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F 동향] 세포는 저산소증에 어떻게 대처할까?

2019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연구 - 세포는 저산소증에 어떻게 대처할까?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소식과 연구배경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 수준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하버드의대 교수인 윌리엄 캘린(62세, William G. Kaelin Jr), 옥스퍼드대 교수인 피터 래트클리프(65세, Peter J. Ratcliffe) 그리고 존스홉킨스대 교수인 그레그 세멘자(63세, Gregg L. Semenza)에게 그 영예가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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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사진출처: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19. NobelPrize.org. Nobel Media AB 2020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2019/summary/ (2020년 2월 19일)


이번 생리의학상 수상 연구를 본격적으로 조명해보기에 앞서 연구를 수행할 당시 밝혀져 있던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몸의 목 부근에는 모세혈관이 얽혀 해면체 구조로 되어있는 경동맥체(carotid body)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혈중 산소 농도를 인지함으로써 뇌에서 호흡 속도를 조절하여 적절한 산소 농도를 유지하게끔 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은 이미 다른 과학자에 의해 밝혀져 있었습니다. 또한 저산소증(hypoxia) 환경에서 적혈구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적혈구생성소(erythropoietin, EPO)가 증가한다는 것 역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자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산소 수준을 인식하고 일련의 대처 반응들을 이끌어내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저산소증에 대처하는 분자 메커니즘


그럼 지금부터는 세 과학자가 밝힌 산소 수준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그레그 세멘자 교수는 EPO 유전자 옆 특정한 DNA 절편(hypoxia response element, HRE element)이 저산소증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피터 래트클리프 교수는 이것이 EPO 생산을 담당하는 신장의 세포들뿐 아니라 거의 모든 조직의 세포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임을 확인했습니다. 이어서 그레그 세멘자 교수는 이 DNA 절편에 산소 의존적인 방식으로 결합하는 어떤 단백질 복합체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복합체를 저산소유도인자 (hypoxia-inducible factor, HIF)라 이름 붙였습니다. 


HIF 복합체는 두 개의 전사인자인 HIF-1α와 ARNT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사인자 HIF-1α는 저산소 상황에서 이 DNA 절편에 결합하여 EPO 유전자 또는 이 DNA 절편을 가진 유전자들의 전사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산소 농도가 정상 수준 일 때는 HIF-1α에 유비퀴틴(ubiquitin)이 첨가되어 프로테아좀(proteasome)에 의해 분해되는 메커니즘으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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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산소증 대처 분자 메커니즘

사진출처: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19. NobelPrize.org. Nobel Media AB 2020https://www.nobelprize.org/uploads/2019/10/press-medicine2019.pdf


하지만 산소 수준에 따라 어떻게 HIF-1α를 더 많이 분해시키거나 혹은 더 많이 남겨두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폰 히펠-린다우증후군(Von Hippel-Lindau syndrome, VHL syndrome)이라는 중추신경계 및 신장에 종양을 일으키는 희귀 유전 질환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윌리엄 캘린 교수는 VHL 유전자가 결여된 암세포들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HIF를 발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HIF와 VHL이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이후 진행된 연구들을 통해 정상 수준의 산소 레벨에서는 HIF-1α에 수산화기 2개가 붙게 되고 VHL은 수산화기가 붙은 형태의 HIF-1α만을 인식하여 앞서 설명하였던 단백질 분해 메커니즘으로 가게 만든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주요 메커니즘 요약과 이를 활용한 의과학 분야의 연구 소개


정리하면, 저산소 상황에서 HIF-1α은 HRE element라는 DNA의 특정 부분에 결합하여 유전자들의 전사 레벨을 올리게 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전사인자 HIF-1α는 적혈구 생성소, 혈관생성촉진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를 포함하여 300여 가지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세포가 정상 산소 수준에 있을 때 HIF-1α는 수산화기 2개가 붙는 형태가 되고 이 형태를 VHL 복합체가 인식하여 HIF-1α를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되는 프로세스로 보내게 됩니다. 즉, 저산소 상황일 때와 저산소 상황이 아닐 때 전사인자 HIF-1α의 안정도 차이에 따라 여러 유전자들의 발현이 조절됨을 밝힌 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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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학 및 병리학 분야에서는 저산소증 대처 분자메커니즘을 활성 또는 억제시키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출처: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19. NobelPrize.org. Nobel Media AB 2020, https://www.nobelprize.org/uploads/2019/10/press-medicine2019.pdf (2020년 2월 25일)


그렇다면 이 연구의 활용 전망은 어떻게 될까? 이 연구는 의과학 분야에서 빈혈, 암, 심혈관계 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먼저, 빈혈의 경우 제약회사에서 HIF가 적혈구 생성소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여 적혈구 생성을 증가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암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산소 부족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자체적으로 혈관신생합성을 유도해냄으로써 이를 극복해가며 증식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HIF의 분해를 촉진시켜줌으로써 혈관신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되는 것을 막아 암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에서는 혈관의 일부분이 막혀 주변 세포들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 때 반대로 HIF의 분해를 억제하거나 HIF의 발현량을 증가시켜 저산소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료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세 수상자는 저산소증에 대처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생체 내에서 저산소증에 대처하는 기작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를 높였습니다. 또한 빈혈, 암, 심혈관계 질환에 있어 새로운 치료 방법의 기틀을 마련하였기에 더욱 의미 있는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References


1.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19. NobelPrize.org. Nobel Media AB 2020, (2020년 2월 19일)

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2019/summary/

2.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19. NobelPrize.org. Nobel Media AB 2020, (2020년 2월 25일)

https://www.nobelprize.org/uploads/2019/10/press-medicine2019.pdf


3. 노벨 생리의학상, 암‧빈혈 새 치료법 제시한 美‧英 연구자에, 힐팁, (2020년 2월 25일)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246571&memberNo=11691867&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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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log.naver.com/basic_science/221856178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