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3. 오미크론의 탄생: 오미크론 변이, 창과 방패를 함께 쥐다

오미크론의 탄생


항체 공격은 피하고 세포 결합력은 강해져

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벽 뚫고 둘 다 갖춰

위증증은 적지만 엄청난 전파 속도로 위협


앞선 두 칼럼에서는 유전 정보라는 코로나19의 본질과 서열 정보에 발생한 돌연변이에 의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기전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다. 이제 이 기본 지식을 가지고 현실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고민하는 시간을 본격적으로 가져 볼 것이다.


코로나19가 2년 전 처음 등장한 이래 다섯 종의 우려 변이가 등장하였으며, 현재는 오미크론이 새로운 우세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미크론 전파가 본격화하면서 매일 확진 기록이 경신되는 중이다.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유전자에는 바로 전의 우세종인 델타보다 2배 이상 돌연변이가 많이 존재한다. 앞의 칼럼에서 설명한 대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의 결합 순서를 담고 있는 서열 정보에 일어난 변화는 3차원 구조의 변화로 연결된다. 대량의 돌연변이로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가 변화하였고, 이것이 사람의 호흡기 세포의 수용체와 더 잘 결합하기 때문에 오미크론은 놀라운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이 속도에 밀려 델타는 도태되어 가고 있다.


물론 바이러스 유전자 복제 때 무작위로 발생하는 돌연변이로 일어나는 구조 변화는 전파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보로 만들어진 변이 입자들은 전파 경쟁에서 그 성능이 바로 실전 테스트가 되기 때문에 결합 효율이 떨어지는 돌연변이는 금방 도태되고, 증가한 돌연변이는 점차 우세종이 된다. 이처럼 코로나 변이들은 사람을 더 빨리 감염시키기 위해 끝없는 경쟁을 한다.


동향분석-[동향]-img-01.jpg

▲ 오미크론 변이 (빨간색 선)와 다른 변이들의 전파 속도 비교



전파 속도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빨라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무생물 상태인 바이러스 입자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빠르다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 입자의 전파는 비말을 내뿜는 감염자 주변의 공기 흐름이나 습도,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같은 물리적 환경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그런데 방역 강도는 변하지 않았는데도 오미크론의 전파는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전파를 결정하는 물리적 변화가 없는데 무생물 입자의 단백질 결합 효율이 전파 속도의 증가로 연결되는 것일까? 그것은 감염의 ‘확률’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모든 현상은 확률이 지배한다. 하나의 바이러스 입자와 접촉한다고 무조건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입자 수가 정해져 있다. 이를 바이러스 고유의 감염 용량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델타 변이의 감염 용량이 1,000개라고 가정하면, 일정한 시간(보통 수 시간) 내에 1,000개의 입자가 숙주세포와 접촉해야 감염이 일어난다. 이 경우 델타 입자 한 개의 감염 확률은 0.001이다. 그런데 오미크론의 스파이크가 델타보다 10배 더 효율적으로 수용체와 결합한다면 한 입자의 감염 확률이 0.01로 증가하는 것이다. 그럼 100개의 오미크론 입자로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다.


동향분석-[동향]-img-02.jpg

▲ 큰 비말은 멀리 가지 못하지만 작은 비말은 몇 미터까지 날아간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041202031254X



모든 방역의 본질은 감염을 완전히 막는 것이 아니라 감염의 확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행위들이다. 그런데 코로나 입자 자체의 감염 확률이 증가하면 동일한 방역 상황에서 더 빨리 퍼지는 속도 증가의 효과가 나온다. 여기에는 입자 자체의 감염 효율 증가와 더불어 부수적인 효과들도 발생하는데, 방역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성 비말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비말의 크기가 작아도 감염이 가능한 개수의 바이러스 입자를 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말할 때 성대가 떨리면서 다양한 크기의 비말이 발생하는데 감염성 비말의 크기가 크면 주변에 넓게 퍼지지 못한다. 하지만 감염성 비말의 크기가 작을수록 주변 공기 중에 더 오래 떠 있고 더 멀리 날아간다. 이것은 거리두기 등의 기존 방역 원칙이 통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부터 감염성 비말을 배출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진다. 비말에 1,000개의 입자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과 100개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 빠르게 감염성 비말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초기 무증상 전파가 더 쉽게 일어난다는 의미이다.


동향분석-[동향]-img-03.jpg

▲ 위중증 환자 발생 속도의 중요성 (이미지 출처: 바이러스의 시간, 2021, 뿌리와이파리)



위중증 적다고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


다행스럽게도 오미크론의 경우는 델타에 비해 전파 속도는 빠르지만, 위중증 진행 확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그런데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가 전파 속도의 증가 자체가 방역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2년이 넘어가고 있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의 실시간 성적표는 바로 치명률이다. 그리고 치명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위중증의 발생 속도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를 돌보기 위한 의료 인프라는 무한정 공급되지 않는다.


위 그림에서 위중증 환자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로, 완치되어 퇴원하는 환자는 배수관을 통해 흘러나가는 물로 비유돼 있다. 의료 인프라는 세면대로 비유할 수 있다. 이때 세면대에 쏟아지는 물의 양이 배수관으로 나가는 물의 양보다 많아진다면 세면대는 넘치게 된다. 위중증 환자들이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원시 시대에 놓이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의 치명률은 대략 2% 미만으로 집계되지만, 팬데믹 초기 의료 인프라 붕괴가 일어났던 일부 선진국의 치사율은 10%에 육박했었다. 이것이 날 것 그대로의 코로나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오미크론의 위중증 진행 확률이 낮음에도 전문가들은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한다.


동향분석-[동향]-img-04.jpg

▲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간의 유전적 거리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많이 퍼질수록 높아지는 새 변이 출현 확률


늦게 전파되는 변이는 먼저 전파된 변이가 생성시킨 면역 때문에 전파가 차단되어 도태된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이 숙주 집단에서 단체로 작용하는 것이 집단 면역이다. 집단 내에서 면역 획득자는 전파를 차단하는 방화벽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오미크론의 전파 양상을 보면 전파 효율이 증가된 것에 그치지 않고 집단 면역의 회피 능력도 대폭 증가했다.


스파이크는 숙주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이기도 하지만 인체의 면역이 만들어내는 항체의 주요 표적이기도 하다. 최초의 오미크론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난 남아공 가우텡은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역으로 자연 감염에 의한 집단 면역 수치가 높은 지역이다. 기존 스파이크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를 가진 사람들이 방화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역에서 급속도로 퍼졌다는 것은 기존의 항체가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항체의 관점에서 보면 오미크론은 델타 이전의 코로나와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오미크론은 마치 집단 면역이 0이던 상황에서 퍼졌던 최초의 코로나19처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오미크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 변화에서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희박한 확률을 뚫고 등장한 변이다. 기존 스파이크 구조를 인지하는 항체와 결합은 피하면서, 숙주세포와 결합하는 효율이 증가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무작위의 돌연변이에 의해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구조가 등장할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낮다. 하지만 확률이 제로인 것과 희박한 것은 엄청난 차이다. 로또 일등 당첨 확률은 희박하지만 매주 일등은 어디선가 나온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시행 횟수의 힘이며, 많이 퍼지고 많이 증식할수록 새로운 변이의 출현 확률도 올라간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퍼지고 있는 오미크론에서도 역시 새로운 변이의 출현 시도가 끝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



출처: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30340.html