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죽지 않는다 - 무엇을 생각하든, 생각과는 다른 당신의 이야기

경황없이 맞이할 마지막 순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20년 넘게 방송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활동해 온 홍영아 작가. 2013년 그는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라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다가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하나는 우리나라 말기암 환자들이 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치료를 받으며 다른 나라보다 3배 많은 양의 항암제를 사용한다는 것, 또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쓴 의료비보다 2배 많은 돈을 죽기 전 한 달 동안 쓴다는 사실이었다.


홍영아 작가는 가망 없는 일에 매달리다 죽음을 맞이하는 세태에 대해 그동안 왜 방송에서 다룬 적이 없는지 의아해진다. 왜 방송에서는 늘 죽기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만을 그렸을까. 죽기 직전의 삶에 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혹은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방송은 긍정의 마취사다. 방송에 등장하는 사람이 비극적일수록 긍정의 주사는 효과를 발휘한다. 기적을 호소하는 멘트가 화면 위에 절절하게 흐르고, 그 주문은 기적 대신 시청률을 불러온다. 제작진은 다시 그런 기적을 기대하는 방송을 제작하고, 사람들은 기도를 하고, 그 기도는 기적 대신 시청률을 올린다. 울리고, 올리고, 죽고. 울리고, 올리고, 죽고……. 이 사이클 속에서 방송은 말기암 환자에게 행해지는 적극적인 항암 치료가 얼마나 죽음의 질을 떨어뜨리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수상 작가가 카메라 없는 다큐멘터리를 쓴 이유


홍영아 작가는 죽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새로 쓰기로 한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세 가지가 없다.


1) 카메라

2) 병원 홍보팀의 협조

3) 의사의 제안으로 출연을 결정하는 환자


KBS 파노라마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이후 8년 동안 홍영아 작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암 전문의, 중환자실 간호사, 요양병원 의료진, 요양원 원장, 유골함 판매원, 장례지도사, 그리고 얼마 전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 그들은 말한다, 그렇게 죽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바와 다르게, 홍영아 작가가 만난 어떤 이들은 죽을 병에 걸리더라도 그 사실을 본인에게 알리지 말라고 자식에게 당부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호스피스 병원을 찾은 말기암 환자는 고통이 가라앉은 시간에는 정작 할 일이 없어 지루해지는 임종기 일상을 보여 준다. 죽기 직전까지 환자를 치료하는 시대에, 홍영아 작가가 만난 의사는 스스로 곡기를 끊은 환자의 뜻을 존중해 처치 없이 임종을 지켜봤던 일화를 들려준다. 요양원 원장은 부모의 연명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보호자에게 연명 치료가 아니라 그냥 치료라고 말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토로한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몸에 튜브가 너무 많이 달려 있어 환자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며, 중환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해 준다. 장례지도사는 빈소 차림, 입관, 발인, 화장, 납골 등 일반적인 장례식 절차를 설명해 주고,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장례식 풍경을 전한다. 그리고 얼마 전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은 이별 이후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지 들려준다.


무엇을 생각하든, 생각과는 다른 당신의 이야기

나와 내 가족의 마지막 순간. 그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직전에도, 직후에도 실감 나지 않을 죽음을 절절하게 만나다


나는, 내 가족은 출근길에, 혹은 자다가 전화를 받을 것이다. 언젠가는 엄마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의사에게 그만하라고 울면서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인공호흡기를 하는 것이 맞을까. 심폐소생술을 받는 것이 맞을까. 그래야 한다면 얼마나 오래 그래야 하는 걸까. 그로 인해 우리는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