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명의 솔루션] 원인 알 수 없는 만성 두통은 경추성 의심, 증상 완화에 침·추나·부항 효과 좋아 by 조재흥 교수

원인 알 수 없는 만성 두통은 경추성 의심, 증상 완화에 침·추나·부항 효과 좋아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조재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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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광고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두통, 치통, 생리통’의 광고 카피처럼 두통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통증 중에 하나다. 책을 읽다가 머리가 아프고, 시험에 망쳐서 머리가 아프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아프고, 잠을 적게 자서 머리가 아프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이처럼 두통은 일상에서 자주 겪는 통증들, 예를 들어 복통·요통·관절통 중에서도 전체 연령기에 걸쳐 빈도수가 가장 많은 통증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두통은 잠을 푹 자고 나거나 두통의 원인이 되는 환경에서 벗어나면 대부분 사라지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만성적으로 지속하는 심한 두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두통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약국에서 두통약을 먹는다. 타OOO, 게OO, 사OO, 펜O 등 유명한 두통약들이 많이 알려져 있고 대개는 본인에게 잘 맞는 약이 한두 가지로 정해진다. 하지만 두통약은 진통제 개념이라서 두통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두통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만성두통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두통약을 1~2년 이상 오랫동안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두통이 줄어들지 않으면 다음으로 찾아가는 대표적인 진료과는 신경과나 신경외과다. 일반적인 두통은 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받고 좋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장시간 지속된 두통은 CT나 MRI와 같은 정밀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두통은 CT나 MRI와 같은 검사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특별한 원인이 없는 일차성 두통이다.



스마트 기기 사용으로 환자 증가 


두통약을 먹어도 그때뿐이고, 병원에서 뇌와 관련된 정밀 검사를 해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두통이 계속된다면 목에서 오는 두통을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경추의 문제로 인해 생기는 두통을 경추성 두통이다. 최근에 경추성 두통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이 목에 부담을 주는 자세나 업무를 많이 하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과 연관이 깊다.  


목을 많이 쓰거나 거북목 자세로 지내는 사람 중에서 목이 굳고 뻣뻣해지면서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 두통이 있을 때 목을 풀어주면 두통이 줄어드는 경우라면 경추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추성 두통은 목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두통이 해결되지 않는다.


목과 후두부 근육이 긴장해서 나타나는 긴장성 두통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경추성 두통의 원인이 되는 경추 문제는 목 주변의 근육이나 관절, 디스크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주로 경추 주변의 근육이 뭉치거나 경추 신경이 압박되고 거북복과 같은 경추의 잘못된 정렬로 인해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라면 침이나 추나, 한약, 부항, 한방물리요법 등의 한의학적 치료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원인 불명이던 두통의 근본 문제까지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다.


요약하면 두통이 수년간 지속하고 진통제를 먹어도 두통이 줄어들지 않거나 반복되는 경우라면 먼저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필요하다면 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좋다. 경추성 두통은 두통의 다른 원인을 배제한 다음에 고려되어야 한다. 다행히 머리에서 특별한 원인 질환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그다음에 경추성 두통으로 치료 방법을 접근해 볼 것을 권한다.


경추성 두통은 특히 한방 치료의 강점이 부각되는 질환이다. 치료 직후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고 두통과 함께 목과 어깨 부위로 근육이 뭉치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두통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신 분들이라면 늦기 전에 한방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상담과 치료를 받으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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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성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경추의 구조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주변 환경과 업무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다.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컴퓨터 사용 환경이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모니터를 화면 상단과 눈높이가 일치하도록 위치시키고, 시선이 아래로 15~30도 이내에 머물도록 조정한다. 이때 모니터와의 거리는 60~80㎝가 적당하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할 때도 양팔과 손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의자와 책상의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누군가 정수리 부위에서 머리를 잡아당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등허리를 쭉 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간혹 시력이 나쁘거나 초점이 안 맞는 안경을 착용하면 화면을 보기 위해 구부정한 자세가 만들어지거나 양측 시력 차이로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시력이나 안경 도수가 적당한지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


경추의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평소 항상 턱을 뒤로 당기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경추의 올바른 자세는 귀와 어깨가 같은 선상에 위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턱을 살짝 당겨야 하는데, 보통 턱을 당기라고 하면 턱을 밑으로 숙이는 경우가 많다.


턱을 당길 때는 턱 끝은 똑바로 유지한 채 수평으로 뒤로 당겨야 한다. 이와 같은 ‘턱을 당기는 자세’는 경추성 두통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경추의 부정렬을 교정하는 가장 쉽고 가장 간단한 방법이므로 아침, 저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해서 시행하는 것이 좋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앉거나 선 자세에서 양쪽 엄지손가락을 턱에 대고 뒤로 밀면서 5초 정도 유지하는 식으로 10회 정도 반복하면 된다. 이때 흉추는 반듯하게 세우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도록 한다. 



머리 목 이어지는 풍지혈 자극


오랜 시간 경추 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목이 아파서 오는 환자 중 유난히 두통을 동반한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평소에 두통이 워낙 자주 나타나다 보니 목 증상으로 병원에 오더라도 두통 증상은 묻기 전에는 말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목이 아파서 오셨는데 혹시 평소에 두통은 없으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두통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경추 문제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고 경추 증상이 호전되면서 두통도 같이 좋아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였다. 두통이 좋아진 환자분들의 소개와 추천으로 두통 환자분들이 한 분 두 분 외래에 오시면서 경추성 두통을 보다 전문적으로 진료하게 되었다.


경추성 두통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경혈은 풍지혈이다. 풍지혈은 머리와 목이 이어지는 후두부 발제(머리카락이 끝나는 부위 주변) 양측에 위치한 혈자리이고 보통 머리가 아프면 우리가 무의식중에 누르고 만지는 대표적인 부위이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이 경혈을 자극해서 경추성 두통을 완화하는 좋은 무기들이 많다. 그중에 침이 대표적이고 추나요법이나 부항 등의 방법들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침을 놓는 순간 두통이 즉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진통제를 먹어도 줄지 않고 정밀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목과 연관돼 수년간 지속한다면 경추성 두통을 한번 의심해보고 한방의료기관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아 보신다면 의외로 간단하게 10년간 묵힌 두통이 눈 녹듯 사라질 수도 있다.



출처: 중앙일보헬스미디어 https://jhealthmedia.joins.com/article/article_view.asp?pno=23752#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