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당신은 당신의 몸속 미생물에 대해, 그 미생물이 바꾼 세계사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저자는 미생물・바이러스와 인간, 감염병과 숙주의 관계를 야구에서의 ‘투수와 타자의 관계’에 빗대어 설명한다. 투수, 즉 병원체는 타자, 즉 숙주의 약점을 찾아내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공을 던짐으로써 타자가 공을 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면 타자는 끊임없이 궁리하고, 노력하고,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투구법에 대응함으로써 투수가 던지는 공을 치려고 노력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항생물질을 투여하면 대다수 세균은 사멸하지만 내성을 획득한 세균이 살아남아 다시 번식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세균은 숙주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항생물질을 무력화하는 효소를 만들어내 자신의 유전자 구조를 바꿈으로써 (숙주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미생물과 인간의 ‘술래잡기’는 과연 누구에게 더 유리하며, 둘 중 누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을까? 압도적으로 미생물이다! 이는 인간과 미생물의 세대교체 시간과 변이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인간의 세대교체는 약 30년이 걸리는 데 반해 대장균은 조건만 맞으면 20분에 한 번 분열할 수 있다. 즉, 미생물・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는 인간의 그것의 50만~100만 배에 달한다. 인류 역사는 고작 20만 년 남짓인 데 반해 미생물・바이러스는 40억 년을 살아남은 최강자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알 수 있듯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인간이 아니라 ‘미생물’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이치와 원리를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된 대표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의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실감이 난다. 1940년대에 페니실린이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 그 극적인 약효로 인해 ‘마법의 탄환’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20세기 최대 발명 중 하나로 칭송받기까지 했다. 게다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페니실린은 다양한 항생물질 발견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이 맥을 못 추는 내성균이 출현했다. 그 내성균은 ‘마법의 탄환’ 페니실린이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방탄조끼’를 갖춰 입고 나타났다.


어떻게 내성균은 그토록 이른 시일 내에 퍼져나갈 수 있었을까? ‘수평 전이’ 덕분이다. 비내성균이 다른 균에게서 유전자를 수용하는 ‘수평 전이’ 덕에 인류가 부단한 연구와 노력, 실험 끝에 새로운 특효약을 내놓아도 이에 질세라 내성균이 출현하는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