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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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정보
    저자

    장회익, 변혜정, 전희식, 조광제, 안성찬 (지은이)

    출판사
    궁리출판
    페이지
    394쪽 | 554g | 148*210*30mm
    ISBN
    9788958202257
    출판일
    2011-11-21
    링크

공부에는 취미가 없지만 패션감각이 남다른 아이, 운동감각이 뛰어나고 몸놀림이 자유로운 아이, 음악으로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이, 나보다 약한 친구를 배려하는 아이……. 아이들의 몸은 저마다 다르다. 남다른 가능성을 조심스레 품은 씨앗과 같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다른 몸을 인정하며 교육하고 있는가. 이 아이들을 각자 다른 몸만큼이나 다양한 삶을 사는 어른으로 키워내고 있는가. 이 책은 이런 물음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몸이 각자 다른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요?

n개의 몸, n개의 꿈을 응원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 대한민국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의 상상력은 빈곤하다. 오로지 자기 존재를 ‘공부하는 몸’으로밖에 규정지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성장기를 보내고 있을까? 학교에서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 다니며 하루 16시간 가까이 의자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 ‘몸’은 어떤 의미일까?


학업, 입시에 얽매여 모든 욕구를 대학 간 다음으로 미루는 청소년의 오늘은 가히 행복하지 않다. 지금 당장 뛰어놀고 싶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나는 누구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부 아닌 것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어른들이 보기에 딴짓이요 딴생각이다. ‘공부하는 몸’에 최적화되지 못한, 이른바 학업 경쟁에서 낙오된 아이들은 풀이 죽어 무기력하게 10대의 긴긴 시간을 그야말로 ‘견뎌내고’ 있다. 공부 외에 몸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하고 가치 있는 일들을 포기하며 청소년들이 얻는 것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책은 몸 구석구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함께 몸의 가치와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성찰해본 결과물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몸을 새롭게 바라보는 7인 7색 인문학 향연은 ‘공부하는 몸’이라는 하나의 몸틀만을 강요받아온 청소년들에게 다른 몸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감수성을 자극한다. 감성 충만한 강연으로 잃어버린 몸의 감각을 되살리는 7인은 꽁지머리 한의사 이유명호, 온생명 의사 장회익, 몸짓하는 사람 달가, 유쾌한 여성학자 변혜정, 글쓰는 농부 전희식, 독문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안성찬, ‘몸 철학’으로 유명한 철학자 조광제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삶의 궤적만큼이나 다양한 몸 이야기를 들고 청소년들을 직접 만났다.


청소년과 7인의 만남을 주선한 곳은 인문학 책방이자 문화놀이터인 ‘길담서원’이다. 길담서원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길, 일, 돈, 몸, 밥, 집을 주제로 청소년인문학교실을 열어왔으며 앞으로 품, 땅, 불, 물, 똥, 힘, 꿈, 숨, 말, 눈, 앎, 삶 등의 수많은 주제말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은 길담서원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한 글자 인문학교실 ‘몸’ 강좌를 더 많은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과 나누고자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강연을 들은 청소년들이 직접 쓴 후기도 함께 실었다.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철수와영희 펴냄)에 이은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세상은 나의 몸과 타인의 몸이 함께 만드는 창조적 공간이다!

잠들어 있는 몸의 감각을 깨우는 7인 7색 인문학 향연

청소년, ‘나의 몸, 너의 몸, 우리의 몸’을 성찰하다

몸은 자신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다. 말하자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경험은 몸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아이들에게 ‘나의 몸’과 ‘너의 몸’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사회가 이들을 너무 이른 나이부터 경쟁에 등 떠밀어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 각자의 몸이 공동체의식과 협동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빛나게 해주는 ‘우리의 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다양한 몸, 다양한 삶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다른 존재(사물/인간/자연)에 감정이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 서로 다른 일곱 빛깔 강좌가 공감했던 메시지이다.


1강.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_ 이유명호

남녀 할 것 없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고향은 어머니 자궁 속이다! 시계추를 내가 세상에 나온 시절로 되돌려 엄마의 몸, 여성의 몸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성이 월경을 하고 남자보다 지방이 많은 이유는 생명을 길러내는 몸이기 때문이다. 꽁지머리 한의사 이유명호 선생님이 아기를 낳고 기르는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희 어머니가 올해 80세가 되셨어요. 저는 지금도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들고 출근해요. 엄마 밥을 이렇게 오래 먹는 마마걸이 저예요. 우리 주위에 많아요. 어떤 여자가 일을 하려면 그 여자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여성 조직이 없으면 힘들어요. 아들들은 안 그런가요? 이 아들이 크는 데 엄마가 뒷바라지를 해야 크지요. 그러니까 전 국민이 친정엄마나 다른 여성을 배후세력으로 가지고 있는 거예요.”


2강. 온생명과 나의 존재 _ 장회익

‘온생명’이라는 새로운 생명 사상을 전파한 장회익 선생님에게서 40억 년 지구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내 몸에 대해 전해 듣는다. 공기, 태양, 다양한 동식물까지도 나의 몸이라고 여기는 녹색사상가의 깨달음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학문의 여정을 따라나선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한 물리학자가 답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전해 들으며 공부의 참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사람이 진공 상태에 있다면 생명활동을 할까요? 물.빛.영양분 등이 있어야 생명이 되지 사람 몸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태양에너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즉 태양까지 포함한 내가 진정한 ‘나’인 거지요. 온생명이 곧 나의 몸입니다.”


3강. 소통의 방식 : 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 _ 달가

몸을 쓸 일이 거의 없는 청소년들과 함께 몸짓표현을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몸은 태곳적부터 내 감정(emotion)과 마음의 상태를 보여주는(icon) 표현도구, 즉 이모티콘(emoticon)이다. 그러나 말과 글의 홍수 속에서, 지식 위주의 교육 분위기 속에서 몸의 본능적이고 전체적인 발달이 아닌 뇌 발달만이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몸짓하는 사람, 마임이스트인 달가가 능동성을 잃어가는 청소년들의 몸에 자극을 불어넣는다.


“요새 아이들은 직접적이며 단편적인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입니다. ‘치워’ ‘먹어’ ‘일어나’ ‘공부해’ ‘학원 가라’ 이때 우리가 상실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읽고 판단해서 스스로 움직일 줄 아는 몸입니다. 행복이 무엇일까요? 내 마음이 내는 소리를 잘 알고 그것을 온몸으로 표현할 줄 안다면 더 없이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요?”


4강. 10대와 어른, 성으로 유쾌하게 만나기 _ 변혜정

“남자들은 왜 야동을 보나요?” “성별을 왜 육체적으로 구분 짓나요?” “게이와 레즈비언은 왜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나요?” “10대는 성관계를 하면 안 되나요?”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유섹인) 대표인 변혜정 선생님이 수학, 영어 공부만큼 중요한 성에 대한 이야기를 청소년과 주고받은 기록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성적인 존재입니다. 만져주고 비벼주고 껴안아주면 아기들은 무척 좋아해요. 다 스킨십 좋아하죠. 하물며 여러분 같은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연애나 성행위에 무관할 수 있겠어요. 여러분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감정을 가진 인간인데요.”


5강. 젊음과 늙음, 모심에 대하여 _ 전희식

농부 전희식 선생님이 젊은이들에게 삶의 경험에서 길어올린 나이듦과 모심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치매가 있는 아흔 되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상은 소박하지만 울림이 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청소년에게 노년의 삶은 전혀 다르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정서와 욕망과 행복의 기준은 누구에게나 같다. 평범하지만 쉬이 깨닫지 못할 진리를 농부의 목소리로 전해 듣는다.


“탄생, 젊음, 늙음, 죽음. 이들은 다 연결되어 있어요. 젊음은 그 속에 늙음을 품고 있어요. 늙음 속에는 젊은 흔적이 있어요. 이들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인생을 온전히 알 수 있어요. 늙음을 방치하거나 노인요양시설에 유폐한다면 온전한 삶일 수 없어요. 아기 때만 기저귀 갈아주고 젖 물리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고 늙으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절름발이 생각이에요.”


6강. 나는 이성적일까? 감성적일까? _ 안성찬

우리 교육은 내가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 법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 있는가? 성장소설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중심으로 자기 내면과 사회와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운다. 헤세는 획일적인 학교 교육과 인간성을 상실한 1차.2차 세계대전에 온몸으로 저항하면서 양심과 영혼을 지키기 위해 한평생을 치열하게 살아갔다. 독문학자 안성찬 선생님은 헤세의 삶과 작품 세계를 통해 영혼과 육체, 이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돌보는 전인교육,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머리(지식)만 과도하게 발달한 인간이 아니라, 지성.감성.의지를 두루두루 갖춘 인간, 자기 자신과 공동체의 참된 주인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참된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ncyclopedia’라는 영어단어는 백과사전이라는 뜻이에요. 백과사전이라 하면 많은 지식을 담은 책을 뜻하지만, 그리스어에서 온 이 단어의 원래 뜻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요. ‘encyclo’는 ‘두루두루’를 뜻하고, ‘pedia’는 ‘교육’을 뜻해요. ‘encyclopedia’의 원래 뜻은 전인교육이었어요. 진선미를 두루 갖춘 인간, 경기장에서 운동도 하고, 예술도 할 줄 알고, 머리도 쓰고, 사회공동체를 위해서 올바르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도 하는 그런 사람을 길러내야 공동체가 제대로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오늘날은 ‘encyclopedia’가 단순히 많은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이라는 뜻이 되어버렸어요.”


7강. 나의 몸, 그 무한한 가능성 _ 조광제

나는 나의 ‘몸’을 토대로 해서 존재한다. 몸 없이 자신의 영혼과 사회와 관계 맺을 수는 없으며, 내가 어떤 몸인가에 따라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와 삶의 폭은 달라진다. 이를테면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몸에 밴 사람과, 다른 사람들의 삶과 존재에 대해 남달리 섬세하고 깊은 감각을 가진 사람을 비교해보라. 전자는 남들을 자신을 위한 도구로 삼기 쉽지만, 후자는 남들과 함께 서로 주체가 되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 ‘몸 철학’을 연구해온 조광제 선생님은 다른 사람과 감각을 잘 주고받고 소통을 잘하는 몸이 좋은 몸이라며 ‘감각교육(감성교육)’과 ‘몸으로 하는 공부’를 권유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은 그야말로 중요합니다. 감각의 버릇, 다른 사람을 대하는 버릇, 돈을 대하는 버릇, 정치를 하는 버릇 등 삶의 기초는 바로 버릇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버릇은 몸에 밴 것입니다. 몸을 어떻게 형성하고 몸을 어떻게 성찰하고 몸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가가 곧 삶의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의 몸과 너의 몸이 부딪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세상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몸을 사유한다는 것은 내 영혼과 나누는 대화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이다. 영혼과 육체가 자라나는 10대에 절실한 것은 몸의 공부가 아닐까.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내 몸이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가닿기를 바란다.


귀는 소리의 울림을 원한다.

눈은 아름다움과 색깔을 보기를 원한다.

코는 향기와 좋은 냄새를 원한다.

입은 정의와 불의에 대해 말하기를 원한다.

팔은 화려한 것과 충만한 것을 즐기기를 원한다.

의지는 방해받지 않고 작용하기 원한다.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는 것이다.

(/ '양자(楊子)' 중에서)


- 출판사 제공 책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