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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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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건강정보
- 저자
양선아 (지은이)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페이지
- 280쪽 | 125*200mm | 325g
- ISBN
- 9791160408133
- 출판일
- 2022-04-29
- 링크

희망이 배신하고 절망이 굴러와도 인생은 계속되니까
아픈 나를 관찰하며 삶의 파도 타는 법을 깨닫다
활짝 열려 있던 문이 철거덕 닫히며 깜깜한 어둠 속에 내던져졌다고, 저자 양선아는 2019년 12월을 기억한다. 청천벽력 같은 유방암 3기 진단. 기자로 20여 년간 종횡무진 달려온 동시에 한창 자라는 두 아이의 엄마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지던 때였다. ‘도대체 왜 내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 갑작스러운 어둠 속에서 불빛을 더듬어 ‘암’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길을 찾아 나서는, 솔직하고 감동 가득한 에세이다. 암이라는 질병은 평소 ‘에너자이저’로 불릴 만큼 활기와 긍정 넘쳤던 그조차 처음엔 한없이 약하게 만든 인생의 돌부리였다. 그러나 “투병으로 이어지는 삶도 나의 인생이며 이 시간 또한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절망과 불안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 암 진단 이전엔 비대한 자아를 중심으로 뭐든 내 뜻대로 삶을 만들어내야 만족했다면, 암 진단 이후엔 나 자신이 광활한 우주의 일부분이며 인생은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수술-항암-방사선’의 투병 과정과 극심한 몸의 변화, 예상을 빗나가는 순간들을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힘을 내기만 하고 살아온 지난날과 달리 힘을 빼는 기술을 익히며 비로소 삶의 파도를 타는 법을 깨달았다. 아픔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서로 기대어 살아낸 사랑과 연대의 시간도 책에 촘촘히 담았다.
서로의 꽃이고 기도가 된 독자들의 성원
내가 투병하던 때 이 글을 읽었더라면
훨씬 덜 무섭고 덜 외로웠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 전반을 통해 꾸준히 강조하는 것도 질병에 대한 주변의 이해와 그에 기대며 회복할 수 있는 환자 자신의 용기, 그리고 아픈 이들 사이의 연대다. 암 진단과 수술 후 가슴 ‘트고’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대목에서 그 따뜻하고 소중한 연대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투병 중 유방 조직 전체를 잘라내는 전절제술을 받게 되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은 저자에게, 선뜻 환자복을 열어 수술 후 복원까지 완료한 자기 가슴을 보여준 ‘선배 환자’들. 그들의 행위는 타자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공감과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것처럼 내게 느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방의 살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보형물을 넣거나 복부 살을 떼어 붙이는 경험은 개별 여성에겐 매우 힘들고 고유한 일인데, 누군가가 그 경험을 앞두고 두려워할 때 먼저 그 길을 간 여성들이 자기 가슴을 기꺼이 보여주며 안도감을 제공해준 것이었다.
어떤 상처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약이 된다
인생의 돌부리에 넘어진 마음을 일으키는 부축의 매뉴얼
이 책은 투병기이지만 어둡지 않고 삶의 큰 고비에 대한 책이지만 무겁지 않다. 저자는 특유의 솔직함과 낙천성으로 질병의 양상과 치료 과정, 부작용과 회복의 상반된 경험 모두를 따뜻하고 담백한 필치로 그려낸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날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무릎이 탁 꺾여 넘어지는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서점이었던 일, 대학병원의 짧은 진료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마치 취재원을 만나듯 철저하게 질문지를 준비한 일 같은 에피소드는 20년 베테랑 기자의 ‘포스’를 느끼게 한다. 한편 항암 부작용으로 극심한 변비에 시달리다 우여곡절 끝에 ‘배변 독립’을 맛보았을 때의 행복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해 아예 빡빡 밀었는데 ‘도라에몽’같이 예쁘다는 가족들의 반응에 그만 웃어버렸던 기억은 독자를 실컷 울렸다가 또 흠뻑 웃긴다.
추천사를 쓴 작가이자 심리기획자 이명수는 이러한 양선아만의 에너지로 채워진 이 책을 가리켜 상처 입은 치유자가 건네는 부축의 매뉴얼이라 말한다. 잘 아문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부축해 회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병원 생활과 항암 치료, 수술과 관련한 크고 작은 팁을 포함해 생활 습관, 식습관, 마음가짐, 정보를 공유할 만한 통로 등 직간접적으로 투병 생활을 하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저자만의 지침과 조언을 빼곡히 담고 있다. 아울러 어떤 방식으로든 저마다의 순간에 찾아오는 아픔과 시련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인생의 태도와 방향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몸’과 ‘나’, 그리고 ‘삶’의 관계에 새로운 물음을 던질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