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명의 솔루션] 파킨슨병 진행 늦추는 한방 치료, 장내 미생물 조절하고 도파민 활용 높여 효과 by 진철 교수

파킨슨병 진행 늦추는 한방 치료, 장내 미생물 조절하고 도파민 활용 높여 효과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진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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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뇌질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점점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최근 파킨슨병을 새로 진단받는 사람 중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가 50세 이전에 진단받는 조기 발병 파킨슨병(Young onset parkinson’s disease)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발생한 파킨슨병은 상대적으로 증상의 진행이 느리지만,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이 한창인 나이인 것을 고려하면 더욱 적극적인 치료·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젊은 환자에서 파킨슨병 약물인 레보도파제제에 대한 부작용이나 이상운동증이 더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 조절이 중요합니다.



파킨슨병 떨림은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


흔히들 각종 건강 프로그램에서 파킨슨병 증상 중 손 떨림이 있다고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시고는 손이 떨리면 파킨슨병인지 걱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파킨슨병에서 손 떨림이 흔한 증상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그 떨림이 휴식 시, 안정 시 발생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보통 수전증이라 하는 본태성 떨림은 술잔을 받을 때, 물을 따를 때, 수저질할 때, 글씨를 쓸 때 등 손을 사용할 때 나타납니다. 파킨슨병의 떨림은 반대로 가만히 힘을 빼고 있을 때 나타납니다. TV를 보고 있을 때, 걸을 때 등 손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떨림이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에 떨림이 심하지 않을 때는 내 손이 떨리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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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본인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서서히 진행해서 느끼지 못하더라도 가족분들이 아래와 같은 초기 증상을 발견하시면 파킨슨병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1. 쉬고 있을 때 한쪽 손이나 발 또는 턱이 떨리는 경우

2. 걸을 때 한쪽 팔이 흔들리지 않는다든지, 한쪽 다리가 끌리는 느낌이 있는 경우

3. 자꾸 몸이 앞으로 숙여지면서 종종걸음이 걸어지는 경우

4.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우는데 전보다 오래 걸리는 등 미세 운동이 안 되는 경우

5.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발음이 웅얼거리는 듯 들리는 경우

6. 걸음이나 행동이 전보다 느려지거나, 소파에 깊숙이 앉으면 일어나기가 힘든 경우


이외에도 단순한 어깨나 허리 통증만 있기도 하는 등 파킨슨병은 다양한 증상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전형적인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에 이미 뇌 속의 도파민 관련 세포는 절반가량 감소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겉으로는 증상이 보이지 않아도 몸속에서는 서서히 파킨슨병이라는 문제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치료라는 개념은 감기나 근육통처럼 질병의 완치·소실을 말할 때도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증상을 완화해 관리해야 하는 부분을 뜻하기도 합니다. 파킨슨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증상을 완화하고 일상생활이 힘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법은 많습니다.



침+약물 병용 환자 운동 증상 유지


한방치료 중 가장 부담이 없으면서도 효과적인 침 치료는 도파민 관련 세포의 감소를 억제하여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춰줄 수 있습니다. 일본의 한 연구에서 5년간 침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용했던 환자들은 운동 증상이 유지되었지만, 약물치료만 받았던 환자들은 증상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하였습니다. 또 도파민 활용을 높여주고 뇌에서 운동 관련 신경 연결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운동기능이나 균형 장애, 보행속도 등의 개선을 보여줍니다. 이런 운동 증상 말고도 우울감이나 불면, 통증 등 비운동 증상 개선에도 효과적입니다.


최근 파킨슨병 관련 연구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 중 하나가 앞서 말한 장내 미생물입니다. 파킨슨병 쥐의 분변을 건강한 쥐에 이식했더니 파킨슨 증상이 나타났고, 파킨슨병 환자의 장에서 미생물 군집이 건강한 사람과 차이가 나며, 특정 세균이 레보도파를 소진해 약물 반응을 감소시키는 등 장내 미생물과 파킨슨과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방치료는 장내 미생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한약은 대부분 식물성 약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알칼로이드와 플라보노이드,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므로 장내 미생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약이 장내 미생물 조절을 통해 당뇨나 비만, 장 질환,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병에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또한 침 치료도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여 비만이나 과민성 장 질환, 파킨슨병에 효과를 보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처럼 한방치료는 다양한 경로로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파킨슨병을 오지 않게 또는 가능하면 늦게 오도록 할 수 있을까요? 아직 파킨슨병은 아니지만, 비운동 증상이 시작되는 파킨슨병 전 단계(prodromal PD)에서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후각장애, 변비, 심한 잠꼬대, 과도한 주간 졸림, 기립성 저혈압 등의 비운동 증상이 많은 환자에서 동반됩니다. 또 이러한 증상들이 있는 경우 파킨슨병의 발병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조증상들을 조기에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 파킨슨병으로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운동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 파킨슨병 잠복기(preclinical PD), 그러니까 씨앗이 뿌려지는 것을 과연 막을 수가 있을까요? 장에서 시작되는 변형 알파시누클레인 신호가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파킨슨병이 발생한다고 보면, 장 건강을 지키는 것이 파킨슨병 예방에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후천적인 환경인자들을 잘 조절하면 발현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을 방지하고 유익한 세균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항생제 복용을 피하고 적절한 식단을 유지한다면 파킨슨병 예방에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분들이 꼭 해주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운동입니다. 파킨슨 약물치료로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초기부터 열심히 운동하셔야 합니다. 약물치료 초기 소위 약발이 잘 받는 허니문 기간에는 약만 먹으면 언제 불편했냐는 듯 모든 증상이 다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자칫 운동에 소홀해지기가 쉽습니다.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알지만, 운동의 중요성은 백번 말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환자에서 증상 진행이 느리고, 균형 및 보행능력이 유지되어 낙상의 위험이 줄어듭니다.


파킨슨병은 우리가 한번 마주치면 평생 함께 가야 하는 병입니다. 끝 모를 깜깜한 터널을 혼자 걷고 있는 느낌이 드실 수도 있지만,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처음부터 적절한 약물치료와 한방치료,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지속한다면 분명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헬스미디어

https://jhealthmedia.joins.com/article/article_view.asp?pno=23978&fbclid=IwAR1wdOl3lbm1nRXmY2litdTqTUukkcFRnBstfL97h5BJSjdEM4WtCt-cqgY#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