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리드 의학

동경대학 대학원 의학부 객원연구위원

저자도 ‘원인불명의 병’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저자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불명의 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원래 허약체질이었던 것도 아니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등의 자각증상도 없었다. 그런 저자를 갑자기 습격해 온, 매우 급작스러운 사건이었다. 놀란 것은 그 병에 결국 병명을 붙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장이 나빠져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왜 그런 상태가 되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치료방법이 없었다. 의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물론 증상도 좋아지지 않았다.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자는 장기입원생활을 강요받았다. 원인이나 치료방법이 불분명했고, 약을 복용하는 것도 아니고, 외과수술을 하는 것도 아닌 채, 그냥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선은 식사나 운동만 제한시켰다. 어떤 병인지도 모르는데, 꼭 그렇게 해야 했을까? 식사나 운동을 제한하면, 이 병이 나을까? 많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환자에게 의사는 절대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그 지시를 따라야 했다. 그리고 반년 정도가 지나자 겨우 몸 상태는 좋아졌고, 퇴원하게 되었다. 식사나 운동제한이 효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물론 마지막까지도 병의 원인과 좋아진 요인도 알지 못한 채 퇴원했다. 이 한 사건을 계기로 저자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치료법이 없는 병이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한다. 의사가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싹 텄다. 그렇다면 스스로 의사가 되어, 병을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렇게 저자는 도쿄대학 의학부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검사결과만 중시하는 의사에게는

자신의 몸을 맡기지 말자!


환자의 호소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본인이야말로 그 증상의 종류나 정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이상하지 않더라도, 환자가 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한 것이다. 어딘가에 그 이상을 일으킨 원인이 있는 것이다. 동양의학에는 ‘미병(未病)’이라는 사고방식이 있다. 병명을 특정할 수 없는 질병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 첫 수순으로 몸 상태가 나빠진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다. 내버려두면 큰 병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으므로 여기서 병의 진행을 저지하려면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적절한 처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동양의학의 기본자세다. 따라서 촉진이나 시진 상의 소견과 환자의 호소가 다를 경우에는 원인을 특정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들여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에 반해 서양의학에는 ‘미병’이라는 개념이 없다. 뚜렷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다. 원인을 알 수 없다면, 병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검사결과에 이상이 없으면, ‘병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라고 별 것 아니라는 듯 이야기하는 의사들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이렇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의사도 있다. “일단, 약을 처방해 보겠습니다.” 일단, 이런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원인을 알지 못하는데, 도대체 왜 약을 주는 것일까? 환자는 몸에 이상을 느끼고 있어 병원에 왔는데, ‘병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더니, “약을 처방한다”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식을 뒤엎는 콜레스테롤 수치

여성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은 것이 당연!


콜레스테롤 수치에 신경을 쓴다. 특히 건강검진결과를 뒤돌아보며, 쭈뼛쭈뼛 수치를 체크합니다. 정상수치면 안도, 높으면 낙담, 대부분의 모습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이상지질혈증)가 이어지면 동맥경화가 유발되며,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이 잘 일어나게 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히 높은 경우에는 약을 복용해서 수치를 낮춰야 한다. 긴 기간 이 방식이 최적의 답안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의학상식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해간다. 여성은 갱년기를 맞이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한다. 곧 중장년 여성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은 것이 당연하며, 억지로 내려야만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연구팀이 도출한 결론이다. 그런데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는 지금도 남녀를 일률적으로 다루고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령남성과 고령여성이 있을 때, 정반대의 예후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공부하지 않는 의사의 존재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이나 상식을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하지 않아 환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불필요한 약을 처방하게 되는 것이다.


해열제는 바이러스를 튼튼하게,

한방약은 몸을 튼튼하게


감기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열이 날 때 해열제를 복용하여, 강제로 열을 내리면 치료기간이 길어진다. 이 사실은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발표해 왔다. 더욱이 동물실험에서도 해열제를 투여했을 때, 체내 바이러스가 보다 쉽게 증식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일시적으로 편해지는 것을 선택하여 감기를 장기화할 것인가? 아니면 열을 참고 빠르게 감기를 치료할 것인가? 뭔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는 듯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는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서양의학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동양의학은 그런 한계가 없다. 적절한 한방약을 복용하면 빠르게 열이 내려가고, 감기도 치유된다. 한방약은 ‘올라간 열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몸의 방어력을 강화하여,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 동물실험에서도 한방약을 투여하면 체내 바이러스 증식이 억눌려, 잔존 바이러스도 감소하는 것으로 실제 증명되었다. 열이 나면 해열제, 이 잘못된 상식은 머릿속에서 지우길 바란다. 열이 나면 한방약, 오늘부터는 이런 새로운 상식을 기억해 두길 바란다.


하버드대학에서 불을 지핀

‘보완대체의료’ 도입?


서양의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동양의학을 포함한 그 외 비주류 의료를 병용하는 ‘보완대체의료’에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은 그다지 최근 이야기는 아니다. 1990년대에 하버드대학의 데이빗 아이젠버그 박사가 그 효과와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상은 순식간에 미국에 퍼져, 1998년에는 하버드뿐 아니라 애리조나, 콜롬비아, 스탠포드 등 각 대학의 125개 의학부 중, 75개 의학부에서 보완대체의료에 관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서양의학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해도 괜찮겠다. 미국에서는 국민의 약 40%가 보완대체의료를 이용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고, 현재는 서양의학 이외 의료의 장점을 최대한 발굴하여 활용하는 ‘통합의료’라는 한 흐름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 보완대체의료는 식사요법, 건강기능식품 섭취, 마사지 등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중의학이라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속내를 내보인 서양의학 의료관계자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제는 중의학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