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 완치로 가는 길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기원전 460년 소아시아 서쪽 코스(Cos)섬에서 태어났다. 이 작은 사건은 인류에 커다란 계기가 된다. 의학의 역사를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는 그의 혁명적 선언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에는 질병을 신의 재앙으로 보았다. 부정확한 미신, 강령술, 기도, 신비주의, 마법 등이 치료법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에는 가능한 치료법이 있다.” 유병즉 유법(有病則 有法)이라는 신념을 근거로 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신체의 기능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이에 근거하여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선언하며 의사들의 윤리적 신념을 주창하고 의학의 기본 틀을 형성하였다. 또한 그의 저서 「유행병(Epidemics)」에서 “자연적 치유를 돕는 것, 아니면 적어도 해를 끼치지 않는 것” 이라는 아주 중요한 원칙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의학은 2500년 전과 비교하여 어떤가를 자성(自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로부터 약 2400년이 지난 1944년 11월 29일, 청색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4.3킬로그램의 아이가 새로운 심장을 얻게 된다. 집도의는 놀랍게도 여의사인 헬렌 타우시그(Helen Taussig)와 윌리엄 롱마이어(William Longmire), 덴턴 쿨리(Denton Cooley)였다. 19세기까지 미국은 의학의 변방이자 후진국이었다. 

르네라에네크(Rene Laennec)의 청진기, 윌리엄 모튼(William Morton)의 전신마취,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의 세포와 현미경, 조셉 리스터(Joseph Lister)의 소독 수술 등은 모두 독일과 유럽의 의학이었다. 그러나 미국 의과대학의 후진성에 대한 에이브러햄 플랙스너(Abraham Flexner)의 비판과 개선연구, 1893년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개교는 의학의 흐름을 미국 쪽으로 돌려놓게 된다. 당시 하버드의과대학은 여학생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헬렌은 조건부로 하버드에 입학하여 조직학을, 보스턴의대에서 심장해부학을 공부하여 존스홉킨스 심장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 경제적 지원, 여성차별에 대한 반기기조 등이 불가능한 ‘블루베이비 수술’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정복 불가능하다 여겨지던 ‘블루베이비 수술’처럼 이제 파킨슨병 완치에 대한 긍정적인 흐름들이 형성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파킨슨병의 개괄적인 부분을 파킨슨병 서론에서 다루었으며, 파킨슨병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증상에 대하여 일일이 대처방안을 제시하였으며, 향후 기대되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또한 완치가 어려운 파킨슨병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완치된 예와 근사완치된 예를 설명하였다. 불가능하다 생각되었던 심장수술도 헬렌타우시그가 그 문을 연 후, 지금은 전 세계에서 생명의 불씨를 살려주고 있다. 파킨슨병도 이러한 병들처럼 완치로 가는 길이 형성되고 있다.

발병초기라면, 그리고 병 뿌리 제거가 이루어지고 최적 치료를 병행한다면, 이미 완치된 환자들처럼, 파킨슨병도 완치가 가능한 하나의 질병일 뿐이다. 만약 2기 이상 진행된 환자라면 3, 4, 5장을 활용하여 최대한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더 진보된 신기술을 기다려야 한다.

언젠가는 ‘파킨슨병 완치로 가는 길’이 더 넓게 열릴 것이다.


<서론>

파킨슨병은 뇌 신경계 질환 중 알츠하이머 치매와 더불어 현 인류가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의 중간 부분인 중뇌 흑색질이라는 작은 영역의 비가역적인 변성, 퇴행에 의해 발병된다. 1817년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의 「진전마비에 대한 보고(Essay on the Shaking Palsy)」라는 첫 에세이 발표이후 200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 수 많은 치료기법들이 개발되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그 원인과 기전에 대한 새로운 단서들이 발표되고 있다. 서론에서는 파킨슨병의 개략적인 원인, 대표적 증상, 평균 발병연령, 유병률, 진단 및 예후, 서양 의학적 치료와 한의학적 치료, 향후 치료 방향, 완치 가능성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파킨슨병과 관련된 뇌 영역들은 어느 부위이고 증상발현의 원인은 무엇인가?>

인간의 행동은 외부에서 받아들인 감각, 정보가 감각신경과 척수를 통해 대뇌피질로 입력된다. 그 후 여기에 적합한 반응이 움직임의 형태로 반대의 경로를 통해 표현된다. 예를 들면 배가 고픈데 식탁에 놓인 사과를 눈과 코, 손의 감각을 통해 인지하는 입력과 사과를 포크로 사용하여 입으로 가져오게 되는 동작의 출력이 이루에 지게 된다. 이 때 뇌의 겉껍질에서 척수에 이르는 신경통로를 추체로라 하며, 뇌 내부의 영역인 흑질, 선조체, 시상, 담창구를 추체외로라고 한다. 사과를 먹기 위해 포크를 얼마정도 들어 올리고, 어느 깊이로 찔러서 입으로 정확히 들어 올려 입안으로 넣게 하는 동작의 크기, 속도,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일련의 행동들은 바로 추체외로의 상호전달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만약 추체외로의 영역 중 흑질에서 생산하는 도파민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게 되면, 이러한 신호의 강약과 섬세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떨리거나 동작이 느리게 되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즉, 정상적인 동작들은 흑질의 도파민성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의 적적한 분비가 관건인 것이다.


→ 파킨슨병은 흑질의 비정상적 사멸, 변성과 관련되어 있다.

→ 흑질이 최소 60%이상 사멸하였을 때 파킨슨병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파킨슨병의 3대, 4대 증상>

파킨슨병은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다.

1. 안정 시 떨림

2. 동작의 느려짐

3. 사지 및 체간의 경직


<3대 증상과 더불어>

4. 자세의 불안정을 4대 증상이라 한다.


4대 증상과 함께 중기 이후 낙상, 치매, 자율신경장애 등이 나타나면서 진행이 된다. 다만 환자의 나이, 가지고 있는 다른 질환, 기타 환경에 따라 진행의 속도만 다를 뿐 모든 환자는 진행이 된다. 어느 환자는 10년 동안 초기상태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7년이 안되어 극심한 상황까지 악화되기도 한다. 가장 말기인 와상에 누워있는 상태까지 15년 전 후의 시간이 보편적이지만 개인차는 반드시 존재한다.


<파킨슨병의 평균발병 연령, 발병률은 어떠한가?>

국내 파킨슨병 평균발병 연령은 58-62세이다. 5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는 10% 전후로 유전적 경향이 많다. 일반적으로 발병률과 유병률은 나이의 증가에 따라 증가한다. 65세 이상의 약 1~3%에서 발병하고 전국적으로 10~3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명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파킨슨병이 발병할 수 있는 일생동안의 확률은 1/40정도이니 암의 발병

률에 비해서 무척 적은 수치다. 


<파킨슨병의 진단>

파킨슨병의 진단은 3대증상과 도파민제제의 반응여부, 진행속도와 양상에 의거하여 임상진단한다. 진단의 보조적 지표를 위해 형광도파 양전자방출 단층 촬영술(PET), 단일광자방출 전산화 단층 촬영술(SPECT)등이 유용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확진은 환자 사망 후 루이소체(Lewy body)의 구성체인 알파 시누클레인(alpha-synuclein) 단백질의 조직병리학적 검진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후>

엘 도파(L-dopa)에 의한 약물치료로 증상의 완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만 궁극적으로 진행이 된다. 처음 대부분의 환자들은 5년 전후 약물 복용으로 잘 지내게 된다. 그 후 5~10년 사이 약물의 부작용과 한계를 경험하게 되며, 자세 불균형, 보행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한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과정이 평균 2.5년~3년 정도 걸린다. 최초 왼쪽에서 떨림과 다리 끌림이 있었다면 오른쪽에 증상이

같이 출현하는데 2.5~3년 걸린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파킨슨병 환자와 일반인 사이에 생존기대치에는 큰 차이가 없다. 삶의 질이 저하될 뿐이지,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음을 의미한다. 1960년 도파민의 발견 이전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조기사망 하였음을 감안하면 큰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서양 의학적 치료와 한의학적 치료>

현재 서양의학의 주 치료는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이다. 흑질의 사멸로 인해 부족해진 도파민의 보충, 리셉터의 기능을 도와주는 도파민효현제요법, 신경세포 내 도파민의 분해를 지연시키는 효소요법, 항바이러스제제의 투여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뇌심부자극술과 함께 최근에는 비침습적인 초음파와 MRI를 이용한 FUL(MRI-Guided Focal Ultrasound Lesion)기법이 수술적 요법으로 적용되고 있다.

FUL기법은 뇌 심부에 전극을 삽입하는 침습적 방법에 비하여 안정성과 부작용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자극 시간, 주파수의 종류, 유효율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아시아지역, 한국, 중국과 미주에서 한약과 침, 태극권, 한약과 양약의 동시 투여 등에 대한 근거적인 발표들이 지속되고 있다. 증상의 완화적 측면과 더불어 흑질도파민성 신경세포에 대한 신경보호작용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신경보호작용은 진행의 느림이나 완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 환자들에게는 큰 희망이 될 수 있다.


<향후 기대되는 의학적 치료>

가장 큰 희망은 질병 발생 전의 흑질 보존상태인 젊은 뇌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되돌림은 자연적 연령의 증가에 역행하는 것이며, 뇌의 나이가 젊은 상태로 돌아갔을 경우 현재의 몸과 장기 나이와의 조화에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줄기세포 이식 등의 수술요법은 윤리적 문제, 한자리 수 성공률에 해당하는 비효율적 문제 등이 극복해 나아갈 난제다. 성장인자의 주입방법, 인공중뇌 이식법, 획기적인 신약 개발 등이 연구되고 있다. 획기적이고 보편적인 치료법이 나올 때까지 흑질의 상태를 최대 보존하면서, 현재의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는 긍정적 마음 가짐과 관리가 현재로서는 최선의 치료대책이다.


<파킨슨병의 완치가 가능할까요?>

“유병즉 유법(有病則 有法)”이요. “의자는 의야(醫者 意也)”

무릇 의학(醫學)하는 사람은 모든 질환의 넓이에 능통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복잡한 질병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핵심을 파악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불치질환을 치료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어떠한 질환이라도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소신을 가지게 된다. 병 뿌리를 명확히 파악한 후, 환자, 의사, 보호자의 3정성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다면, 파킨슨병도 완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