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이룸 - 초파리, 사회 그리고 두 생물학

생물학은 초파리의 두 날개로 난다!


초파리의 붉은 겹눈을 통해 들여다보는 

과학, 과학과 사회, 두 생물학의 역사


“국내 과학 서적은 외국의 유명한 과학자들의 삶이나 이론을 소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과학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얘기들은 사실 잘 꾸며진 동화 이상이 아니다. 기존 과학책에서 어딘가 부족함을 느꼈다면, 이 책을 정독하라.“ _홍성욱(과학기술학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나는 아직까지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과학사의 맥락에서 이렇게 명쾌하게 연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국의 과학자와 과학애호가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마땅한 책이다.” _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썩어가는 음식 냄새가 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초파리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충 취급을 받지만 생물학자에게는 그 학명의 뜻(이슬을 사랑하는 동물)처럼 아름다운 존재다. 유전학의 대표적인 모델생물일 뿐 아니라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중개자 역할을 해오며 두 생물학의 전통을 모두 잉태하고 숙성시켜 다양한 생물학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초파리의 이런 매력에 빠져 전 세계적인 기초과학의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초파리 유전학자의 길을 걷는 과학자가 있다. 자신의 조그만 실험실부터 세계 최고의 연구소까지 경험한 저자 김우재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와 그 학문의 역사를 소개하고, 과학과 사회의 공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 치열한 사고와 한국 과학계를 향한 진심, 고민의 흔적을 저자는 그동안 자신의 블로그(heterosis.net)를 비롯해 ‘한겨레’, 사이언스타임즈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남겼고, 독자들과 나누어왔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단독 저서로, 자신의 연구 주제와는 동떨어진 해외 유명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 스스로 경험했고 또 공부했던 이야기들을 담았다. 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것만이 독자를 위한 배려는 아닐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어렵다면, 그건 내가 독자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중요하다는 의미 없는 구호는 이제 그만하고  과학이 처한 현실과 과학자를 보자“

기초과학의 위기를 살아가는 과학자의 붉은 눈에 비친 세상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회: 기초과학의 지표, 초파리’에서는 초파리 유전학을 신경과학의 최전선에 올려놓은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본다. 미국의 한 부자가 남긴 돈이 흘러들어가 초파리 유전학자들에겐 천국이 된 미국의 자넬리아 연구소에서 초파리 유전학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 역사를 면밀히 관찰해보면, 이런 해피엔딩이 지속가능하고 다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인지 고민하게 된다. 초파리 유전학은 무섭도록 빠르게 전진 중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초파리 유전학은 기초과학의 운명에 의문을 던진다. 기초과학을 왜 지원해야 할까? 기초과학은 어떤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초파리 유전학은 이 질문들에 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1장에서 우리는 정부 주도의 기초과학 증진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 시장도 정부도 아닌 제3섹터의 과학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초파리는 5분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초파리의 교미시간에 숨어 있는 생체시계의 비밀


2장 ‘과학: 초파리, 시간의 유전학’에서는 저자의 연구인 초파리의 교미시간 연구를 중심으로 초파리 행동유전학의 ‘현재’를 살펴본다. 초파리는 신경회로와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인 모델생물이다. 공격성의 신경생물학적 원리는 무엇인가? 감정은 어떻게 조절되고,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는가? 이런 질문들이 초파리 행동유전학을 통해 풀리고 있다. 그리고 ‘시간지각’, 즉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뜨거운 화두인 ‘동물이 시간을 인지하고 추정하는 능력’의 비밀 또한 초파리 연구를 통해 풀릴지 모른다. 초파리의 교미시간은 겨우 20여 분인데 경쟁자의 존재는 교미시간을 약 5분 길게 만들고, 교미 경험은 교미시간을 5분 짧게 만든다. 5분, 초파리의 뇌는 이 5분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사소해 보이는 이 연구는 인간의 뇌는 도대체 어떻게 짧은 시간을 인지하고 계산하는가 하는 물음을 푸는 데 단초가 될지 모른다. 저자는 분자생물학자로 훈련받았던 8년의 경험과, 이후 행동유전학자로 연구했던 10년의 경험, 더불어 대학생 시절부터 교양 수준과 조금은 전문적인 수준까지 읽어왔던 진화생물학의 이론들을 모두 하나로 녹여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해외 유명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 스스로 경험했고 또 공부했던 현장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독자를 초파리 연구가 이루어지는 실험실 현장으로 초대한다. 


“생물학은 하나가 아니다”

초파리 유전학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흥미로운 역사


3장 ‘역사: 초파리, 생물학의 두 날개’는 두 생물학,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긴장관계와 상호작용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파리라는 유전학의 모델생물은 이 두 생물학의 중계자 역할을 해왔으며, 특히 유전학이라는 학문을 중심으로 두 생물학 전통을 모두 잉태하고 숙성시켜 다양한 생물학의 시대를 열었다. 두 생물학을 지탱하는 연구 프로그램과 지침서, 문화와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둘은 마치 이중나선의 양 가닥처럼 상호보완적이다. 두 생물학은 같은 질문에 대한 각각 다른 원인, 즉 궁극인(Ultimate causation)과 근접인(Proximate causation)을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파리는 왜 빛을 향해 날아갈까?'라는 질문에 '빛을 향해 날아가는 형질이 초파리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답은 궁극인적/진화론적 형태다. 반면 '초파리의 눈에 존재하는 빛 수용체로부터 뇌에 전해진 신경자극이 초파리가 빛을 향해 날아가게 만든다'라는 답은 근접인적/생리학적 형태다. 생리학/분자생물학의 역사와 철학적 배경, 진화생물학과의 관계를 아는 일은 생물학의 균형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초파리를 통해 기초과학의 ‘미래’와 초파리 유전학의 ‘현재’, 우리가 몰랐던 생물학의 ‘역사’를 두루 아우르는 이 책은 ‘초파리’를, ‘과학’을, ‘과학과 사회’를 보다 넓고 깊은 눈으로 보게 해줄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