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F 동향] 감각 순응 잔효에 의한 착시를 통해 뇌를 이해할 수 있다?!

감각 순응 잔효에 의한 착시를 통해 뇌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까요? 아니면 몇 가지 요소로 분해해서 볼까요? 뇌 과학자들이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현상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감각 순응 잔효’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감각 순응 잔효란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감각 순응 잔효란?


우리는 감각세포를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감각세포의 작동 방식은 특정 자극이 입력되면 활동전위를 발생시킨 뒤 그에 따라 발생한 신호를 다른 세포로 전달해가며 뇌까지 도달시키는 것인데 한 가지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활동전위의 빈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해당 자극에 둔해지는 순응(adaptation) 현상이 일어납니다. 순응이 일어난 상태에서 자극이 갑자기 사라지게 되면 그 반작용으로 뇌에서 해당 자극과 ‘반대되는’ 것으로 느끼는 특성을 감각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감각인데도 말이죠. 그렇다면 대표적인 감각 순응 잔효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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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색채 잔효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색채 잔효입니다. 착시 현상의 하나로 자주 소개되곤 하는데요. 특정 이미지를 오래 바라본 뒤 흰 바탕으로 시선을 돌리면 응시했던 이미지의 보색을 띠는 형태가 눈앞에 둥둥 떠다니는 현상이 바로 이 색채 잔효에 의한 효과입니다. 아래 영상들은 색채 잔효를 이용해 흑백 사진에서 색을 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사실 우리의 망막에는 각각 다른 파장에 잘 반응하는 세 가지 종류의 세포만이 뒤섞여 존재하는데요. 시세포를 통해 들어온 정보가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서로 합쳐져 반응한 세 가지 세포의 비율을 뇌가 해석한 결과로 우리는 세 가지 색이 아닌 매우 다채롭고 다양한 색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보이는 보색이란 시세포에 의해 정해지는 색이라기보다는 뇌가 해당 색의 ‘반대’라고 해석하는 색상인 셈입니다. 색채 잔효를 통해 뇌가 어떤 색을 특정 색의 반대 특성으로 감각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움직임 잔효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무언가를 응시하다가 정지된 물체로 시선을 옮겨본 경험이 있나요? 아래의 영상들을 통해 그럴 때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정지된 사진에서 이전에 보았던 움직임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은 뇌에 특정 각도의 선에 반응하는 세포 무리가 존재하고 그 세포 무리의 활동에 따라 방향성을 감각한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얼굴 잔효


심리학자들의 실험에 의해서 발견된 잔효로 얼굴 잔효가 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심리학자들은 유명인의 얼굴에서 특징적인 요소들을 찾아낸 뒤 그 요소가 실제보다 더 두드러지거나 두드러지지 않도록 조정한 새로운 이미지를 각각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턱의 길이가 더 길거나 짧은 김구라의 이미지, 혹은 눈과 눈 사이가 더 가깝거나 먼 신동엽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이미지들을 피험자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어떤 조작 사진을 먼저 보여주었느냐에 따라 원본 사진을 원본이라고 느끼지 않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실험에서는 두 유명인의 특징을 단계별로 섞어 A의 특징 100%와 B의 특징 0%가 섞인 이미지에서부터 A의 특징 0%와 B의 특징 100%가 섞인 이미지에 이르기까지를 만든 후 순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A의 원본부터 보여준 경우에는 B의 특징이 절반 이상 섞여도 A로 인식했고, 그 반대의 경우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효과를 정체성 잔효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얼굴 사진에서 특징적인 요소를 좀 더 전체 인류의 평균에 가깝게 바꾸거나 혹은 그 반대로 조정한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피험자들에게 제시했더니 어떤 사진을 먼저 제시했느냐에 따라 원본 사진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정도가 달라졌습니다. 인류의 평균에 좀 더 가까운 사진을 먼저 본 경우 원본을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으로, 반대의 경우에는 더 매력적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이 현상은 매력 잔효라고 부릅니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에게 화난 얼굴 사진 혹은 웃는 얼굴 사진을 보여준 뒤 무표정한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화난 얼굴을 먼저 본 경우 무표정한 얼굴을 웃는 얼굴로, 반대의 경우에는 화난 얼굴로 평가하는 경향성이 나타났습니다. 이 경우는 정서 잔효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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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얼굴 잔효를 통해 알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은 우리의 뇌가 색상이나 방향성 같은 비교적 단순한 개념 외에 얼굴의 개별적인 특징이나 매력도, 감정에 이르는 복잡한 개념까지도 요소별로 나누어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감각 순응 잔효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시각과 관련된 잔효를 주로 소개했지만 다른 감각에도 감각 순응 잔효는 존재합니다. 단 것을 먹다가 신 것을 먹으면 훨씬 시게 느끼는 현상이나 지하철에서 듣던 이어폰 볼륨을 조정하지 않고 조용한 방 안에서 소리를 켜면 화들짝 놀라는 것, 종일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놀다가 육지로 올라오면 한참 동안 몸이 계속 둥둥 떠 있는 느낌을 받는 것 등이 대표적이죠. 감각 순응 잔효를 통해 들여다본 우리의 뇌는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감각 정보를 요소별로 잘 분리하여 필요한 곳에 적용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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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log.naver.com/basic_science/222013147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