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증지남의안 臨證指南醫案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이 서적은 섭천사 사후 그의 제자들에 의해 정리된 서적으로, 오국통ㆍ왕맹영 등 온병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 오늘날의 온병학 형성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서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편집 원칙은 화수운이 작성한 범례에 잘 나타나 있다. 수집한 의안의 증후가 뒤섞여 있어 특정한 병증을 찾아보려 해도 한데 모아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항목별로 나누었으며, 동일한 병증일지라도 각기 다른 병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세분한 후 대동소이한 건 10에 2~3가지를 지웠다. 또한 빈부귀천과 남녀노소의 구애 없이 진료하였기 때문에 의안에서도 칭호를 쓰지 않고 성과 나이만 적었으며 부녀자의 경우 나이가 많으면 노부인, 중년이면 모 씨 부인, 나이가 어리면 여성이라고 적어 구별하였다. 치법의 두서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매번 항목의 끝에 소결을 하나씩 붙여 후세 사람들이 읽기에 편리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범례에는 다음과 같은 당부도 덧붙어 있다. 의학은 병증을 식별하고 치법을 세우며 처방을 쓰는 게 관건이지만 병증을 식별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방약만 베낀 후 여기에 의존하여 의사 노릇을 하지는 말 것이며, 의안을 읽을 때는 특정 항목에서 논한 병정, 증상, 맥상의 각기 다른 점을 살펴 병명이 같더라도 병인에 있어서 다른 점을 알아내 이 의안에서는 어떤 치법을 썼고 저 의안에서는 달리 어떤 치법을 썼으며 이 치법에서는 어떤 처방을 썼고 저 치법에서는 달리 어떤 처방을 썼는지 다양하게 변화된 부분을 세심하게 음미할 것이며, 처방 중의 군신좌사약을 병인에 따라 세세하게 살펴 고방에 1~2가지 약재를 가감한 이유를 한층 더 이해한 후 치법에 따라 가볍고 맑으며 평순하고 연한 게 더욱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절대 치법은 바꾸지 말 것이며, 환단제는 짧은 시간 동안 급히 만들 수 없으니 경건한 마음으로 만들어 두라고 하였다. 또한 정리된 의안 중 중기와 말기 병증을 치료하는 것이 10에 7~8가지이고 초기 병증을 치료하는 것은 10에 1~2가지에 불과했다. 이는 다른 의사의 진료를 청하였다가 효과가 없을 경우에만 비로소 명성이 자자했던 섭천사에게 청했기 때문에 초기 병증을 치료한 의안이 매우 적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시기적인 선후와 병정의 얕고 깊은 차이를 혼동하지 말며 의안에서 분명하게 기록되지 않아 고찰하기 어려운 부분은 읽는 이가 마음속으로 터득하라고 했다. 특히 전업 의사들이 글재주에 얕고 깊은 차이가 있을까 염려하여 고고한 문체를 쓰지 않도록 동료들과 약속하였으니 행여라도 문장이 비루하다고 홀대하지 말고 절대로 대충 훑어보지 말며 만일 겉만 훑고 진수를 얻지 못한다면 결국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 함부로 자기의 수준을 건너뛰어 공부하지 말라고 하였다. 끝으로 여기에 소개된 의안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니 진본을 계속 수집하여 후속본을 인쇄하길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이러한 편집 과정을 통해 정리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꼽아 볼 수 있다. 첫째, 이전 의가의 의론을 계승하면서도 위기영혈(衞氣營血)과 삼초에 따라 구별되는 독창적인 변증논치를 제시하였다. 둘째, 치료에 있어서 정기(正氣)를 중시하였으며, 고방과 후세방을 자유자재로 가감하여 외감과 내상의 모든 질환에 적절히 운용하였다. 셋째, 비장과 위장을 구분해서 치료하였으며, 특히 위장의 음을 중시하여 맛이 달고 성질이 윤탁한 약으로 위음(胃陰)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넷째, 중풍에서 외감과 내상을 구분하여 치료하였으며, 특히 내상으로 인한 경우에는 간양(肝陽)을 가라앉히고 내풍(内風)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입증하였다. 다섯째, 낙맥이 병드는 이치를 밝혀 낙맥병의 치료 원칙을 제시하였다. 여섯째, 기경팔맥이 병드는 이치를 밝혀 기경병의 치료 원칙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의들은 모두 오국통ㆍ왕맹영 등 후대 온병학자들에게 이어져 온병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