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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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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건강정보
- 저자
빌 헤이스 (지은이), 양병찬 (옮긴이)
- 출판사
- 알마
- 페이지
- 384쪽 | 140*225mm | 499g
- ISBN
- 9791159922886
- 출판일
- 2020-03-13
- 링크

19세기 해부학자이자 화가인 한 남자의 일기장을 단서로,
극단적 세 공간을 넘나들며 입체적으로 전개되는 경이로운 전기문학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를 둘러싼 불가사의한 인물들의 삶과 행적,
그리고 그 시대 의학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과학 에세이이자
해부학 실습과정에서 경험한 인체의 해부학적 지식과 인간에 관한 통찰을 담은 철학 에세이
“《해부학자》는 모든 책꽂이에 비치될 만큼 값진 책이다.”
- 올리버 색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Gray's Anatomy》를 둘러싼 미스터리
〈그레이 아나토미〉는 시즌 16까지 이어지며 초유의 인기를 구가하는 드라마다. 이 ‘엄청난’ 의학 드라마의 제목은 그야말로 ‘엄청난’ 책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제대로 공부한’ 의사라면 한 권쯤 서가 중심에 꽂혀 있는 의학교재의 고전이다. 1858년에 나와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전무후무한 스테디셀러 《그레이 아나토미》는 지금껏 발간된 영어로 된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으로 정평이 나있다.
《해부학자》는 《그레이 아나토미》를 둘러싼 불가사의한 두 명의 헨리를 중심으로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이 책을 집필한 헨리 그레이와 책에 해부학 삽화를 그린 헨리 반다이크 카터가 그들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 빌 헤이스는 ‘해부학’이라는 산을 만나고 그것을 넘기 위해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서 해부학 실습 강좌를 네 학기나 청강하며 두 해부학자의 미스터리에 다가간다. 빌 헤이스가 프롤로그에서 밝히듯, 이 책의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해부학 책’이고 다른 하나는 (비록 아마추어일망정) ‘한 해부학도의 수련 과정’이다.
책은 세 가지 주제로 전개된다. 《그레이 아나토미》에 삽화를 그린 헨리 카터의 삶이 전면에 드러나며 전체를 끌고 간다. 독자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이 호기심과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 안에 해부학자이며 저자인 헨리 그레이의 삶이 홀로그램처럼 투영되면서 흥미는 배가된다.
빌 헤이스는 160여 년 전에 살았던 《그레이 아나토미》의 저자와 삽화가인 두 헨리의 비범한 삶과 천재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인체를 바라보는 경이로운 관점을 제공하면서, 창의적인 전기의 새로운 장르를 연다.
‘해부학은 운명이다’란 말이 운명이 되다
두 번째 주제는 인체해부학으로 약학과, 물리치료학과, 의학과 학생들과 함께 해부학 실습 강좌에 참여하면서 빌 헤이스 특유의 맛깔난 글쓰기가 생생하게 흐른다.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 결부된 통찰로 해부학의 엄밀한 과학 지식을 서술하는 저자의 글솜씨는 그야말로 메스처럼 날카롭다.
가령 그는 심장 해부 실습 경험을 이렇게 서술한다. “인간의 심장을 실제로 들여다보니, 그게 ‘감정의 중심’으로 알려진 과정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16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외과의사 앙브루아즈 파레는 심장을 일컬어 ‘영혼의 대저택,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관, 생동감 넘치는 정신의 분수’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 심장은 뭘 보거나 느끼거나 하지 않으며 그저 ‘터프한 근육질 펌프’일 뿐인 것 같다. (…) 그녀가 동방결절의 작동 메커니즘(동방결절 세포에서 전기신호가 발생하여, 심장 전체의 다른 세포들로 확산됨으로써 수축과 박동을 일으킨다)을 설명하는 동안, 나는 해부학과 메타포의 완벽한 만남에 감탄하여 황홀경에 빠진다. 인체에서 동방결절은 복장뼈 바로 아래, 즉 가슴의 사점dead center(정확한 기하학적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그곳은 우리가 공포감, 사랑, 고양감elation 등의 감정을 처음 실감하는 곳이다. 우리의 심장은 그곳에서부터 작동하고 쿵쾅거리고 요동치기 시작하니 말이다.”
TMJ(측두하악관절temporalmandibular joint) 해부 실험에서는 자신이 앓고 있는 TMJ장애를 음파탐지기 삼아 멋지게 과제를 해결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모든 기관들이 제각기 작고 단정한 방을 하나씩 갖고 있다 보니, ‘저런 곳에서 어떻게 두통이 발생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또한 반쪽머리hemihead 해부 장면에서는 진지한 위트가 넘친다. “‘해부학은 운명이다’라고 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말은 옳았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해부학은 빌 헤이스 자신의 운명이 되어간다.
아름다운 비가, 올리버 색스와의 인연
《해부학자》의 세 번째 주제는 빌 헤이스 자신의 삶과 인연이다. 이것은 오롯이 이 책의 아름다운 문장과 행간에 실려 변주되어 흐른다. 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세 공간을 넘나들며 인생의 핵심인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이별의 중심부를 향한다. 마치 심장을 들어내 모든 감정의 페이스메이커인 ‘동방결절’을 보여주듯. 눅눅하고 부산스런 해부학 실습실, 밝고 차분한 국립도서관 자료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인 19세기 두 헨리의 시대, 세 공간의 시간적 물리적 엇갈림은 동시에 현존하며 변주되다가 빌 헤이스 자신의 슬픈 경험을 통과해 인간의 삶과 죽음 너머로 반향되며 결말부를 맞는다.
빌 헤이스는 해부학 실습과정에서 인체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질서와 조화를 보면서 삶이라는 기적을 목격한다. 모든 것이 바로 그 자신의 자리에 있음에 감동한다. 그러면서 막상 시신을 다루는 해부학이 죽음보다는 삶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발견한다. 반면 죽음을 가르쳐주는 것은 삶의 순간이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책의 집필과정을 함께했던 삶의 파트너 스티브가 한 침대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삶이라고 하는 운동은 막상 맨 끝인 죽음을 향해 질주할 뿐이라고 고백한다.
“‘끝’이라고? 그래, 맞다. 한 권의 책이 끝나고, 하나의 스토리가 끝나고, 하나의 인생도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해부학에 대한 불타는 학구열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빌 헤이스의 이 문장은 두 헨리의 운명뿐 아니라, 빌 헤이스 자신에 대한 예언이기도 했다. 《해부학자》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과학자이자 저술가인 올리버 색스를 만나게 해준 책이기 때문이다.
이번 출간을 기념해서 빌 헤이스는 한국 독자들을 위해 특별한 서문을 보내왔는데, 마지막에 그의 연인이자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와의 인연에 대해 밝히고 있어 그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파트너 스티브의 죽음과 올리버 색스와의 인연은 2017년 발표한 그의 아름다운 에세이 《인섬니악 시티-뉴욕, 올리버 색스, 그리고 나》에서 자세하게 다뤄진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