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F 동향] 달고나 커피로 배우는 생화학 상식

달고나 커피로 배우는 생화학 상식



코로나19의 범유행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일상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 알려진 ‘달고나 커피‘가 유행한 것도 그중 하나인데요. 정식 이름은 ‘비튼 커피(beaten coffee)’ 또는 ‘인디언 카푸치노(Indian style cappuccino)’이지만 커피 위에 올라가는 크림이 마치 학창 시절 먹던 달고나와 비슷하다고 하여 국내에서는 ‘달고나 커피'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달고나 커피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에게 유입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따온 ‘dalgona coffee'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전 세계에서 올라오고 있으며 그 내용을 영문 wikipedia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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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pedia에서 ‘dalgona coffee'로 직접 검색해 본 화면 

사진 출처: wikipedia


달고나 커피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에는 설탕, 물, 커피 그리고 인내심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도 한몫을 하는데요. 설탕, 물, 커피만으로 단지 설탕이 첨가된 연한 커피가 아니라 어떻게 쫀득하고 풍성한 크림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이번 과학에세이에서는 ‘달고나 커피’ 속 숨어있는 생화학 원리를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달고나 커피 만드는 방법


많은 분들이 이미 직접 만들어보셨거나 레시피를 알고 계시겠지만, 아직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설탕, 인스턴트커피, 물을 1:1:1의 비율로 준비합니다.

2) 준비된 재료를 컵 또는 그릇에 담고 크림 형태가 될 때까지 400번 이상 저어 줍니다. 

3) 컵에 우유를 따르고, 그 위에 크림을 올려 완성합니다.

4) 크림과 우유가 섞이도록 저어주며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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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커피 만드는 과정 

사진 출처: kanucoffe.official



단백질의 구조와 성질


레시피를 보시면 아실 수 있듯이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단계는 바로 달고나 크림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단백질인데요. 인스턴트커피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달고나 커피의 크림이 만들어지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단백질의 구조와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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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노산의 구조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단백질은 작은 단위체인 아미노산들이 중합체를 형성하고 각각의 아미노산의 상호작용에 의해 특정한 입체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아미노산은 중심 탄소(C)에 카르복시기(-COOH)와 아미노기(-NH2), 수소(H)와 R기가 결합한 형태로, R기는 20종류에 해당하는 각 아미노산마다 다르며, 그에 따라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아미노산(hydrophilic amino acid)과 그렇지 않은 소수성 아미노산(hydrophobic amino acid)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달고나 커피가 만들어지는 원리


인스턴트커피에는 소수성 아미노산과 친수성 아미노산이 모두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들 아미노산은 서로 상호작용에 의해 특정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달고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저어주면 이들 아미노산들은 본래 가지고 있던 결합이 끊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친수성 아미노산은 친수성 아미노산끼리, 소수성 아미노산은 소수성 아미노산끼리 모이려는 성질에 의해 친수성 아미노산들과 물, 소수성 아미노산들과 그 사이에는 공기가 끼어들어가게 되면서 풍성하고 쫀득한 크림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설탕은 이들의 결합력을 더 잘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머랭이 만들어지는 원리


달고나 커피의 크림을 만드는 원리는 머랭을 만드는 원리와도 유사합니다. 계란 흰자, 물, 설탕을 거품기로 저어 풍성한 거품을 만든 뒤 오븐에 구워내면 바삭한 머랭이 됩니다. 계란 흰자 속에도 인스턴트커피와 마찬가지로 아미노산들이 들어있습니다. 이들 역시 서로 결합이 끊어졌다가 다시 비슷한 성질을 가진 아미노산들끼리 가까워지면서 유입되는 공기를 품으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고 풍성한 크림으로 보이게 됩니다. 여기서 계란 노른자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계란 흰자와 계란 노른자의 구성 성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계란 노른자에 들어있는 지방은 아미노산이 새로운 결합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금만 들어가도 거품이 잘 형성되지 않게 됩니다. 또한 소금 역시 이들의 결합 유지를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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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달고나 커피가 만들어지는 생화학적 원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달고나 커피야말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까지 코로나19의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번 주말에는 달고나 커피 만드는 원리를 활용하여 나만의 새로운 응용 레시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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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log.naver.com/basic_science/221989616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