생하는 것은 뇌가 공허해졌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대부분 현대의 치매에 대한 이해에 육박하는 내용을 이미 싣고 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