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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복용하면 살이 찌나요? 

몸집이 좀 있으신 남성분들이나 젊은 여성분이 진료를 받을 때, 혹은 부모님들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한방병원을 찾아와 상담받으실 때 위와 같은 질문을 가끔 하십니다.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어릴 때 한약을 잘못 먹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 때문에 피곤하고 힘들 때 한약을 먹고 싶고 또 아이 면역력을 위해 보약을 짓고 싶긴 한데 망설여진다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약에는 몸에 좋은 한약재가 많이 들어 있어 칼로리가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보약을 먹으면 식욕이 증가하고 소화가 잘되니 반드시 살이 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약은 살이 찔 만큼 칼로리가 높은 것도 아니고, 모든 한약이 식욕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며, 식욕이 증가하고 소화가 잘된다고 해서 무조건 살이 찌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 임상에서는 체질에 맞는 한약을 먹고 건강해져서 대사량이 증가되면 순환 및 대사 저하로 인해 부종이 있고 살이 쪘던 분들이 살이 빠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런건가요?

살이 찐다는 것은 결국 먹는 양(섭취 칼로리)이 운동량(소비 칼로리)보다 많아서 생기는 것인데, 간혹 한약으로 식욕이 돌아왔다고 해서 먹고 싶은 만큼 다 먹거나 (주로 절제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의 경우 혹은 아이가 허약해서 밥을 잘 못 먹다가 잘 먹게 되니 부모가 영양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먹고 싶은 대로 다 주게 되는 경우), 먹는 양은 늘었는데 운동량이 그대로이거나 줄어들면 살이 찌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몸 상태에 맞게 잘 처방된 한약을 먹으면 몸에 활력이 돌면서 활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느는 것이 보통이며, 따라서 한약을 먹어서 건강해지면 살이 빠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입맛을 떨어뜨려주는 다이어트 한약도 있다는데, 여기서도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나요? 

흔히 다이어트 한약이라고 하는 처방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실제로 먹는 양이 많은 것이 문제인 경우에는 식욕을 줄여 주는 것도 있고, 운동량이 적어서 문제인 경우에는 운동량을 늘릴 수 있게 체력과 대사량을 높여 주는 것도 있고, 부종이 많은 경우에는 수분대사가 잘 되게 소화상태를 향상시켜주고 부종을 빼 주기도 합니다. 한의사를 통해 상황에 맞게 잘 처방된 한약 복용과 운동을 병행하면 살이 빠지겠지만, 운동을 해서 근육을 늘리고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단계 없이 획일적으로 처방되는 식욕 억제 다이어트 한약 복용과 굶기만을 반복한다면 결국에는 요요 현상으로 살이 찔 수밖에 없습니다. 한의사를 통해 처방받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에 좋다는 민간약물의 오용 또한 주의해야 합니다.

어릴 때 한약을 잘못 먹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과 관련해서 한 한방병원에서 한약을 복용한 소아 212명을 대상으로 발생한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212명 중 4.2%에 해당하는 총 9명이 “한약 복용 후 기대하는 효과 이외의 바람직하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하였고, 부작용의 종류는 복통 5건, 설사 3건, 야뇨 2건, 후중감 1건, 연변 1건, 변비 1건, 구토 1건, 소양감 1건이었습니다. 부작용의 경과는 자연소실이 3건, 분복 또는 감량으로 소실이 4건, 투여 중단 후 소실이 2건, 증상 지속이 0건이었습니다. 부작용의 증상이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약물유해반응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약이 아닌 새로운 음식물을 섭취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증상이었습니다.

또한, 한약과 민간약물의 독성 및 부작용에 대한 고찰한 연구에서는 한약물의 부작용은 정확한 진단 없이 임의로 약물을 오용함으로 인해서 발생한 것이 가장 많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잘 교육받고 훈련된 한의사에 의한 한약 치료는 안전한 치료 방법이며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이 무서워 피곤하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망설이고 계신 분들은 이제 안심하고 한약을 처방받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고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