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F 동향] 바이러스와 온도 및 습도와의 은밀한 관계

바이러스와 온도 및 습도와의 은밀한 관계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렇듯 감기나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은 습도와 온도가 낮은 가을과 겨울에 유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절에 따라 우리의 면역체계가 다르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바이러스의 전염률과 온도 및 습도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계절성 유행병입니다. 미국의 미생물학자 Peter Palese는 기니피그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저온, 저습한 환경에서 전염이 잘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실험 결과에 의하면 온도보다는 습도가 바이러스의 전염률에 더욱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Peter Palese 박사팀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동물의 면역반응이 다르게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연구했지만 선천성 면역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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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5도에서 습도에 따른 전염률/섭씨 20도에서 습도에 따른 전염률

사진 출처: Science in the News(Harvard University)


그럼 도대체 저온, 저습한 환경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염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연구에 의하면 바이러스 입자의 생존력과 가장 관련이 깊다고 합니다. 고습한 환경에서 바이러스는 공기 중의 물과 결합하여 큰 물방울(비말)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커진 물방울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저습한 환경에서는 물방울(비말)로부터 수분이 증발하여 물방울의 크기가 작아집니다. 그래서 공기 저항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물방울이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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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opularScience


또한 높은 온도 조건에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지질 외피의 유동성이 커져 거의 액체와 같아집니다. 만약 숙주에 바이러스가 부착된 상태라면 바이러스의 게놈이 숙주 내로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있다면 쉽게 파괴되어 죽게 됩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원인 바이러스는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과(Family)에 속합니다. 과(Family)뿐 아니라 아과(Subfamily), 속(Genus) 또한 동일합니다. (참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소믹소바이러스(Orthomyxoviridae)과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코로나바이러스와 다른 과(Family)에 속합니다) 그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과이니까 세 감염증은 동일한 환경을 선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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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의 분류

사진 출처: 약사공론


먼저, 사스 바이러스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사스 바이러스는 섭씨 4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최장 생존했습니다. 그리고 기온이 올라갈수록 빠르게 불활성화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습도는 20% 수준으로 아주 낮거나 80% 이상으로 아주 높을 때 바이러스의 활성도가 낮았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는 고온, 고습한 환경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메르스의 경우 고온과 높은 자외선 지수가 발병 위험을 높였습니다. 반면 낮은 상대습도와 느린 바람이 발병 위험을 낮추는 요인이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경우는 어떨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온도 및 습도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거리이기 때문에 명확히 규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가 메르스 바이러스보다는 사스 바이러스와 유사하고 고온, 고습한 환경에서 전파력이 떨어진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를 보아 날이 따뜻해지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한 풀 꺾일 듯합니다. 점점 날이 따뜻해지고 있으니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습도가 40% 아래로 떨어지면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해지고 콧속 점막도 건조해져 바이러스의 침입이 쉬워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어떨까요?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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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log.naver.com/basic_science/221895784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