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F 동향] 좌뇌와 우뇌는 정말 다를까?

좌뇌와 우뇌는 정말 다를까?



흔히 일상생활에서 논리적인 사람을 ‘좌뇌형 인간’, 창의적인 사람을 ‘우뇌형 인간’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식의 분류가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일까요? 좌뇌와 우뇌는 정말 질적으로 다른 과제들을 담당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좌뇌와 우뇌에는 분명 각각 특정한 일에 특화된 부위가 존재하고, 또 신체의 부위에 따라 주로 신호가 전달되는 뇌 위치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어떤 과제를 잘 수행한다고 해서 특정 뇌가 더 발달한 사람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좌뇌와 우뇌는 어떻게 다를까요? 또 좌뇌와 우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을 간단히 분류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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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픽사베이



좌우 반구 간의 해부학적 차이


좌반구와 우반구는 해부학적으로도 대칭적이지 않습니다. 65%의 사람들에게서 우반구의 평면 관자보다 좌반구의 평면 관자가 더 크다는 사실이 이미 1968년의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몇 년 뒤 생후 3개월 이전에 사망한 유아의 뇌를 검사했을 때에도 14명 중 12명의 평면 관자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고 더 나중에는 조산아에게서도 같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인간보다는 크지 않지만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와 같은 영장류에게서도 발견된다고 하네요.


우뇌와 좌뇌의 기능에서 특히 차별적인 부분은 바로 언어와 관련이 있는데요. fMRI 자료에 의하면 오른손잡이의 95% 이상, 왼손잡이의 거의 80%에서 좌반구가 말 산출을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나머지 중에서도 대부분은 좌우 반구가 함께 말을 통제하였고 극히 일부만이 우반구가 말을 지배했다고 하네요. 다른 연구에서는 생후 2개월 된 아기조차 말을 들을 때 우반구보다 좌반구가 더 활성화되었으며 음악을 들을 때에는 그렇지 않은 양상을 보여 좌반구가 발달 초기부터 이미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1800년대에는 특정한 실어증 양상을 보이는 환자의 뇌 연구를 통해 좌반구의 전두엽에서 언어 사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인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각각 발견되었는데요. 이는 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찾아낸 발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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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잘 알려져 있듯, 우뇌와 좌뇌는 각각 신체의 다른 부위와 연결되어 있는데요. 대체로 우반구는 왼쪽 신체와, 좌반구는 오른쪽 신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데요. 팔다리를 제외한 몸통과 얼굴의 근육은 좌우 반구가 함께 통제한다고 하며 미각과 후각의 경우, 교차가 일어나지 않아 들어오는 정보가 같은 쪽의 뇌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청각의 경우, 양 반구가 양쪽 귀에서 모두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다만 반대쪽 귀에서 약간 더 강한 정보를 받는다고 해요. 이러한 정보 수용 양상은 뇌가 양쪽 귀로 들어온 소리의 차이를 비교해 소리가 난 위치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시각의 경우에는 조금 복잡한데요. 눈이 머리의 양쪽에 옆을 향해 달린 토끼나 오리와 같은 동물들은 다른 신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왼쪽 눈은 우뇌에, 오른쪽 눈은 좌뇌에 연결되어 있는 데 비해 눈이 정면을 향해있는 인간은 연결 양상이 다릅니다. 어느 쪽 눈이든 한 눈으로 들어오는 시야의 오른쪽 절반은 망막의 왼쪽에 맺혀 좌뇌로 전달되고, 왼쪽 절반은 망막의 오른쪽에 맺혀 우뇌로 전달됩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조금 더 이해가 편할 것입니다. 이러한 양상은 ‘분할 뇌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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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과 뇌의 연결 양상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분할뇌 환자


과거 의사들은 약도 잘 듣지 않고 발작이 시작되는 뇌 부위를 잘라내기도 힘든 케이스의 심한 뇌전증(간질) 환자의 경우 발작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기 위해 좌우 반구를 연결하는 뇌들보(뇌량) 부분을 절단하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뇌들보는 좌뇌와 우뇌 간의 정보 교환이 일어나는 일종의 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것을 절단하면 발작을 일으키는 비정상적인 뇌 활동이 다른 반구로 건너가지 못하게 되는 원리였지요. 


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지성을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걷고 말했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들은 신발 끈 묶기 등 양손을 사용해야 하는 과제 중 이전부터 해오던 일은 대체로 잘 해냈지만 해본 적 없는 과제에서는 두 손을 함께 사용하기 어려워했습니다. 대신 한 손으로 ∪를 그리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를 그리는 등 두 손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과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잘 해냈습니다. 


분할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눈동자를 움직일 여유가 없을 정도로 짧은 순간 스크린의 한쪽에 단어나 그림을 제시했더니 그들은 왼손으로는 우반구가 본 것만을, 오른손으로는 좌반구가 본 것만을 가리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언어를 담당하는 좌반구가 본 것은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었지만 우반구가 무언가를 보았을 때는 무엇을 보았는지 손으로 가리킬 수는 있었지만 그것의 이름을 말하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한쪽 시야의 정보가 한쪽 뇌로만 전달되는 시각 연결의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다소 괴상해 보이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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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픽사베이


분할뇌 수술을 받은 사람은 수술 이후 첫 일주일간 마치 하나의 몸을 두 사람이 공유하는 것처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행동한다고 합니다. 오른손으로 물건을 집어 가방에 넣으면 왼손이 그것을 꺼내어 제자리에 돌려놓거나, 두 손이 서로 다른 옷을 집어 들고 입으려 한다거나, 책을 읽으려고 오른손으로 책장을 넘기면 왼손이 더 많은 페이지를 앞장으로 되돌려놓는다던가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하네요. 


이러한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뇌가 뇌들보 대신 다른 작은 연결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습하거나 혹은 두 반구를 협동시키는 전략들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한 사례로 어떤 분할뇌 환자의 왼쪽 시야에 사진을 짧게 제시하고 그것이 초록색이었느냐고 물으면 시각 정보를 받지 못했지만 말 산출이 가능한 좌뇌는 추측으로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이때, 시각 정보를 전달받아 답을 ‘알고’있는 우뇌가 그 대답이 틀렸으면 얼굴을 찡그리는 행동을 유발하고, 이 찡그림을 느낀 좌뇌는 ‘아니라고 대답하려 했는데 잘못 말했다’며 대답을 번복했다고 하네요.


언어를 다루지 못하는 우뇌가 어떤 행동을 유발할 때, 분할뇌 환자의 좌뇌는 행동의 진짜 원인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럴듯한 설명을 꾸며내곤 했습니다. 분할뇌 환자를 검사한 한 연구에서는 두 반구에 서로 다른 그림을 짧게 제시하고 나서 그 사람이 본 것과 관련 있는 그림을 가리키게 했는데요. 한 번은 좌반구가 닭발을, 우반구가 눈이 온 풍경을 보게 했더니 좌반구와 연결된 오른손은 닭 그림을, 우반구와 연결된 왼손은 삽 그림을 가리켰습니다. 그런데 왜 왼손으로 삽을 가리켰는지 설명해보라고 하자 닭똥을 치우려면 삽이 필요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말 산출은 좌뇌의 기능이기 때문에 ‘눈이 온 풍경’이라는 시각 정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뇌가 도출한 행동을 좌뇌가 받아들인 정보만 가지고 해석해버린 것이지요. 이러한 현상은 사실 분할뇌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터무니없는 ‘촉’이 그렇게 적중률이 높은 이유가 사실은 좌뇌는 전달받지 못하고 우뇌만이 처리한 정보 덕일 지도 모르지요.

 


특정 반구가 손상된 환자를 통해 알 수 있는 양 반구 간 차이


말하기에 대한 좌반구의 중요성이 알려진 직후 학자들은 우반구가 부차적인 역할만을 맡아 좌반구가 멀쩡할 때에는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연구가 계속되면서 우반구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요. 우반구 뒷부분이 손상된 사람이 친숙한 지역에서조차 길을 잘 찾지 못한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우반구는 공간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재미난 것은 우반구가 말하기를 담당하는 소수의 사람들에서는 좌반구가 공간 감각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또 우반구는 좌반구보다 정서적 자극에 더 잘 반응해서 사람의 비언어적 표현들을 잘 알아차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반구가 손상된 사람은 대체로 유머나 풍자를 이해하지 못했고 약물을 이용해 우반구를 마취한 경우 과거에 겪은 강렬한 사건들은 정확히 기억하고 묘사할 수 있었지만 묘사를 하면서 그와 관련된 어떠한 정서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보고했다고 하네요. 흥미로운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처음 보는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묘사하는 두 가지 버전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고 둘 중 어떤 것이 거짓인지를 추측하도록 하자 좌반구가 손상된 사람의 정답률이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좌반구가 멀쩡한 사람들은 이야기 내용에 대한 분석에 의존한 반면, 좌반구 손상자들은 정서 표현에 대한 우반구의 직관적 반응에 집중하였다는 데서 나타난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추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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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픽사베이


이렇게 좌뇌와 우뇌가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그 기능도 잘 구분이 되는데도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을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어떤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해당 과제의 수행도가 뇌 부위의 발달 정도와 비례한다는 명제를 뒷받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위가 과제 수행에 주된 역할을 한다고 해도 뇌에서 수행하는 과제들이란 워낙 복잡하여 여러 부분들의 협업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특정 과제를 잘한다고 해서 그 과제에 핵심적인 부위가 특히 더 발달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좌뇌와 우뇌는 분명 다르지만 우리가 좌뇌와 우뇌를 사용하는 양상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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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log.naver.com/basic_science/221982833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