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자 조각가들 - 타이레놀부터 코로나19 백신까지 신약을 만드는 현대의 화학자들

의약품 개발의 최전선에 있는 화학자가 들려주는 신약 개발의 역사와 숨겨진 뒷이야기들


신약을 개발하는 화학자들은 분자를 조각하는 현대의 연금술사들이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을 깎아 피에타 상을 조각하는 것처럼, 분자 조각가들은 화합물에 탄소, 수소, 산소 같은 원자를 붙이거나 제거하고, 커다란 분자를 연결해 형태를 만든다. 하지만 분자 조각가들의 최종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조각한 화합물이 나쁜 단백질에 찰싹 달라붙어 기능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화합물을 약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신약 개발의 최전선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가 새로운 약이 창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신약 개발 방법과 최신 트렌드에 정통한 의약화학자인 동시에 약학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의 역사를 다루는 인기 교양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신약 개발의 과거와 현재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생명을 살리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화학자들이 절묘하게 분자를 조각하고 이어 붙이는 과정을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그림과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약을 먹을 때마다 한 알의 약 뒤에 숨은 분자 조각가들의 치열한 고민에 경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생명을 살리고 기적을 창조하는 분자 예술의 세계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분자 조각가들의 이야기!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약에 관심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같은 다양한 방안이 동원되었지만,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은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이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레이스로 쏠렸고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주식 시장도 요동쳤다. 대중의 머릿속에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생소했던 제약회사들의 이름이 각인되었고, 각 회사에서 개발된 백신의 특징과 장단점을 소상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신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여전히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다. 신약은 왜 그토록 개발하기 어려운 것일까? 약이 될 수 있는 후보 물질은 어떻게 찾는 것일까? 후보 물질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이 되는 것일까? 약의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모든 질문의 이면에는 묵묵히 분자를 조각하고 다듬어 생명을 살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분자 조각가들이 있다.


이 책은 화학자들이 어떻게 신약 개발에 관심을 가졌는지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연금술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초기의 화학자들은 우연에 기대거나 동물이나 식물에서 영감을 얻어 신약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해열진통제의 대명사인 타이레놀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번의 우연한 사건을 겪었다. 타이레놀의 선조 격 의약품인 아세트아닐라이드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조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잘못된 약물이 전달되면서 해열 효과가 발견되었다. 아세트아닐라이드를 발전시킨 4-아세트아미노페놀은 뛰어난 해열 진통 효과에도 불구하고 개발 당시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견되어 약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 부작용이 발견된 실험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져서 오늘날의 타이레놀이 탄생했다.


당뇨병 치료제인 엑세나타이드의 개발 과정은 동물에서 유래한 물질이 약으로 개발된 과정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미국 남서부의 사막 지대에 서식하는 아메리카독도마뱀이 혈당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도마뱀은 엑세나타이드라는 자신만의 특이한 혈당 조절 호르몬을 이용해서 먹이가 적은 사막에서 생존하고 있었다. 분자 조각가들은 엑세나타이드가 인간의 몸에서도 비슷한 작용을 하면서도, 기존에 연구되고 있던 당뇨병 치료제보다 지속 시간이 길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약으로 개발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화학자들은 엑세나타이드가 소화관에도 작용해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준다는 점을 이용해서 포만감을 늘리고 최종적으로는 살을 빼는 용도로 개량했다. 독도마뱀의 호르몬에서부터 이어진 분자 조각가들의 연구는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삭센다로까지 이어졌다.


신약 후보 물질은 어떻게 찾는 것일까?

분자 조각가들은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를 조각할까?


저자는 의약품 개발의 역사와 뒷이야기들을 재밌게 풀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업인 의약화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해 분자 조각가들이 어떻게 분자를 조작하는지 알려준다. 분자는 너무나도 작아서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존재다. 조각가들은 끌과 정으로 대리석을 조각하지만, 분자는 그렇게 조각할 수 없다. 분자 조각가들은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를 조각할까? 바로 화학반응이다. 화학자들은 약이 될 수 있는 분자의 구조를 예측하고, 그 구조에 이를 수 있는 반응 경로를 계획한다. 단지 원하는 물질을 얻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값싸고 안전한 약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고안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분자 조각가들이 창조성을 발휘하는 영역이며, 이는 의약품을 만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 끝에 화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사례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저자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화학 지식을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그림과 비유를 동원해 능수능란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스토리텔링과 화학 지식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약품이 어떤 방식으로 개발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신약 개발의 기본적인 전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책 후반부에서는 최근에 유행하는 신약 개발 트렌드를 다룬다. 화학자들이 생물학자, 동식물학자, 인공지능 개발자와의 협업으로 이루어낸 성과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 과정에서 어떻게 최신 의약화학 기술이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그 기술이 미래의 신약 개발 과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알아본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약을 먹을 때마다 한 알의 약 뒤에 숨은 분자 조각가들의 치열한 고민에 경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