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6 과학기술분야 인기 논문 베스트 10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6 과학기술분야 인기 논문 베스트 10"


주간 학술지 '사이언스' 매년 마지막 호에는 '올해의 연구성과 (Breakthrough of the Year)'와 함께 아홉 개 후보 (the runners-up)가 선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이언스 10대 뉴스'로 부르기도 한다.


영국의 과학 논문 조사기관인 알트메트릭 (Altmetric)은 연말에 '올해의 인기논문 베스트 100'을 선정한다. 이 경우 학술적인 평가뿐 아니라 언론이나 일반 대중의 반응까지 포함해 논문지수를 산정한다. 즉 뉴스 이야기, 블로그 포스트, 트위트, 페이스북 포스트, 구글플러스 포스트, 비디오, 위키피디아 참고문헌 등의 인용횟수를 수치화한다. 따라서 알트메트릭 논문지수가 높을 경우 그만큼 화제가 됐다는 뜻이다.


얼마 전 공개된 '2016년 인기 논문 베스트 100' 가운데 베스트 10을 보면 불과 두 편만이 사이언스 10대 뉴스와 겹친다. 그리고 의학 관련 논문이 다수임을 알 수 있다. 건강이 사람들의 주된 관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서구, 특히 미국과 관련된 논문이 여러 편 보인다. '미국의학협회저널 (JAMA)'에 실린 논문이 네 편이나 되는 것도 특이하다 (자매 학술지 포함).


나머지 11위에서 100위까지 논문이 궁금한 독자는 다음 사이트 (www.altmetric.com/top100/2016)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캡처1.JPG


1위: 미국의 보건의료 개혁  (논문지수 8063,  '미국의학협회저널 (JAMA)' 8월 2일 자)


논문지수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이 논문의 저자는 놀랍게도 과학자가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자신이 주도해 2010년 시행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로 불림)의 효과를 분석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오바마 케어가 시작되고 5년이 지난 2015년 현재 의료보험미가입자 비율이 16%에서 9.1%로 43%나 줄어들었다. 또 의료지출도 줄고 건강만족도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개혁법 시행을 통해 미국의 가장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고 자평했다.


2위: 미국의 사망 원인 3위는 의료사고! (논문지수 4912, '영국의학저널(BMJ)' 5월 3일 자)


심혈관계질환과 암에 이은 세 번째 사망원인이 의료사고라는 충격적인 분석결과를 담은 논문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25만여 명이 의료사고와 관련돼 사망하는데 그 유형을 보면 진단 오류와 미숙련 기술, 의료진 사이의 의사소통 부재 등 다양하다. 또 환자에 대한 장기적인 치료계획이 잘못 짜인 경우도 많았다.


컨베이어벨트의 제품처럼 환자들이 취급받는 현대의료시스템에서는 의료사고의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 1위는 미국 의료계의 긍정적 측면, 2위는 부정적 측면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3위: 중력파 관측 성공 (논문지수 4660, '피지컬리뷰레터스 (PRL)' 2월 11일 자)


지난 2월 11일 미국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관측소 (LIGO) 프로젝트 연구단은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는 역사적인 발표를 했다. 그리고 그 날짜로 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만 1년도 안 된 현재 1,233회나 인용됐다. 학술지 '사이언스'에서는 이 업적을 '올해의 연구성과'로 선정했다. 중력파 검출 논문이 3위로 밀려난 걸 보고 필자는 솔직히 알트메트릭의 논문지수 선정 방식에 대한 매력이 좀 떨어졌다.


4위: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 존재 증거 (논문지수 4319, '천문학 저널' 2월호)


2006년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의 자리에서 쫓겨난 뒤 행성의 숫자는 다시 여덟 개가 됐다. 그런데 미국 칼텍의 두 천문학자가 카이퍼벨트에 지구 질량의 10배가 넘는 천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이터 분석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연구자들은 5년 이내에 이 천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행성X’로 불리는 이 천체를 발견한다면 행성 천문학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일 것이다.


5위: 설탕 업계의 심혈관계질환 음모 (논문지수 4297, 'JAMA 내과학' 11월호)


오늘날 미국인의 3분의 1이 비만이고 3분의 1이 과체중이다. 그에 따라 심혈관계질환도 급증했다. 이런 배경에는 제당업계의 음모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려 주목을 받았다.


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등의 연구자들은 지난 60여 년 동안의 관련 문헌을 조사한 결과 제당업계가 만든 당연구재단이 돈을 댄 심혈관계질환 원인 규명 연구 프로젝트가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은 부각하고 당의 위험성은 은폐한 결과를 1965년 논문으로 발표했다고 폭로했다.


그 뒤로도 이런 떠넘기기 전략이 계속됐고 그 결과 미국 보건당국은 오랫동안 저지방 다이어트를 지침으로 삼았다. 연구자들은 정책 담당자들에게 앞으로는 업계가 돈을 댄 연구결과를 너무 비중 있게 다루지 말라고 권고했다.


6위: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 원인 입증 (논문지수 3753, '뉴잉글랜드의학저널' 4월 13일 자)


2015년 브라질을 중심으로 소두증이라는 희귀한 기형을 지닌 아이들이 수천 명 태어나면서 그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모기가 매개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주목을 받았지만, 이는 산업계의 음모라며 환경오염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2016년 들어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의 원인임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됐다. 논문은 그동안 발표된 논문의 데이터를 기형아 유발 요인에 대한 기준과 맞춰본 결과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의 원인이 확실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7위: 미국인 수입과 수명의 상관관계 (논문지수 3735, 'JAMA' 4월 26일 자)


역시 사회의 불평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1999년부터 2014년까지 40세부터 76세 사이의 사람이 낸 14억여 건의 세금기록을 바탕으로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40세 기준)을 산출했다.


그 결과 최상위 1%와 최하위 1%의 기대수명은 남자가 14.6년, 여자가 10.1년이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1년과 2014년 사이 최상위 5%의 기대수명은 남자가 2.34년 여자가 2.91년 는 반면 최하위 5%의 기대수명은 남자가 0.32년 여자가 0.04년 느는 데 그쳤다.


한편 하위층의 경우 의료접근성보다는 흡연 여부 등 생활습관이 수명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8위: 웨어러블기기의 다이어트 효과는? (논문지수 3101, 'JAMA' 9월 20일 자)


사람은 역시 간섭을 받는 걸 싫어하는 존재라는 걸 입증한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이 8위에 올랐다.


미국 피츠버그대 등 공동연구자들은 웨어러블기기가 장기간의 다이어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로 했다. 비만인 피험자들은 6개월간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한 뒤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하던 대로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웨어러블기기를 받아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좀 더 타이트하게 관리를 받았다.


이렇게 2년이 지난 뒤 결과는 뜻밖이었다. 기존 방법대로 한 그룹은 평균 5.9kg이 빠진 반면 웨어러블기기의 도움까지 받은 그룹은 평균 3.5kg 빠지는 데 그쳤다. 최첨단기술이 다 좋은 건 아니라는 말이다.


9위: 프로기사 꺾은 인공지능프로그램 알파고 (논문지수 3047, '네이처' 1월 28일 자)


‘네이처’ 1월 28일 자 표지논문으로 인공지능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화제가 될지는 몰랐다. 알파고가 프로기사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유럽에서 바둑 보급에 힘써 온 판후이 2단을 이겼는데, 논문은 그 대국을 바탕으로 알파고의 알고리듬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두 달 뒤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다섯 달 동안 업데이트한 (판후이와의 대국은 2015년 10월 진행됐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 1로 꺾으면서 국내외에 인공지능 돌풍을 일으켰다. 그 덕에 이 논문이 재평가됐다. 알파고는 '사이언스'의 10대 연구성과에도 이름을 올렸다.


캡처2.JPG


10위: 새로운 인공조명 밤 지도 (논문지수 3020,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6월 10일 자)


인공조명은 더 이상 과학기술문명의 승리를 상징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사방을 비춰대는 인공조명은 이제 '빛 공해'로 취급되고 있다. 빛 공해를 줄이자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의 빛 공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빛 공해의 실상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보고 최신 고해상도 위성사진 데이터를 갖고 빛 공해 지도를 그렸다. 그 결과 지구촌 인구의 80%가 빛 공해 지역에 살고 있고 미국과 유럽은 99%가 넘었다. 그리고 지구촌 인구의 3분의 1이 이상이 은하수를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출처: Science Times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200

http://www.sciencetimes.co.kr/?news=2016-%ec%9d%b8%ea%b8%b0%eb%85%bc%eb%ac%b8-%eb%b2%a0%ec%8a%a4%ed%8a%b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