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미국·영국 코로나19 감염자 3명 중 1명 후유증, 국내 현황 파악 미흡

 미국·영국 코로나19 감염자 3명 중 1명 후유증, 국내 현황 파악 미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COVID-19·코로나19)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억 5828만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515만 9000명 이상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병원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다가섰다가 건강을 되찾은 사람부터 비록 격리 생활을 했지만 별다른 증상 없었던 사람들까지 '21세기 흑사병'으로부터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과연 코로나19 이전의 삶의 질을 되찾았을까.  


최근 미국과 영국 등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쾌된 사람 3명 중 1명은 장기간 후유증 (롱코비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통이나 호흡곤란, 인지 장애 등 신체적인 증상부터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같은 정신적인 증상까지 다양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비교적 많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확진자 수가 비교적 적은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아직 미흡하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민관과 협력해 코로나19 완치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21년 11월 22일 오후 6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억 5696만 6237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약 3.26%가 코로나19 감염 경험이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이 향후 글로벌 보건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부터 코로나19 완치 후유증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어떤 치료를 해야 하는지 대규모 조사와 연구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이 국제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도 10월 이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증상 시작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다른 진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최소 한 가지 이상 증상이 2개월간 지속되는 현상'이다. WHO에서 꼽은 대표적인 코로나19 후유증은 피로와 호흡곤란, 인지 장애 등이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만큼 이미 장기 후유증에 대한 연구도 여럿 나왔다. 영국 국립보건연구원 (NIHR)과 옥스퍼드대 공동연구팀은 미국 전자건강기록네트워크를 활용해 코로나19 완치자 27만 36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0년 9월 국제 학술지 '플로스 메디신'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장기 후유증 관련 가장 큰 규모다.


조사 결과 이들 중 37%가 감염 후 3~6개월 사이 하나 이상의 후유증을 겪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우울감과 불안 장애(15%)였고, 호흡곤란(8%)과 복통(8%), 흉통(6%), 피로(6%), 두통(5%), 인지 장애(4%), 근육통(1.5%) 순이었다. 코로나19 감염 후 무증상, 경증이었던 사람보다 중증이었던 사람들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후유증을 겪는 비율이 입원 환자의 63.6%, 중환자의 73.2%였다. 연구팀은 독감 환자 중에서도 후유증이 나타나긴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후 1.5배 더 많고 지속시간도 훨씬 길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미흡, 국립감염병연구소 주도 대규모 추적연구 계획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에 대한 연구결과가 아직 미흡하다. 11월 23일 0시 기준 확진율이 전체 인구 대비 0.81%로 확진자 수 자체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기도 하고, 아직 방역이나 감염자 치료에 집중해야 할 시기로 연구자들이 후유증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한 것도 있다. 몇몇 연구자들이 임상 데이터와 환자 대상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소규모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년 9월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코로나19 완치자 57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꼴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증상은 피로감(26.2%)과 집중력 저하(24.6%)였다. 심리적인 증상이나 후각, 미각 상실을 겪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1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 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도 알아보기 위해 1년 간격, 또는 3년 간격으로 혈액 검사를 하거나 설문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집중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증상은 혈액 검사 등 수치로 밝히기가 어렵다"면서 "점수화하는 도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년 5월 코로나19 확진자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완치 후 우울감과 불안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겪었음을 알아냈다. 경희대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자 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들 중 대다수가 완치 후 불안과 우울을 겪는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에게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 물었더니 국내 자료가 많지 않은 탓에 대개 해외 연구결과를 토대로 답했다. 하지만 임상 경험을 토대로 보아 '브레인 포그'라 부르는 인지 장애와 우울증, PTSD 등 정신과적인 문제가 많이 나타난다고 공통적으로 답했다. 중환자의학 전문가인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들은 다른 질환 중환자와 마찬가지로 중환자실 장기간 입원에서 오는 우울증과 트라우마, 근육위축증, 인지능력 감소 등을 겪는다"고 말했다.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국내 코로나19 후유증 비율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건강보험공단과 연계한 코로나19 확진자 진료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확진자 13만 5120명 중 약 80.7%가 완치 후 소화기 질환, 약 59.5%가 근골격계 질환, 39.9%가 호흡기 질환으로 외래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코로나19 감염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근거를 찾기가 힘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전체를 대상으로 후유증 추적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9월,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가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코로나19 완치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후유증 양상을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 감염 자체는 감염내과에서 치료를 하지만 후유증은 두통이나 호흡곤란, 근육통 등 여러 기관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전문과 한 곳에서만 맡아서 치료하거나 추적 관찰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질병관리청에서는 민관 합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WHO 등 국제 기구나 해외 다른 연구기관과도 공동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증상이 다양하고 지속기간도 길기 때문에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후유증 자체 연구 외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후유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지, 코로나19 후유증이 다른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지, 또는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환과 치료방법을 달리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0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