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체질의학

8체질의학 공부는 쉽지 않다. 의료 기술이 아니라 공부(功扶)의 대상으로서 의학(醫學)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세대(世代)는 지나가고 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태(世態)는 오늘 저녁에 배우면 당장 내일 아침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을 찾고 원한다.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적 의료(醫療)도 이제는 온갖 규정과 규격 속에 갇혀 버렸다. 임상 현장에서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로 변했다. 진료실에서 ‘생각’이 사라진다면 그 자리는 AI가 손쉽게 대체할 것이다.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권도원 선생의 8체질의학이 한의계의 젊은 한의사들에게 알려지던 1990년대에는 임상의로서 8체질의학에 입문하고자 할 때 장벽이 많았다. 무엇보다 공부할 자료가 매우 부족했다. 경험 많고 노련한 선생님도 물론 없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그저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체질 감별의 중요한 도구인 체질맥진(體質脈診)을 제대로 익힐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저마다 오래도록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는 없었다고 본다. 그러다 하나둘씩 다른 길로 떠났다.


나는 1997년 봄에 8체질의학에 입문했고, 2009년 11월에 행림서원에서 <학습 8체질의학>을 펴냈다. 그때까지 독학(獨學)하면서 모았던 자료를 바탕으로 엮은 8체질의학에 입문하려는 의료전공자를 위한 안내서였다. 그때는 ‘권도원 선생이 남긴 저술과 자료 안에서 쓴다.’라는 원칙을 세웠고, 그 틀을 벗어나지 않고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번 책 <8체질의학>은 <학습 8체질의학>을 대신하기 위하여 기획하였다. <학습 8체질의학>이 시중에 없고 절판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책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 2019년 10월 10일부터 민족의학신문에서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주제로 글을 연재하였다. 연재한 글을 기본으로 하면서 원고를 보충했다. 동무(東武)공은 깨달음(慧覺)은 덕(德)이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兼人)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의 목표는 지식의 전달도 있지만 깨달음을 나누려는 데 있다. 지나간 27년 동안 얻은 나의 깨달음이 이 책의 중심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왜 8체질의학인가? 생명을 받은 한 사람으로서 답변한다면 8체질의학은 ‘내가 나를 고칠 수 있는 의학’이기 때문이다. 8체질의학은 서른다섯 이후의 내 삶과 몸을 구원(救援)했다. 내가 보는 체질론과 체질의학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래 살아남는 것보다는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삶의 질이다. 생명을 가지고 사는 동안 ‘즐겁고 평안하고 건강하고 보람 있게 잘 살자.’는 것이다.


권도원 선생의 시대가 끝났다. 오만한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체질의학 임상의이자 학인(學人)으로서 다른 누구의 견해에 기대지 않고 내가 가진 안목과 개념을 가지고 이 학문을 계속 연구할 것이다. 권도원 선생이 지녔던 방식이나 태도와는 다른 쪽의 길(道)에 내가 서 있다는 뜻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