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과 가난한 삶: 노숙인을 치료하는 길 위의 의사, 14년의 연구 기록
  • 카테고리
    건강정보
    저자

    최영아 (지은이)

    출판사
    청년의사
    페이지
    228쪽 | 342g | 150*225*11mm
    ISBN
    9788991232594
    출판일
    2015-02-02
    링크

삶을 이해해야 질병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일컫는 법적인 용어는 ‘노숙인 등’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국적으로 22만여 명의 ‘노숙인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노숙인 등’의 발생 원인은 가난, 교육 부족, 일하는 능력 부족, 육체적·정신적 장애, 약물 남용, 소수자 상태, 가족해체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노숙 상황의 공통점은 가족관계의 붕괴로 인한 모든 인간관계의 단절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이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질병도 이해할 수 없다.

삶이 바뀌어야 질병이 조절된다
노숙인들이 주로 앓고 있는 질병들을 살펴보면, 안과·이비인후과 질환의 경우 난청과 실명이 1순위, 내과 만성질환의 경우 간경화와 당뇨병이 1순위다. 의학적 개입이 어려운 난치병이나 희귀병이 많은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생활 관리와 한두 가지 약만으로도 조절 가능한 질병들이 기본적인 위생과 영양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순식간에 악화되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노숙인시설, 거리, 쪽방, 여인숙, PC방, 공공 및 시립병원까지 일정 기간을 두고 회전하면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 ‘회전문현상revolving syndrome’의 어느 지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는가에 따라 만성병 조절에 있어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자칫 작은 병도 큰 병으로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삶이 바뀌어야 질병이 조절된다.

의사는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
오늘날 의사들의 주된 임무는 의사와 환자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통한 인간의 재발견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환자와 환자가 앓는 병에 대한 경험은 그 환자를 담당한 의사를 통해서 기록되고 의료적 의미를 부여받는다. 오히려 고통의 깊이가 깊은 환자들을 통해 의사는 더욱 열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요즘 많은 의사들은 인체를 물질론적 관점으로만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의사의 역할을 인체 그 이상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 쪽으로 한정 지으려는 분위기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의사 자신들에게도 편할뿐더러 환자들도 그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의사는 타인의 고통을 돌보는 직업이다. 물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이 공공제도와 민간 협력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고 체계화하는 것은 정부의 숙제이다. 그러나 그 숙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의료인들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치명적인 방해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