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두통, 한없이 예민한 나의 친구

우리는 살아가면서 몸이 아플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종종 두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만큼 두통은 흔하게 찾아오고, 그래서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들도 꽤 있다. “머리 아프면 좀 쉬면 되는 거 아냐?” “진통제 먹었어? 그런데 안 가라앉아?”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에게 이런 말들을 흔히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쓴 민윤 작가처럼 오랜 시간 만성 편두통으로 고통을 받아온 경우는 다른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머리가 아플 때마다, 약을 먹을 때마다 자신의 컨디션을 관찰하고 느끼면서 수첩에 기록을 해왔다. 일주일에, 한 달에 몇 번 머리가 아픈지, 약을 몇 번 복용하는지 파악해야 하고, 일반 진통제로는 편두통이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수면의 질과 강한 햇빛, 과한 운동, 몸의 피로감 등은 편두통을 일으키는 요인 중 일부이며, 카페인 역시 편두통을 일으키거나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멀리해야 한다.


학술지 <랜싯 (THE LANCET)>에 실린 2010년 세계 질병 부담 연구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0)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여성은 약 19%가, 남성은 약 11%가 편두통 환자라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두통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역사적 인물들 가운데에는 카이사르, 다윈, 니체, 프로이트, 고흐, 모네 등이 편두통으로 고통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예민하고도 생명력이 강한 오랜 친구, 편두통과 사이좋은 공존을 꿈꾼다

최대한 가끔 만나면서, 최대한 가볍게 만나면서!


저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편두통이 시작된 이후, 오랜 시간 편두통을 어떻게 하면 예민하지만 부드러운 친구로 만들까 고민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1부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경험했던 자신의 편두통 치료에 대한 기록을 담았고, 2부에서는 편두통 환자로서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통증을 줄이기 위해 실천해온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각 원고가 끝날 때마다, ‘편두통은 왜 생길까?’ ‘편두통이 동반하는 증상과 조짐’ ‘편두통을 일으키는 요인’ 등을 정리한 팁 코너를 마련해 편두통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저자는 10대 후반부터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먹기 시작했고, 20대에 들어서면서 두통은 점점 더 심해져 진통제를 더 자주 복용했다. 일반 진통제로도 더 이상 두통이 가라앉지 않게 되자,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신경외과나 내과, 두통을 전문으로 보는 신경과, 종합병원의 두통 클리닉 등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요즘에야 약 처방을 받은 후에는 약의 성분, 용량 등을 철저히 알아가며 복용하지만, 저자가 20대였을 때는 처방 받은 약이 어떤 약인지도 알지 못한 채, 그냥 복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동안 신경외과 등에서 처방받아 복용했던 약은 과연 어떤 성분의 약이었을지, 몸에, 두통에, 뇌혈관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랜 시간 일주일에 두세 번씩 편두통 약을 복용하는 생활을 하고 난 후 저자는 ‘약물 과용 두통 (medication-overuse headache)’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약물을 장기간 과도하게 복용한 결과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용한 약 때문에 오히려 두통이 일어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새롭게 시작된 편두통 인생 제2기

의료진과의 소통과 협조, 그리고 건강한 일상만이 편두통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았다!


저자는 2017년부터 약물 과용 두통 치료를 받으며 몇 차에 걸쳐서 ‘예방 치료’에 들어갔다. 편두통 예방 치료는 편두통 발생 빈도가 잦고 환자가 두통으로 인해 심한 장애를 느낄 경우, 전문의와의 상의하에 실시하는데, 편두통이 만성으로 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하는 치료이다. 편두통 발생 유무와 관계없이 매일 약물을 복용하는 약물 치료와, 만성 편두통 환자들에게 추가로 실시하는 보툴리눔 독소 (보톡스) 주사 치료와 CGRP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표적 항체 주사 치료가 있다.


하지만 예방 치료와 편두통약을 끊는 치료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저자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 2020년 봄부터는 약을 먹어도 며칠씩 두통이 가라앉지 않았다. 약을 먹고 거기에 진통제 주사를 맞아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저자는 몇 년 전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편두통 환자를 입원시켜 약물 중단 치료를 실시하는 병원이 다시 떠올랐고, 지금의 주치의를 만나 입원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이곳에서 저자는 환자와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약을 비교적 적게 처방하면서 효과를 보게 하는 의료진을 만나 편두통 인생 제2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몇 가지 건강 수칙을 세워 철저히 지켜가고 있다.


만성 편두통 환자로 저자가 오랜 시간 겪어온 경험과 시행착오를 기록한 이 책이 다른 편두통 환자들에게 결코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주고, 저자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 출간의 의의는 충분하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