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코로나19 백신, 현주소와 남은 과제는?

코로나19가 발견되고 약 1년 만에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최종현학술원은 지난 1월 12일 ‘코로나 3차 대유행과 백신’을 주제로 웨비나(Webinar)를 개최했다.


사회를 맡은 이준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학장은 “전 세계적으로 3차 대유행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동시에 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감 역시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임상 현장에서의 백신과 치료제 현주소를 점검하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과학적 지식에 기반하여 집중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이번 웨비나의 취지를 밝혔다.



▶ 포럼 전체 영상



팬데믹 빠른 대응, 미리 마련한 플랫폼 덕분


첫 번째 발제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부의장인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이 ‘코로나19 백신 초고속 제조 전략’을 주제로 진행했다. CEPI(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는 에볼라를 경험하면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설립된 글로벌 연합 기구다.


제임스 부의장은 “감염병에 더 신속하게 대응하고 발병 시 백신이 공급될 수 있도록 준비하며 최단 시간 내에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CEPI를 소개했다. 


그는 “CEPI는 GAVI(세계백신면역연합), WHO(세계보건기구)와 함께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CEPI가 백신 개발과 생산 주도, GAVI가 조달, WHO를 통해 백신 배분· 공급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통해 백신이 개발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CEPI는 보통 ‘질병X’라 불리는, 알려지지 않은 위협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역량 구축이 목표”라며 “코로나19 이전에 질병X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었기에 미리 마련해 둔 백신 기술 플랫폼을 이용해 더욱 신속하게 질병X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보통 백신은 연구 개발에서 시판까지 전체 과정이 최소 4년에서 7년 정도 걸리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감염병이기에 모든 과정이 압축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제임스 부의장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 2회씩 접종하기 위해서는 80억~160억 도스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수십억 단위의 생산이 가능해야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부의장은 “CEPI의 목표는 경제적 능력 순이 아닌, 정말 백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완제품이 2021년 말에서 2022년 상반기 중에 공급되어 가장 취약한 집단이 보호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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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부의장 주제발표, '코로나19 백신 초고속 제조 전략'



백신 용량? 접종 간격? 아직 과학적 근거 부족해


두 번째 발제는 제롬 킴(Jerome KIM) 국제백신 연구소(IVI) 사무총장이 맡아 ‘코로나19 백신, 수많은 의문에 대한 답변’을 주제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많은 의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롬 사무총장은 백신 후보들의 실험 결과를 보여주며 “처음에는 백신의 역가가 높을수록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백신 후보들을 조사한 결과, 역가 수치와는 별개로 각기 효능이 나타났다”며 “2~3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 안전성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러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미국, 유럽연합 등 주로 선진국이 선구매를 하고 있다. 캐나다는 선주문을 한 분량이 전체 인구의 5배에 달한다”며 형평성의 격차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이어서 백신의 용량과 접종 일정 최적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1차 접종과 2차 접종 간격이 2주일 때보다 4주일 때 더욱 효과가 높았다. 접종 스케줄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필요한 용량이 정확히 얼마인지도 우리는 아직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그는 2번 접종의 예방 지속 효과, 백신 혼합 사용 시 부작용 등 아직 풀리지 않은 많은 우려에 대해서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를 제공해서 사람들이 백신을 받아들이고, 집단 면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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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킴(Jerome KIM) 국제백신 연구소(IVI) 사무총장 주제발표, ‘코로나19 백신, 수많은 의문에 대한 답변’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 걱정할 필요 없다


세 번째로는 안광석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코로나19 돌연변이의 진실’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DNA가 없는 RNA 바이러스다. RNA 바이러스의 복제를 돕는 중합 효소는 DNA 중합 효소와는 달리 교정 기능이 없어서 돌연변이가 많이 생긴다.


여기서 돌연변이란 RNA의 염기서열이 바뀌는 것이다. 안광석 교수는 “변이가 심해져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니게 된 변종과는 의미가 다르다”며 “단순히 일부 염기서열이 변화된 변이체를 변종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속도는 평균 6일로, 발생 시작부터 지금까지 약 29개 정도 바뀌었다. 전체 3만 개의 염기 중 29개가 바뀌었으니 99.9%는 동일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2020년 9월 영국에서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는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안광석 교수는 “염기서열의 변이가 일어날 때 확률적으로라면 변이된 부분이 고루 퍼져 있어야 하는데, 영국과 남아공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외피 단백질 부분에 돌연변이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어떻게 출현했을까? 안 교수는 “면역이 약화된 만성질환자가 장기간 감염되었을 때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20주 동안 감염된 만성 기저질환자에서 변이가 가속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는 면역이 약화된 사람들은 급속한 돌연변이의 원천지가 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변이 바이러스, 즉 돌연변이에 집중하는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가 전염성을 증가시킨다는 보고 때문이다. 안 교수는 “가능성은 있지만 의료체계가 유지된다면, 전파력 증가 자체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돌연변이로 인해 병독성이 심해지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병독성을 결정하는 인자는 외피 단백질이다. 외피 단백질의 결손은 병독성을 약화시킨다”며 “병독성 약화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안 교수는 “팬데믹 과정에서 바이러스 변이는 숙주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전염병 역사에서 변이가 극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다.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주시할 필요는 있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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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광석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주제발표, ‘코로나19 돌연변이의 진실’



신약 개발 대신 약물 재창출로 치료제 마련


네 번째로는 류왕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가 ‘COVID-19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류 교수는 “다행히 3종의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이 확산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020년 12월 처음으로 접종되었고,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규명된 이후 불과 11개월 만의 쾌거”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되는데 치료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류 교수는 “이미 감염된 환자에게는 백신보다 치료제가 필요한데 현재 약 4천만 명의 감염 환자가 존재하며, 혹시 모를 다음 팬데믹 상황에도 치료제는 유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현재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항체 치료제로 총 세 가지다. 이 중 렘데시비르는 항바이러스제지만 약효성에 논란이 있고, 덱사메타손은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30% 감소시키지만 경증환자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보인다. 항체 치료제는 경증환자의 입원율을 감소시키지만 중증에는 효과가 없다.


신약개발은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가 소요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류 교수는 “이미 FDA 승인이 완료된 약물 중 코로나19에 약효성이 있는 약물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 전략을 사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페노믹 스크리닝’이라는 신약개발 플랫폼이 사용되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세포 영상에 기반해 약효성을 검증하는 페노믹 스크리닝 시스템을 이용, FDA 승인 약물 1,500개를 포함한 총 3,000개 약물을 스크리닝해서 그중 4개의 약물이 선정되어 임상시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중 ‘나파모스타트’라는 약물은 세포 수준에서 렘데시비르 보다 약 500배 이상 약효성이 높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류 교수는 “나파모스타트는 일본과 한국에서만 허가된 약물이며 급성 췌장염 및 항 혈전제로 사용된다. 강력한 항바이러스 활성이 있고, 주사제이기 때문에 중증 환자에 적합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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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왕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 주제발표, ‘COVID-19 치료제 개발 현황’



경증, 중증 환자 구분해 치료제 준비해야


다섯 번째로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코로나19 치료와 예방’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많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들도 많아 이러한 한계 속에서 예방법과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자들은 대부분 경증환자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4주간의 추적 관찰 결과, 경증환자에서는 사망이 없고, 62%의 환자들이 퇴원했다. 중증 환자의 경우 4주가 되었을 때 20%가 넘는 환자가 사망했고, 퇴원환자의 비중은 약 14% 정도였다.


이는 코로나19에 감염자들을 서로 다른 그룹으로 분류해야 함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에 있어서 경증/중등증/중증 등 어떤 환자군인지를 명확히 해야 하고, 어느 시기에 치료제를 주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치료의 목적 역시 사망률 감소인지, 중증도 완화 혹은 재원기간 단축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에 노출은 되었지만 감염이 되지 않은 단계의 경우에는 백신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백신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쌓았다. DNA, RNA,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백신, 서브유닛 백신 등 각각의 기술들은 과거에 이미 안전성과 효과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은 집단면역을 이루었을 때 더욱 효과가 크다. 물론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김 교수는 “거리두기나,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스스로 방역수칙을 잘 준수해야만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서 우리 모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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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주제발표, ‘코로나19 치료와 예방’



백신 앞에서 무너진 휴머니즘


마지막으로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가 ‘백신 격차와 다자주의적 해결’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채인택 기자는 “백신과 치료제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정하게 접근이 허락되는 세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 세계적인 면역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 기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휴머니즘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백신이 개발됨과 동시에 휴머니즘은 사라지고 말았다”며 “인권, 민주주의, 국제친선, 공존, 협력 등 인류가 추구해온 가치가 백신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호주, 유럽연합, 미국 등의 나라가 인구 대비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연합은 인구는 5억 명인데 24억 인분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러 국가에서 개발한 접종 가능 백신들을 살펴보며 채 기자는 “기술 격차가 드러난다. 특히 중국의 시노백과 시노팜은 고전적인 바이러스 불활성화 기술”이라며 “백신을 바탕으로 앞으로 미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크게 좌절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 기자는 “국가 인구의 2배, 3배 이상의 백신을 구하는 나라 혹은 부유한 유럽연합이 백신을 공동구매하는 동안 가난한 지역연합은 백신 확보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약육강식의 백신 정글”이라고 표현했다.


그 외에도 보호해 줄 국가가 없는 난민들,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와 예멘, 삶의 조건이 열악한 이주노동자 등 백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을 ‘백신 격차’에 대해 채 기자는 “국가주의를 넘어 다자간 협력으로 전 세계가 함께 코로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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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백신 격차와 다자주의적 해결’



출처: 한국과총 웹진

https://online.kofst.or.kr/kofstNewsDetail.do?pageIndex=1&key=264530&cate2=COM045_7DaOeSe&listTyp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