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좌수도강의

왜 정좌 수행을 하는가

인간 수명 백세 시대다. 예나 지금이나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병 없이 살다가 자기나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고 가고자 하는 바람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그런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현대인의 삶은 복잡하다. 일상은 바쁘고 감정은 격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움직임은 많으나 몸과 마음이 고요하게 쉴 틈이 없다. 심신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종교 정신이 쇠퇴한 시대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많고 종교 행위는 분출하나 인간을 포함한 존재의 본질을 묻고 궁극의 것을 탐구하는 종교 정신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런 종교성은 몸과 마음의 휴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책에서 말하는 정좌의 목적은 이 세 가지 모두와 관련 있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는 수면이고,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정좌(靜坐)'다. 정좌는 심신을 고요한 상태로 가라앉혀 본래의 생명력을 회복하려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정좌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정좌를 하면 어떤 효과가 있고 몸과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정좌를 하는 데 주의할 점이나 문제점은 무엇일까. 정좌를 하는 것이 도를 닦는 것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좌를 해서 궁극적으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참선, 단전호흡, 명상 등은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정좌 수행 입문서로 적합하다

이 책은 정좌에 관심이 있거나 입문한 사람이 궁금할 만한 기본에서 출발한다. 정좌의 자세부터 그런 자세를 취해야 하는 이유, 정좌가 몸에 미치는 영향과 몸에 일어나는 반응, 그 반응의 의미, 몸과 마음의 관계 등을 하나하나 단계별로 짚어 준다.
입문서이지만 입문 이상이기도 하다. 정좌 수행을 하여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수행 과정의 의문을 풀어 주기 때문이다. 또 도가 계통의 수련에서 흔히 말하는 임맥과 독맥, 기경팔맥의 변화 양상과 단계별 특징, 도가와 밀종, 요가에서 말하는 용어의 차이점과 공통점 등을 이론과 체험으로 실질적이고 분명하게 말한다.
이로써 수행자들이 현재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반응의 의미와 단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괜한 오해와 환상을 만들어 내지 않도록 지침을 준다.


정좌 수행 보고서이자 수행 탐방 기록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유가, 불가, 도가의 경전을 두루 섭렵한 이론적 배경, 중국과 티베트 등지에서 각 파의 수행법을 배우고 수차례 폐관 수행한 경험, 황제내경을 기반으로 한 의학 지식과 그것을 현대 의학 이론에 비추어 설명한 시도, 몇 년에 걸쳐 정좌 수련자와 수도자를 탐방한 기록, 은유적 표현과 모호한 말로 여러 폐해를 낳은 도가 사상에 대한 비판 정신까지 골고루 녹아 있다.
몸과 마음의 변화는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고 체험한 사람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런 정좌 수행의 세계를 가능한 한 이론화하였고 그것을 실천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또 사람에 따라 수행의 과정과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여러 수행자의 탐방기로 보완해 개인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좌우되지 않도록 했다.


유불도 삼가의 수행론을 아우른다

어느 한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해 각 종파의 한계를 넘어선 점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또 서로의 이론을 참고하고 서로의 용어를 비교해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드러내며 맹목적으로 상대를 배척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정좌수도강의』는 크게는 몸으로 접근하는 '도가'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으로 들어가는 '불가', 학문으로 접근하는 '유가'의 수행법을 아우르며 비교 보완해 각 이론의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관념이나 감각의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저자는 도가 수행법은 현대인들의 관념과 현대식 교육에 비춰보면 신비하고 허황된 표현이 많아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불가 천태종과 밀종의 수행법은 불교 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알아듣기 어려우며, 심성 수양으로 기질 변화를 추구하는 유가의 수행법은 그 나름의 확실한 이치가 있지만 생리적 변화를 도외시해 질의 변화까지 이끌지 못하는 점도 지적한다.
결국 각종 수행론은 그 나름의 의미와 한계는 있지만 생리적인 신체 반응과 심리적인 지각이나 감정, 다시 말해 몸과 마음을 도구로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도가 수련법을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전통 의학이나 도가 사상이 아무 의미 없이 전해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신비한 이론이나 허무맹랑해 보이는 것도 의학상의 이치 등을 따져 받아들일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가 수련법의 한계와 폐해도 분명히 지적한다. 도가 수련법은 학문적 이치를 소홀히 하고 원리나 이론적 측면을 경시해 지식인들에게 널리 유포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체계와 원칙, 방법을 갖춘 신선 단도의 과학으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스승에게 직접 배운 것만 중시하고 제자에게 은밀히 전수되는 풍토도 도가 수련의 발전을 막고 오해를 불러오는 요인이었음도 밝힌다.
저자는 이런 도가 사상의 신비를 벗겨 이론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대일로 은밀히 전수하던 비결을 밝혀내고, 단경 도서의 의도적 은폐를 걷어냈으며,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은유적 표현으로 넘어가던 것을 언어로 표현하고 그 의미를 짚어 냈다.


몸과 마음은 서로를 의지한다

명상, 참선, 요가, 단전호흡 등의 효과는 뇌 과학, 신경생리학, 심리학과 같은 각 분과 학문의 발전으로 이미 밝혀졌다. 고요한 상태가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뇌의 어떤 부위를 활성화시키고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뇌파 분석 등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지금은 마음이 뇌를 움직이는 지도를 그리는 단계까지 과학이 발전했다.
명상이나 참선의 효과가 드러남으로써 수행 인구의 저변은 넓어졌다. 또 과학의 발전으로 몸과 마음의 관계는 훨씬 긴밀해졌다. 하지만 여러 수행법을 융회 관통하는 이론과 체험을 겸비한 사람은 흔치 않다. 임독 유통이니 대주천, 소주천이니 하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경지인지는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정좌수도강의』는 1973년 대만에서 나온 이후 1984년 영문판으로 소개되었고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후반 처음 번역되었다가 이번에 복간본이 나왔다. 책이 나온 지 40년이 넘었지만 대만과 중국에서는 여전히 남회근 저서 중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책은 비전(秘傳)으로 전해 내려왔던 고대의 양생법을 신비와 관념의 틀을 깨고 이론과 과학, 체험으로 증명한다. 이것이 40년이 지났지만 이 책이 낡지 않은 이유이자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정좌 수도를 하는 목적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정좌 수행의 참된 목적이 결코 관념적이고 허황된 기적이나 개인의 이기심이 아니라 생명의 참모습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