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제학 입문 필독서 2 : 탕두가결

탕두가결 서문

고인(古人)이 병을 치료할 때, 약에 군신좌사(君臣佐使)를 두고, 처방에 기우(奇偶)를 두며, 방제(方劑)에는 대소(大小)를 두어, 이로써 탕두(湯頭, 처방의 이름)가 유래하였다. 

장중경(張仲景)은 방서(方書)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가 지은 상한론(傷寒論)에는 태양증(太陽證), 소양증(少陽證), 태음증(太陰證), 소음증(少陰證)을 기록해놓았고, 또 마황증(麻黃證), 계지증(桂枝證), 시호증(柴胡證), 승기증(承氣證) 등이 있다. 후자는 질병을 부를 때 병명(病名)으로 하지 않고, 약재나 처방의 이름으로 병증을 부른 것인데, 이것은 후인들이 편하게 사용하기 위함이니 장중경이 탕두(湯頭)를 대강 지었겠는가? 지금 사람들은 증후(症候)를 제대로 변증하지도 않고, 탕두(湯頭)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놓고, 마음가는대로 치료하니, 이는 기구를 만드는데 법도가 없는 것이고, 행진할 때 행렬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질병치료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옛 사람들은 처방을 만들 때 군신좌사로써 기초를 삼고, 배오를 합당하게 하였다. 따라서 옛 사람을 좇아서 치료하는 것이 결국 올바르게 치료하는 것이다. 이 말은 의미가 심히 깊고,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아 후인들은 모범을 삼아야한다.

처방을 잘 사용하게 되면, 신명(神明)이 생기고, 처방과 약재를 능수능란하게 변통(變通)하게 된다. 잘 모르는 사람이 언뜻 보면, 약을 쓰는 것이 회음에 배수진을 친 것과 같아서 처방의 의미를 의심하나, 그것은 병법(처방)의 중심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구본(舊本)에는 말이 많고, 잘못된 것이 있으며, 뜻이 뚜렷하지 않아 좋은 판본이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편집하였는데, 주병증(主病證)을 가결에 넣고, 사이에 고인(古人)들이 용약(用藥)하고 창방(創方)한 의미를 넣었다. 어떤 병에 어떤 처방이라는 문(門)을 나누어 의미를 갖추었고, 이법(理法)을 갖추었으며 체용(體用)을 온전하게 갖추었다. 천고(千古)의 심전(心傳)이 이에 올곧아졌다. 

이는 실로 의문(醫門)의 정종(正宗)이고 사람을 살리는 도(道)이다. 그러나 옛 처방들의 수가 심히 많아서, 다 싣기에 어려움이 있어 자주 사용하는 것만 가려, 200여개의 가결(歌訣)을 실었고, 정방(正方)과 부방(附方)을 모두 합하면 300여개인데 실로 뛰어남이 있다. 대체로 쉬워, 쉽게 알 수 있고, 짧아서 쉽게 외울 수 있다. 이로써 강령을 내걸으니, 능히 처방에 통달할 수 있고 무궁한 변화에 응할 수 있다. 좋은 독자가 뜻을 더함이 옳다. 


康熙 甲戌 夏月 休寧 八十老人 汪昂 題

강희년 33년 (1694년) 여름 아무 걱정없는 팔순 노인 왕앙이 표제함.


편저자 서문

예로부터 의학에 입문하는 의생들에게 가결로 된 책들을 암송하게 했습니다. 가결은 노래이기 때문에 쉽게 외워지는데, 음률에 맞게 쓰였기 때문에 의학서 이전에 예술적 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결로 된 책들은 한 가지가 아닌데, 대표적인 예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약성가(藥性歌)입니다. 본초학을 가장 쉽게 배우는 방법은 바로 이 약성가를 외우는데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약성가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버전(7언시, 8언시)이 존재합니다. 본초학에 약성가가 있다면 방제학에는 왕앙이 지은 탕두가결(湯頭歌訣)이 있습니다. 이 탕두가결은 임상에서 유용한 처방을 가결로 만들어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책입니다. 

왕앙(汪昻, 1615~1699)은 명나라 말과 청나라 초에 활동한 의학자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본초비요(本草備要)가 있습니다. 주로 활동한 지역은 강서성(江西省)이었는데, 소년 시절부터 고금(古今)의 문헌에 탁월했고, 의학 뿐만 아니라 문학에 능한 것이 여러 가결(歌訣)을 지은 것으로 드러납니다. 왕앙은 30대에 의학에 입문하였는데, 늦은 나이였지만 의학에 정진하여 진단과 변증을 잘 하였고, 저술에 힘썼습니다. 본초비요(本草備要), 의방집해(醫方集解), 탕두가결(湯頭歌訣), 소문영추유찬약주(素問靈樞類纂約注) 등의 좋은 책들을 저술하였습니다. 

탕두가결은 그가 1694년도에 지은 책입니다. 당시의 의사들이 증후를 분별하지 않고, 마음대로 치료를 하는 것을 개탄하며, 고인(古人)들이 군신좌사(君臣佐使)의 배합을 맞게 사용한 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탕두가결을 잘 살펴보면 이법방약(理法方藥)을 완벽하게 나누어 놓은 것을 살펴볼 수 있는데, 왕앙이 가결의 암기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방제 분석과 이해를 통해 방제의 완법(完法)을 추구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탕두가결은 특히 언어가 깔끔하고 운율이 아름다워 현재까지도 의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탕두가결은 증보(增補)가 된 것까지 따지면 본방(本方)만 300개가 넘습니다. 부방(附方)까지 따지면 400개가 넘어가기 때문에 모든 가결을 암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자주 사용하는 처방이나 유명한 처방들 위주로 암기를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 책은 군신좌사를 명확히 나누었기 때문에 처방에서 군약(君藥)과 신약(臣藥)이 어떻게 조화가 되는지, 그리고 좌사약(佐使藥)이 어떤 식으로 짝을 이루고, 어떤 식으로 배오가 되는지 분석해볼 수 있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왕앙과 기존 처방을 뛰어넘어 창방을 하게 될 때 많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방제학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책에 대한 문의가 있으신 분들은 카카오톡 nicehmchoi로 연락주시면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세밀하게 교정을 봐주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 문주호 한의사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의원 진료실에서 한의사 최 현 명 올림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