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 1년이면 수차례 감기 치레를 하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매년 반복이 되어서 한의원에서 진찰을 받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한약을 처방받고 복용 중입니다.
전 보통 약국에서 파는 종합감기약으로는 낫질 않아 병원에 다니는데
의사선생님은 한약과 양약을 같이 먹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한약과 양약 같이 먹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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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해맞이동운한의원 홍준석 원장 등록일 : 2014-09-23 조회수 : 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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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결론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같이 먹어도 무관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러한지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기는 발열, 근육통 등과 같은 전신증상이 동반되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감기에 대처하는 방법들도 다양합니다. 실내에서 어린아이를 돌보는 부모 [1], 정신적인 스트레스 [2], 수면부족, 수면장애 [3] 등을 가지고 있을 경우 감기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추운 기후가 감기 발생을 높이지는 않습니다 [4]. 감기는 바이러스와 접촉을 하였을 때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면역력을 높여준다, 강하게 해준다는 표현을 흔하게 쓰게 되는데 사실 적절한 표현은 면역체계를 정상으로 돌려놓는다, 유지시킨다가 더 적절한 표현입니다. 이러한 면역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한의학의 기본적인 치료 철학과 가장 잘 부합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시는 것처럼 한약도 분명 약인데 어떤 문제는 없을까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한약은 1200여 가지 기본 한약재 중 원인과 증상에 맞게 적절한 약재와 약재의 양을 선택하여 물약(탕湯), 가루약(산散), 농축약(고膏), 알약(환丸) 등으로 조제하여 처방됩니다. 적게는 1가지 약재만 사용하는 약부터 20가지가 넘게 사용되는 약까지 있어 한의사들조차 모든 약을 다 머릿속에 담기 어려울 만큼 매우 다양한 처방이 존재합니다. 어떤 처방이 내려졌고 복용 중인지에 대해서 기초적인 정보가 없이 단순히 한약과 양약을 병용하지 말라는 것은 합리적 의학 판단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한약과 양약의 병용이 언제나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로 인하여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손상은 약인성 간 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DILI)이 있습니다. 대략 1년에 10만 명당 10~15명 정도의 약인성 간 손상이 보고되고 있는데 [5-12], 처방에 의한 전문의약품 또는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 가능한 일반의약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물질을 통해서 약인성 간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13-15]. 이러한 원인에는 대체로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이 대부분 3000명 이하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서 1만 명당 1명꼴로 나타날 수 있는 약인성 간 손상이 시험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16,17].
한약은 한의사에게라는 표어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약재 또는 처방된 한약의 약리 작용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통해서 환자의 질환을 치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한의사의 의무입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부작용과 손상에 대해서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피할 수 없다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시 결론으로 돌아와서 그 의사선생님은 어떤 한약이 처방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기약을 처방하면서 한약을 먹지 말라고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것입니다. 다만, 항생제와 해열진통제는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감기 처방약이고 그와 동시에 약인성 간 손상 증례가 가장 많이 발표되는 약품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약을 처방한 한의사에게 처방받은 감기약과 한약의 복용이 안전한 것인지를 확인해보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각종 양약 중 간 손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것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18,19].
* 아카보스(acarbose)- 당뇨치료제
* 타이레놀(acetaminophen)- 해열진통제
* 아스피린(aspirin)-해열진통제
* 웰부트린(bupropion)-항우울제, 금연보조제
* 에탄올(ethanol)-각종 주류의 주된 성분 물질
* 스타틴(statin)-고지혈증 치료제
*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s)-진통제
* 리팜핀(rifampin)-결핵 치료제
* 에스트로겐(estrogen)-여성호르몬제
* 부루펜(ibuprofen)-진통 해열제
* 베라파밀(verapamil)-부정맥치료제
* 비타민A(vitamin A)-비타민 제제
* 타목시펜(tamoxifen)-항악성종양제
* 경구피임약류
*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항생제
각종 한약 중 간 손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것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마황(麻黃) [20-22]
* 곽향(藿香) [23-25]
* 황금(黃芩) [26-28]
물론, 위의 약물들이 빈번하게 손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의사/의사의 처방에 따른 지시와 복용량, 복용기간을 잘 지킬 경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한약의 경우도 양약의 경우처럼 간 기능을 개선하고 간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보이는 간 질환 치료제도 있습니다 [29]. 다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보고된 한약으로 인한 약인성 간 손상에 관한 연구들이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한약이 아닌 건강원, 자가 탕전, 중국산 다이어트약, 선식, 건강식품 등과의 구별이 이루어지지 않아 보고된 약인성 간 손상들이 한약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확언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30]. 향후 보다 심도 있고 광범위한 연구를 통하여 개별의 한약이 갖는 안정성과 부작용 역시 양약과 같이 연구 되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약과 양약뿐 아니라 한약 복용 중 새로운 한약 처방을 받거나 양약 복용 중 새로운 양약을 처방받는 경우에도 한의사/의사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불필요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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